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정권수립 70주년 9·9절을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아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에서 ICBM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외국 언론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지속을 위한 ‘유화적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는 열병식 관련 기사에서 “열병식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열렸던 (건군절) 열병식보다 더 강도가 약했고 2017년 4월에 열렸던 것보다는 훨씬 더 강도가 약했다”고 전했다.
WP는 “북한이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선보이지 않은 것은 치열한 외교 활동과 협상의 시기를 고려한 유화적인 제스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윌 리플리 CNN 기자도 행사 후 트위터를 통해 "열병식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며 "이전 해들과 다르게 ICBM도 없었고 핵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략적으로 1만2천명 이상의 군인과, 5만명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민간인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열병식이 김 위원장의 ‘강력한 경제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AP는 “북한은 단지 군사력을 강조하던 데서 벗어나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관심을 돌리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의 저강도 열병식은 북미대화 등 외교적 협상 과정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북한이 경제에 지속해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전략 분석가이자 미국과학자연맹(FAS) ‘방위태세계획’의 부선임연구원인 앤킷 팬더는 “ICBM을 선보이지 않은 선택은 핵 억지력의 완성에 따라 경제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올해 초 김 위원장의 새 전략 노선의 진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그레이스 류 연구원도 “북한 열병식은 특히 다음 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맞아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대화를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고위급 외빈과 외신기자 140여명이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해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 권력서열 3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전날 방북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도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두 사람은 열병식때 함께 일어나 손을 잡고 군중의 환호에 화답하는 등, 북중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8일 '건군' 70주년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병력 1만2천여명과 '화성-14'형과 '화성-15'형 등 기존에 공개했던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등장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번 9.9절 열병식때 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금명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의 방북이 재개되는 등 북미간 협상이 다시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