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법원에선 이명박 1심 재판, 신동빈의 항소심 재판과 더불어 굵직한 재판이 하나 있었다. 소위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조윤선 등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들 외에도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현기환, 김재원, 박준우 등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가 인정돼 동반 구속됐던 김기춘, 조윤선이 재구속될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김기춘은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고 법정구속, 조윤선은 집행유예로 재구속을 피했다.
김기춘은 지난 2014년 전경련을 압박해 21개 친박 성향 단체에 23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를, 조윤선은 35억여원(2015년, 31개 단체)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강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민간단체’라는 이유를 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구형 형량(김기춘 징역 4년, 조윤선 징역 6년)에 비해 법원이 턱없이 낮은 형량을 내리면서, 역시 사법부의 적폐가 만천하에 또 들어났다는 평가다. 함께 기소된 이들도 구형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을 받았다. 같은 날, 국정농단 공범인 롯데회장 신동빈을 ‘박근혜에 겁박당한 피해자’라는 논리를 펴며 집행유예로 석방해 준 것처럼.
이명박근혜와 ‘한 몸’이었던 삼성
전경련이 오랫동안 어버이연합 등 친박 단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관제데모’를 조장했던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전경련에 가장 막대한 돈을 내던 단체는 역시 다름 아닌 삼성이다. 삼성이 지시하면 전경련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버이연합, 일베, 엄마부대 등 친박 단체의 패륜행위는 지난 2014년 세월호 모욕에서 절정에 달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패륜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마치 유가족이 특혜를 요구한다는 허위사실 유포도 대놓고 했었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 하나가 있다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벌인 일베의 ‘폭식투쟁’이었다.
그같은 모독 행위의 뒷배경에는, 삼성의 뒷돈이 있었다. 지난 4월 MBC < 스트레이트 > 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신동철과 전경련 부회장인 이승철은 한 서울의 호텔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의 결과에 맞춰 전경련은 친박 성향 단체에 70억원 가량을 지원한다.
이날 만남의 뒤엔 삼성이 있었다.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무였던 김완표였다. 김완표는 신동철에게 전경련을 이용해 친박단체를 지원해주는 방안까지 알려줬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기금의 반 정도는 삼성이 댔다“고 법원서 진술하기도 했다.
그렇게 막대한 돈을 지원받은 친박단체들은 이명박근혜 시절 거대하게 성장했다. 그런 단체들을 동원해 재벌에게 유리한 환경도 조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배경엔 분명 삼성이 있다.
삼성은 이번에 "다스는 이명박 것"이라고 인정한 이명박 1심 재판에서도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한 사실이 인정됐다. 총 인정된 금액은 522만5천달러.
1심 재판부는 “(다스 소송비용 지원의사를)받은 기간 동안 삼성그룹에는 삼성비자금 특검 관련 현안, 금산분리 완화 관련 현안이 있었고 피고인의 대통령 임기 중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금산분리 완화 입법이 이뤄졌다. 이러한 점을 보면 대가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삼성과 이명박 간에 뇌물이 오갔음을 인정했다.
이명박 측이 이건희 특별사면 등 삼성의 현안을 들어주는 대가로, 다스 소송비용 수십억을 받았다는 것이다.
5일 열렸던 굵직한 두 재판 모두, 배후엔 삼성이 깊게 관련돼 있음에도 별다른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근혜보다 삼성이 더..”
주진우 < 시사인 > 기자는 ‘블랙리스트’ 보다 ‘화이트리스트’가 더 명백하고 훨씬 더 죄질이 나쁜 범죄라고 지적했다. 주 기자는 34회 < 다스뵈이다 > 공개방송에서 “화이트리스트는 돈을 주고 ‘저 앞에 가서 테러해, 위협해, 댓글 달아’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화이트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이 기획하고 말도 안 되는 단체들에 돈을 댄 것이 삼성”이라며 “세월호 유가족 울부짖을 때, 자식을 가슴에 묻고 거의 죽어갈 때 폭식 투쟁한 것이 일베, 어버이연합 거기에 돈 댄 것이 삼성”이라고 설명했다.
주 기자와 김어준 < 딴지일보 > 총수는 이명박근혜보다 삼성을 파헤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이날 방송에서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주 기자는 “최순실 국정농단은 사법농단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며 “사법농단은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다. 그 정점엔 양승태가 있고 박병대 등 여러 대법관들이 있다. (사법농단 관련해) 징용문제, 과거사문제 등 다 나오는데 잘 안 나오는 게 있다. 그게 뭐냐면 삼성과의 거래”라며 사법부에도 삼성의 힘이 엄청나게 미치고 있음을 언급했다.
주 기자는 최근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삼성의 노조탄압 사건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삼성은 노조에 대한 관리가 최고 임무에요. 그래서 '내가 오늘 어떻게 노조를 탄압했다. 노조원을 어떻게 괴롭혔다'는 것을 상세하게 일지로 적어서 위에다 올려요. 그러면 하나라도 괴롭혔다 하면 보상을 해주고 이게 승진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노조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처럼, 지난 오랜 세월 노조탄압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역시 삼성의 친족그룹인 신세계그룹에서도 벌어진 다양한 노조탄압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검찰은 노조탄압 사건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이재용으로의 경영승계와 관련 있는 문제다. 주 기자는 “검찰이 노조탄압과 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수사를 열심히 하면, 법원에서 (양승태의) 수하들이 다 (영장을)기각시킨다”며 삼성 관련 처벌을 법원이 막고 있음을 강조했다.
주 기자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권력이 있었다. 예전엔 이명박, 박근혜였어요. 그 권력 중에 무너지지 않은 데가 있는데 그게 삼성이다. 어떻게든 하는 데까진 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김어준 총수는 이에 대해 “최근 삼성의 검찰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히 줄었지만, 법원에 대한 영향력은 풀 파워”라고 강조했고, 주 기자는 “정권이 바뀐 지 이만큼(1년 이상) 됐는데도 우리나라 법원이 삼성엔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등이 구속될 것을 전망하면서도 “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법원에) 있다. 그래서 어렵다. 어찌 길을 내야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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