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기간 중 각광 받았던 JTBC가 요즘 왠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침울해 보인다. 사람의 심리는 얼굴의 표정이나 눈빛으로 나타나는데, 선입관인지 모르지만 손석희 앵커의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뭔가 원망과 분노가 이글거리는 듯한, 그러면서도 이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그 무엇이 있어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손석희 앵커가 뉴스 룸에서 정경심 교수를 향해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물론 나오고는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른 소리 잘 하기로 소문난 앵커로서, 유력한 방송의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가 간과되어 있었다. 당시 검찰은 날마다 피의사실을 공표했고, 언론은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손석희 앵커가 정경심 교수가 방어권 차원에서 SNS에 글을 올리자 비판한 것은 잘못되었다.
그 뉴스가 나간 후 모 언론인은 손석희를 겨냥해 “그럼 피의자는 방어권 행사도 못 한다는 말인가? 그럴 시간 있으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비판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후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관련 뉴스 기사 댓글에 악플이 엄청나게 달렸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와중에 손석희가 할 말은 아니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때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했어야 옳다. “검찰이 매일 피의사실을 공표한 가운데 정경심 교수가 방어권 차원에서 SNS를 통해 혐의 사실을 해명하고 있다”고 말이다. 언론이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소위 논평할 수 있는 곳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색깔은 사실 보도 그 자체보다 논평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JTBC는 지금도 진보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며 손석희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런데 최근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보도가 하나 나왔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및 JTBC 회장이 제3지대 구축을 위해 구 동교동계 정대철, 권노갑과 평화당 의원 일부, 대안당 일부 의원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석현 회장 정도가 국회의원 한 번 하려고 제3지대 신당을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대권 꿈이 있다. 지난 대선에도 대권을 준비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그 보도가 나가자 사람들은 혹시 그것 때문에 손석희의 태도가 달라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홍석현은 여전히 실제 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 회장이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는데, 방송사 사장인 손석희가 그걸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언론의 본분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다는 게 중평이다.
보도 부문 사장 신분과 방송사 전체 대표 신분은 다르다. 그래서 항간에 ‘손석희가 전체 사장으로 간 후 보도부 통제를 잘 못하고 있는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무엇이 진실이든 JTBC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간판 프로그램인 다섯시 정치부 회의와 뉴스 룸이 무너지면 사실상 방송국 자체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진보층이 떠난 JTBC를 상상해 볼 수 있는가? 아마 시청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광고 수주하기도 힘들 것이다. 물론 뒤에 삼성이 있긴 하지만 진보층이 외면하면 방송국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JTBC와 손석희는 소중한 자산이다.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오직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 필자는 초기 손석희 지지 카페 모임 회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제3지대는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창당을 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이미 안철수 신당이란 학습효과가 있고, 정치 지형상 중도가 설 자리는 별로 없는 것이다.
제3지대가 본격화되면 평화당, 대안신당, 유승민, 안철수, 김무성 세력이 연합할지도 모른다. 이름만 보면 대선주자 급이지만 그 파괴력은 거대 양당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제3지대가 창당되는 말든 문제는 JTBC와 손석희의 태도인데,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정의 편에 서주길 바란다. 법을 어기고도 소환에 불응하는 자한당, 자기 자식들은 온갖 논문 저자에 부정 입학 의혹, 성적 조작까지 일삼으면서 조국 가족을 ‘가족 사기단’이라고 한 수구들을 꾸짖는 그런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 영원히 사는 것 아니다. 순간의 선택이 그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앗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손석희 사장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JTBC와 손석희를 믿는다. 누구 편들라는 얘기가 아니라 공정하라는 얘기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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