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남성혐오 시위대 '문재인 자살해라' 단체 구호 외쳐 파문'자살해' 뜻 담긴 은어 '재기해' 외쳐놓고 다른 뜻이라며 '눈가리고 아웅'... '법적 처벌' 요구도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지하철 4호선 혜화역 근처)에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살하라는 뜻의 단체 구호를 외쳐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투신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퍼포먼스도 벌여 '법적 처벌'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5월 19일 1차 집회와 6월 9일 2차 집회에 이은 3차 집회다. 집회는 지난 5월 벌어진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여성이고 피해자는 남성인데, 일각에서 '남성이 피해자라서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는 대규모 집회의 명분이 되었다.
문 대통령 "편파수사 아니다" 입장에 "자칭 페미 문재인, 제대로 응답하라" 공격
지난 두 차례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검경 등 수사기관 규탄에 집중하며 '여성 검찰총장·경찰청장 임명', '여성 경찰 비율 90%로 상향'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3차 집회에서는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이는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1·2차 집회와 청와대 청원 등 '편파수사' 주장에 대해 "편파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되었다.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임을 선언했던 문 대통령을 향해 '여성 표를 얻어 당선된 대통령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라'며 날을 세웠다. "페미공약 걸어놓고 당선되니 잊은거냐", "자칭 페미 대통령 문재인은 지금 당장 제대로 응답하라"라는 구호도 나왔다.
이날 집회가 시종일관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분위기에서 열린 가운데, 집회 도중 사회자의 주도 하에 문 대통령에게 자살하라는 뜻의 단체 구호를 외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참가자들은 단체로 "문재인 재기해"라고 외쳤는데, '재기하다'는 인터넷 남성혐오 집단에서 '자살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은어이다.
반사회적 혐오 사이트로 잘 알려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는 투신자살을 '운지하다'라는 표현으로 나타내는데, 이는 과거 음료 광고에서 비롯된 인터넷 유행어였으나 일베 등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조롱하는데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뜻으로 굳어졌다.
단체로 외친 "문재인 재기해"... '자살해'라는 뜻의 남성혐오 사이트 은어
일베 등의 여성혐오를 '미러링'(거울에 비추듯 되돌려준다는 뜻으로 사용)한다며 남성혐오를 일삼은 '메갈리아'에서는 일베의 '운지하다'라는 단어를 '재기하다'로 바꿔 사용했다. 이는 '남성연대' 대표를 지낸 성재기의 한강 투신을 조롱하는 뜻에서 채택한 것이다. 현재 메갈리아는 사이트가 사라지고 더욱 극단적인 성향의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로 이어졌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불법 촬영한 피해자 사진을 유포한 곳도 '워마드'다.
이날 집회의 사회자는 이를 의식했는지 "집회에서 말하는 '재기해'는 사전적 의미"라고 주장했다. '재기(再起)하다'는 실패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는 뜻으로, 주최측의 주장에 따르면 "문재인 재기해"는 문 대통령을 격려하는 구호가 된다. 일부 매체들은 주최측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해당 구호를 '재기'가 아닌 '문제 제기'로 해석한 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떤 쪽이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 식의 주장이라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집권 2년차 사상 최고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중간평가 격인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대 압승을 거둔 현직 대통령에게 '실패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회의 주된 비판 대상에게 격려의 구호를 외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구호를 '재기'가 아닌 '제기'로 해석해도, "문재인 제기해"는 어법에 맞지 않다.
집회 주최측 "'재기해'는 사전적 의미"... '유치원생도 속지 않을 어불성설' 비판
또한 이날 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퍼포먼스도 열렸는데, 문 대통령 역할을 맡은 사람이 '페미대통령'이라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문'이라고 쓰인 피켓을 거꾸로 들어 '곰'이라는 글자로 나타냈다. 이는 일반적으로 모욕의 의미는 없으나 일베 등에서 문 대통령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엮어 비방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문재인 재기해"와 함께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모욕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이날 집회에서 나온 피켓의 문구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여 "문재인냐?"(문제있냐)라는 문구로 조롱하는가 하면, "촛불시위는 혁명이고 혜화시위는 원한이냐"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여성들의 원한 같은 것이 풀린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집회들도 '몰카' 피해자 2차 가해, 욕설·비속어 남용 등으로 물의 빚어
이들의 집회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두 자체 집회에서도 일부 참가자가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해자를 묘사한 그림을 통해 조롱하거나, 피해자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하는등 '2차 가해'를 벌여 비판을 받은바 있다. 또한 3차 집회에서와 같이 욕설과 비속어를 남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방송3사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대개 주최측의 주장만을 보도하거나, 나아가 집회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힘을 싣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집회에 대한 주류 언론들의 보도 또한 지난 두 차례 집회에 대한 보도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아 온라인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실린 기사에는 "재기해" 구호에 대한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으며 많은 추천을 받았다. 문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무좆탄핵 유좆당선"... 박근혜 탄핵까지 남녀 대결 구도로 호도
이날 집회에는 문 대통령 비난을 넘어 탄핵당한 박근혜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켓까지 등장했다. "무좆탄핵 유좆당선"이 그것으로, 박근혜는 여성이라서 탄핵을 당한 반면 문 대통령은 남성이라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을 최악의 국정농단 범죄자인 박근혜와 비교하는 것은, 박근혜가 억울하게 탄핵당했거나 문재인이 탄핵당할 죄를 지었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이들은 온갖 일을 억지로 남녀 대결 구도에 끼워넣어 비판을 받는데, 범죄자를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탄핵한 것까지 남녀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광신도 세력이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극단주의 집단에 침투하여 새로운 거점을 구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세 차례에 걸친 집회를 조직하고 논리를 제공하는등 집회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남성혐오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에서는 박근혜를 옹호하는 글이 항상 많은 추천을 받으며, 상당수가 베스트 게시판 격인 '워념글'에 게재된다. 이들은 박근혜를 '햇님'으로 지칭하며 옹호하고 문 대통령을 '문재앙' 등으로 쓰며 비방하는데, 이는 일베 등에 상주하는 박근혜 광신도 집단이 쓰는 것과 똑같은 표현이다.
남성혐오 워마드, 박근혜 광신도들과 많은 입장 일치... 박근혜 탄핵, 성소수자, 난민 등
워마드를 위시한 혐오·극단주의 세력이 기존 좌파나 페미니즘 세력과 달리 성소수자나 난민 문제에 대단히 적대적인 것도 박근혜 광신도들과 겹친다. 남성혐오 집단의 주류가 메갈리아에서 워마드로 이동한 핵심 이유는, 메갈리아 운영진이 남성 동성애자 등에 대한 비하를 금지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남성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는 현재 워마드에서 가장 극렬한 표현으로 공격을 당하는 집단이다. 난민 또한 그에 못지 않은 모욕적 표현으로 공격을 받는다.
이는 지역주의와 북한 문제를 더 이상 대결 조장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박근혜 광신도 등 극우·퇴행 집단이 성소수자와 난민 문제를 새로운 수단으로 내세우는 것과 겹치는 흐름이다. 근본주의 수구·기득권 개신교단을 기반으로 하는 그들은 오래전부터 교리 등을 내세우며 성소수자를 공격해 왔으며, 난민에 대해서도 이슬람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배척하고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수구·기득권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더 이상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된 몇 년 전부터 이른바 '동성애 반대'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 왔으며, 교회 등을 통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무기로 정치인들까지 움직이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불거진 최근에는 난민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등 새로운 사회 갈등 요소 찾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극우집회 지원 모 기업 배후설까지... 주류 언론의 비판적 시각 결여가 문제
특정 교단을 비롯한 이들 세력이 워마드 등 극단적인 남성혐오 집단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고 있는지는 수사기관이 아니라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두 세력이 촛불혁명 이후의 대부분의 사회 갈등 현안에 대해 일치하는 입장을 가진 것만은 사실이다. 온라인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시기 극우집회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재계 1위' S모 기업이 이번 집회를 지원한다는 배후설이 퍼지는등 벌써부터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들 극단적 남성혐오 집단이 실제로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벌이는 대규모 집회의 양상이 박근혜 광신도들의 것과 유사하게 변해간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주류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집회 현장에서 온갖 폭력과 사적 제재가 난무하며 참가자들 주장의 상당수도 '경찰의 90%를 여성으로 만들어라'는 등 허무맹랑한 것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SNS를 통해 이날 집회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며 "(참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들 주장에 호응하는듯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방송3사 및 평소 이들에 우호적인 진보 매체는 물론, 상당수 보수 매체들도 이들의 주장만을 보도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날 현장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은 현장이 주류 언론의 보도와는 딴판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박근혜 광신도 집단의 탄핵 반대 시위도 당시 '박사모 방송'으로 불리던 MBC의 일방적인 선전 보도와, 폭력 사태에 대한 다른 주류 언론들의 침묵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갖추고 가짜뉴스를 공유한다. 매주 서울 대한문 앞은 거짓 선동의 장이 되고 무고한 시민들이 폭력을 당하며 만성적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모든 언론 종사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아픈 현실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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