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美업계와 의원들...'제 발등 찍기' 우려
美자동차업계 "원재료비만 상승" … 美농축산업계 "보복관세로 수출 차질"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2/21 [01:49]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중국 등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 폭탄을 예고한데 대해 미국 내 업계들과 의원들이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오는 4월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이를 강행할 경우 미국 자동차와 농축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보복관세 등으로 타격을 받아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역풍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올 들어 잇따라 꺼내들고 있는 초강력 보호무역 카드들이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반발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1월 하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데 이어 한달 만인 지난 주말에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연방 상무부는 한국과 중국산 등의 철강에 대해서는 무려 53%를, 중국과 러시아산 등의 알루미늄에 대해선 23.6%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도록 트럼프에게 권고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국들 가운데 주로 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무역에 있어서는 동맹도 없다는 듯 한국에도 집중타를 날리고 있다.
트럼프는 철강에 대해선 4월 11일까지, 알루미늄에 대해선 4월 19일까지 실제 관세폭탄을 던질 것인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미국 내 관련업계와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제 발등 찍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폭탄 카드에 대해선 미국 자동차 업계와 농축산업계가 반대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자동차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반면, 차량가격을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축산업계에서는 한국이나 중국 등의 보복관세로 농축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리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02년 부시 행정부 때 수입 철강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가 원재료 비용이 상승하면서 자동차와 가전 회사들의 일자리가 20만개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미국산 수출품에도 중국 등의 맞보복 관세를 초래해 농축산물 수출에서 타격을 겪을 것으로 지적했다.
베스트셀러 경제학 교재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8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를 비판했다.
맨큐 교수는 맨큐 교수는 18세기 애덤 스미스(1723~1790)와 데이비스 리카도(1772~1823)의 자유무역론을 역설하면서 "자유무역의 혜택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나라별로 '절대우위'의 제품을 생산하면 서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리카도는 '비교우위'의 제품만 생산해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자유무역론을 한층 강화했다.
맨큐 교수는 "최근에는 무역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론까지 증명됐다"면서 "개방 경제는 폐쇄 경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개방 경제의 성공사례로 1850년대 일본, 1960년대 한국, 1990년대 베트남을 각각 거론하기도 했다.
맨큐 교수는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미국인들에게 관세를 물려야 하는가, 아니면 휴가 때 관세 부담 없이 자유롭게 소비하도록 독려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 확대로 일시적으로 일부 계층이 타격을 입더라도, 자유무역이 옳다는 명제는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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