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올림픽 어깃장'에 미국 언론도 비판... "품위 없다"
남북 공동입장시 기립하지 않은 것은 북한 비판하자고 한국 무시한 것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2/14 [00:30]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와서 외교적 무례를 저지르는등 추태를 벌인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방한 행보에 미국 언론도 혹평을 쏟아냈다.
CNN은 현지시각으로 12일, 북한에 정통한 미국의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펜스가 이번 방한에서 대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라며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라고 비판했다. 이 소식통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 기립하지 않고 박수도 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라며 "품위 없는(undignified) 행동이었다"라고 지적했다.
CNN에 출연한 소식통은, 펜스가 개막식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인사를 나누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만약 펜스 대통령이 존중을 표하는 작은 제스처라도 취했다면 북미가 서로 신뢰를 쌓고 외교적 대화로 이끌 수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펜스가 한국내에서 '대화 거부' 행동을 보인 반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비핵화 노력을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서는, "백악관이나 국무부와 사전 조율하지 않고 한 말로 보이는 만큼 여전히 북한은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식 오락가락 입장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USA투데이도 "펜스는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라며 "개막식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할 때 기립하지 않음으로써 개최국인 한국을 불쾌하게 만들었고 당연한 예의조차 유치한 정치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펜스는 애국심 전략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남북 공동 입장에는 한국 선수들도 있었다"라며 "북한이 독재 정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라고 썼다.
또한 "남북 선수단에는 미국의 굳건한 동맹인 한국 선수들도 있었다"라며 "미국은 한국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펜스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미국을 향한 존경심에 화답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펜스가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에서 남북 선수단이 입장할 때 기립하는 것을 북한 체제에 대한 인정이라고 여기는 것은 터무니없다"라며 "미국인이라도 펜스의 행동은 당황스러웠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김여정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뽐내며 펜스에게 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았다"라며 "외교적 이미지 메이킹에서 김여정이 펜스에 완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펜스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해묵은 메시지'를 가져온 반면에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하는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가져왔다"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한국 전문가였던 민타로 오바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펜스는 남북 관계 개선을 훼손하려는 이미지를 보이면서 결국 북한의 손 안에서 놀았다(right into hands)"라고 비판했다. 코네티컷대 역사학과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도 "펜스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칭찬했더라면 비핵화 대화를 여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그렇게 했더라도 미국의 입지는 약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날 보여준 펜스의 무례와 추태에 국내에서 강력한 반발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지지율 등 미국 국내 정치를 위해 한반도 상황을 이용하려던 트럼프 일당의 일방적이고 어설픈 대외 정책이 부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