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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MBC사태와 관련한 보수언론의 내로남불

진보든 보수이든 간에 언론의 사명은 이 사회에 정론을 펴는 것

이준구 교수 | 기사입력 2017/12/16 [12:35]

(이준구 교수) MBC사태와 관련한 보수언론의 내로남불

진보든 보수이든 간에 언론의 사명은 이 사회에 정론을 펴는 것

이준구 교수 | 입력 : 2017/12/16 [12:35]

 

이준구 서울대경제학과명예교수

권력의 주구가 되기를 자청한 MBC 경영진이 저지른 만행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영된 PD수첩과 MBC스페셜을 보니 그 정도가 상상을 훨씬 뛰어넘더군요.


공정방송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은 물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에 대해 잔인한 보복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나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특별한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해직과 좌천의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는 누가 쫓겨 나가고 오늘은 누가 쫓겨 나가는 걸 보면서 내 차례가 언제일지 몰라 불안했다고 증언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걸 보면서 그때의 MBC는 마치 생지옥과도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요?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추하게 몰락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새 경영진이 들어서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줘야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요즈음 보수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와 같은 MBC의 변신이 영 못마땅한 눈치입니다. 이제 노조가 주도권을 잡은 '노영방송'이 될 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어떤 신문에서는 사설까지 동원해 새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라고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예전 경영진이 노조에 맞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고용한 사람들, 즉 '시용'이란 사람들이 처한 딱한 사정을 보도하며 노조에 대해 사이드킥을 날리고 있더군요.

내가 보수언론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지난 9년 동안 MBC가 과연 공영방송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 만큼 공정한 보도를 해왔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잣대가 다를 테지만, 지난 날의 MBC가 공정보도를 해왔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상식을 벗어난 일입니다. 손톱만큼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감히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와 더불어 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경영진이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들 그리고 공정방송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박해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느냐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자신의 조직에서 열심히 일해온 사람에게 그렇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MBC가 그렇게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언론끼리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건 구차한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MBC가 그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모든 보수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성토했을 게 분명합니다.

내 기억에 따르면, 수많은 기자, PD, 아나운서가 부당한 박해로 고통받고 있을 때 보수언론이 거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예전 경영진에 협조한 '시용'의 처지가 딱하게 되긴 했지만, 그때의 기자, PD, 아나운서들은 그보다 수십 배나 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부당하기 짝이 없는 대접으로 신음하고 있는데도, 보수언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새 경영진이 들어온 MBC가 장래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나도 잘 모릅니다.
지금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바를 들어보면, 마치 이명박근혜 정부하의 MBC처럼 문재인 정부만 감싸고 돌 것 같아 보입니다.


난 이런 주장이 새 MBC를 끌고 나갈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가해지는 위해를 무릅쓰고 '공정방송'을 부르짖어 온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보수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운운 하는 말을 하는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야 그런 무책임한 말을 밥먹듯하는 사람들이니 구태여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MBC를 그 모양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무슨 다른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언론은 정치인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든 보수이든 간에 언론의 사명은 이 사회에 정론을 펴는 것 아니겠습니까? 새 MBC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비판을 하든 뭐를 하든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리가 절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새 MBC가 문재인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부터 팔 걷고 나서서 매서운 질책을 가할 겁니다. 우선은 약속한 대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지켜보며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숱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아직 생기지도 않은 문제부터 들고나오는 것은 공정한 언론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난잡해도 "내편"이 하면 로맨스, "네편"이 하편 불륜인 것인가요?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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