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집단 탈북 사건, 총선 이기려고..”박근혜 비준 국정원 공작”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13명 탈북 미스터리 추적..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증언 공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5/11 [09:36]
2016년 4,13 총선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류경식당 집단탈북 사건’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추적했다. 10일 방송에서는 사건의 핵심자로 지목된 지배인 허강일 씨를 인터뷰하고 그의 증언을 공개했다.
2016년 4월7일,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귀순했다. 통일부는 다음날인 8일 “13명이 자유의사로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국정원이 기획한 유인 납치극”이라고 주장했다. 기획 탈북이냐 자유 탈북이냐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납치됐다고 주장해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북한 식당 13명의 집단 탈북 미스터리의 진실을 추적했다. 이들이 근무했던 중국 옌벤과 닝보의 식당 관계자들을 수소문 하다가 지배인 허 씨의 국내 소재를 파악해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탈북 후 잠적했던 지배인 허강일 씨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는 "이제 후퇴할 길도 없다. 난 벼랑 끝이니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이다"고 말했다.
지배인은 "집단 탈북사건의 당사자이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온 중국주재 용파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건넨 UBS에는 종업원들의 여권, 북한 측 대표자격으로 중국과 식당을 계약한 서류, 종업원들의 합주 연습 영상 등이 있었다. 그는 집단 탈북을 실행한 인물이다.
종업원들에 대해서 그는 "집안 출신 자체가 저와 같이 당에 충실했느냐. 나리에 죄 지은 사람이 없느냐. 친일파가 없느냐를 파악해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신분에 한해서만 뽑는다"고 말했다. 탈북한 종업원 중에는 인민가수 최삼숙의 딸도 있다고.
허 씨는 “국정원이 짜준 코스대로 탈북했다. 여 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고 따라왔다. 우리는 총선 승리를 위해 기획된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허 씨에 따르면 종업원들은 북한 내에서도 엘리트 계급에 속한다. 이들은 허 씨의 계획을 모르고 엉겹결에 탈북을 하게 됐다.
허 씨는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북한에 반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정원과 연계해 정보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고 대통령이 이 소식을 기다린다 했다. 제발 사정하니까 도와달라고”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허 씨는 "종업원들한테는 이유도 없고 그냥 숙소를 옮긴다고 했다. (비행기 탈 때까지 남측으로 간다는 말을) 안했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에 신분이 확실한 20대 종업원들은 왜 집단으로 탈북했을까.
집단 탈북에 배후가 있다는 것. 그는 "한국에 온지 2년 됐다. 2년 동안 내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국정원과 처음 연계한게 2014년 12월 초다. 국정원에 자원하려고 마음 먹었다. 나에게 타격을 준게 장성택 사건이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권력의 중심이던 장성택이 숙청 당한 사건이다.
허 씨는 "북쪽 엘리트 층이 많이 숙청 당했는데 동창을 5명 정도 잃었다. 북쪽에서는 당에 다 충실하다는 사람들이었는데 재판도 없이 반역이라고 누명으로 처형 당하는 모습을 보고 반감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정원 한 인물과 연락이 닿았다는 그는 "만나자 했는데 한시간 동안 계속 날 가지고 장난 치더라. 여기로 오라고 하고 저기로 오라고 했다. 혹시나 꼬리가 달리지 않을까 싶어 지켜줬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국정원 직원과 허름한 모텔로 갔다는 허강일 씨는 "대형 태극기랑 서약서를 꺼내더라. 대한민국을 위해 충성할 것이고 싸우겠다는 것을 서약하게 했다. 서약을 하고 태극기 들고 사진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접선 이후 본격적으로 정보원 활동을 했지만 정보원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비밀 활동을 눈치 챈 사람이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배인은 탈북을 결심했다고.
허 씨는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 데리고 같이 오라고 했다. 무조건 같이 오라고 혼자서는 오지 말라고 했다. 같이 안 오면 북쪽 대사관에 날 신고하겠다고 했다. 신고할테면 해라 안가겠다 그랬더니 한시간 뒤에 사죄했다. 자기도 말 못한 사연이 있는데 큰 작전이 있다고 했다. 여기 오면 훈장도 주고 국정원에서 같이 일하고 원하는건 다 가질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5월 30일로 약속했다. 갑자기 4월 3일 밤에 전화와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4월 5일날 무조건 출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4월 5일 닝보를 떠난 지배인과 종업원들은 6일 말레이시아를 거쳐 7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때까지도 지배인은 집단 탈북을 서두른 진짜 이유를 몰랐지만 와서 보니 탈북 발표 닷새 후가 총선이었다.
허강일 씨는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총선, 그걸 이기겠다고 조작한거였다. 난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민주당은 종북 세력이라 그걸 이기려고 언론에 공개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이같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류경식당 탈북민 가운데 여러명의 여성이 망명에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총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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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2018/05/11 [11:22]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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