‘추호도’가 ‘역시로’
며칠 전만해도 “그런 당에 갈 일이 없다”고 했던 김종인이 결국 미통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다시 한번 김종인의 별명인 ‘추호’가 회자되고 있다. 김종인은 평소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봐요”란 말을 하고 며칠 만에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김종인은 별명답게 미통당에 안 갈 것 같더니 슬그머니 수락했다. 소위 ‘임기가 없는 전권 부여’가 합의된 모양이다. 헌정사상 비대위원장이 임기가 없는 전권을 요구한 것은 김종인이 유일무이하다.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야심
김종인 딴에는 “대권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내심으론 이참에 자신이 보수 대권 후보가 되고자 하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만약 김종인이 보수 대권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으로선 그야말로 ‘생큐!’다. 2022년이면 김종인은 한국 나이로 83세가 된다. 그 나이면 손자들 재롱이나 즐기는데, 열정 하나는 참 대단하다.
출발부터 암초 만난 김종인
총선에서 떨어진 심재철이 당내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려 한 것은 5월 이후 새로운 국회가 개원되면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꼼수로 읽힌다.
하지만 김종인 호는 출범부터 암초를 만났다.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5선의 조경태가 반대하고 나섰고, 거기에 유승민까지 합류했다.
그외 김용태, 이재오, 초선의원 상당수가 김종인의 비대위원장을 반대했다. 실제로 의총 결과 43%만 김종인의 비대위원장을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갈등의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통당 재분당 가능성
따라서 미통당은 8월 31일까지 전당 대회를 열자는 세력과 김종인을 추종하는 세력이 서로 갈등해 제2의 분당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김무성이 며칠 전 과거 측근들과 모임을 가진 것도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종인은 아마 내년 4월에 있을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책임지고 가겠다고 하다가 혹시 미통당 후보가 부산시장이 되면 그 여파를 몰아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되려 할 것이다. 미통당의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세연이 유력하고 이언주도 도전한다지만 글쎄다.
황교안 보수 대권주자 4위로 밀려
한편 미통당의 대권주자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 보수에서는 그동안 황교안이 부동의 1위였으나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모르겠다가 45%로 1위고 그 다음이 홍준표(10%), 그 다음이 안철수- 유승민- 황교안 순이었다.
황교안은 안철수, 유승민에게도 밀려 4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보수가 황교안을 버린 것이다. 겪어보니 콘텐츠도 없고 하는 것이라곤 단식과 삭발밖에 없었다. 특정 종교와 결탁하고 N번방 실언은 패착 중 패착이었다.
황교안이 살길은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일인데, 그마저 녹록치 않다. 만약 보궐선거마저 낙선하면 영원히 구제불능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에 황교안은 사실상 정계은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워낙 크고 자질마저 없기 때문이다. 4.15 총선에서 미통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한 이유 중 하나가 황교안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력, 공천 번복 때문이었다.
김종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대권 후보는?
그렇다면 김종인의 머릿속에는 어떤 보수 대권 후보가 들어 있을까? 홍준표, 오세훈, 안철수, 유승민, 원희룡, 홍정욱, 김태호..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4.15 총선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3040을 의식하여 뜻밖의 인물을 키울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홍정욱, 김세연이다. 오세훈도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구에서 떨어져 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홍정욱과 김세연도 각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홍정욱은 좋은 학벌에 아버지가 유명 영화배우여서 제법 유명세가 있지만 당내 기반 세력이 전무하고, 또한 딸 마약 구입 사건으로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
김세연은 미통당 내에서 개혁적 인물로 꼽히나 부산에서 모두 7선을 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바 크고, 미통당을 “해체해야 할 좀비 정당”이라고 비하한 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런 당에서 대권 후보가 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3040 전면에 내세워 반전 노릴 것
따라서 김종인은 기존의 대권 후보보다 누구나 깜짝 놀랄 수 있는 새로운 대권 후보를 발굴하여 집중 키울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게 누구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김종인의 야욕은 전당대회 전에 끝날 것이고, 과거 미통당의 비대위원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처참한 모습으로 쫓겨날 것이다. 그때 김종인은 또 뭐라고 할까?
아마 “추후도 이런 당에 다시는 안 온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끝나면 그를 부를 곳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세상에 패장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제1야당이 있었던가? 그만큼 미통당은 지금 패닉 상태란 뜻이다.
미통당이 그나마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친박들을 완전히 정리해 박근혜와 결별하고, 한기총, 태극기 모독부대와 같은 극우 집단과 헤어지는 일이다. 그후 뼈를 깎는 개혁으로 거듭나야 그나마 조금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여태 그랬듯 기대난망이다.
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이땅의 수구들이다. ‘협치’란 나약한 자의 엄살일 뿐이다. 언제 저들이 협치를 한 적이 있는가? 국민들은 눈치 보지 말고 개혁하라고 민주당에 180석을 주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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