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연일 ‘형용모순적’인 말을 던지고 있다.
그는 어제 한 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는 즉시 연정 추진을 위한 정당추진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그 누구라도 좋다. 자유한국당도 좋다"고 말했다.
세상에,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의 종, 수구세력 최후의 보루 자유한국당도 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과 태극기를 흔드는 광포한 친박 무리들을 뒤섞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건 (나의 기대처럼) 선거전략 차원이 아니라, 그의 정치철학이요, 신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안 지사를 이번은 아니더라도 차세대의 1순위 지도자로 여겨왔는데 아무래도 내가 착각을 한 것 같다. 이런 정치철학, 정신자세로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절대로 이끌어 가지 못한다. 책을 거의 읽지 않거나 몇 권의 책을 읽고 다 아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듯하다.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겸손하고 쉽다.
‘21세기 지성사’가 어떻고 ‘통섭’이 어떻고, 끝내 “제 말을 이해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에 이를 정도가 되면 그 사람 자신이 자기 말에 꼬인 상태라고 보면 된다.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특징이 과도하게 어려운 용어를 구사하며 지적 사치를 과시하는 것이다. 도지사는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하게 떠받들어지는 자리다.
도정이라는 것이 이해갈등이 있을지언정 이념갈등은 심하지 않다. 국방과 외교도 없다. 검찰과 경찰 업무도 없다. 충남도 예산은 국가예산의 1/80에 미치지 못한다. 대통령의 일은 도지사의 일과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다르다. 그의 대연정론 혹은 대타협론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망상이다.
실현가능성 보다는 일단 듣기 좋은 말이니까 꺼내 놓고 “나라면 할 수 있”으니 나를 믿고 따르라는 식이다. 민주주의자는 자꾸 남의 말을 들으며 소통하려 하는데 그는 남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위아래, 때와 장소 구분없이 자꾸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모습을 보인다. 정제되지 않은 인생관에서 비롯되는데 여기에 어떤 오만함까지 가미된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를 넘어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자신이 학력, 인물, 정치경력, (족보있는) 민주화운동경력 등 모든 면에서 노무현을 능가하는 거물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가 함부로 노무현의 정치세계를 재단하며, 노무현을 극복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전혀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다만 적을 상대할 때 총칼을 쓰지 않고 설득할 것이냐, 양보할 것이냐, 매수할 것이냐, 분쇄할 것이냐의 기술적 방법들을 그때마다 적절히 동원할 뿐이다. 적과 아군이 없다면 그건 이미 정치가 필요없는 대동세상이다.
장삼이사도 아는 당연한 이 진리를 외면하고, 전혀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통합을 이루자 하고,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 상대와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포용이 아니라 투항이요 아부다. 마을의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 나쁜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안희정 지사는 설익은 지식을 뽐내기 전에 우선 논어 한 권만이라도 정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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