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개그맨으로 출발한 방송인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변변하게 출연하는 방송이 없다. 말이 좋아 방송인이지 현재 김제동은 비정규직 실업자 신세다. 입담 좋고 센스도 빠르고 생김새도 타고난 개그맨인 그가 왜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방송인 신세가 되었나. 간단하다. 연예인이 권력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현안관련 발언을 거침없이 한 때문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은 공공매체인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그렇게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 메이킹을 한 뒤 기업의 광고모델 등을 하면서 돈을 번다. 방송 출연료도 자주 출연하고 고정출연을 하면 돈벌이가 나쁘지 않으나 매니저 코디 운전기사 등의 인건비와 자동차 운영비 기타 본인의 이미지관리비 등을 충당하려면 방송의 고정출연 외에 광고비 수입은 필수다.
그런데 김재동 같은 권력에 미운 털(?)이 박힌 연예인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영방송은 물론 좌우 편가르기 놀이에 재미를 붙인 종편에도 출연자리가 없다. PD들이 개인적 친분으로 출연을 시키려고 해도 데스크에서 ‘불가’ 한 마디면 그것으로 없던 일이 된다고 한다.
광고모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책, 세금, 세습, 기업주의 개별비리 등 모든 기록들이 수시로 권력자에게 보고되므로 권력자의 한마디면 거대 기업이라도 온전하게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니 권력 눈 밖에 난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할 간큰 기업인은 드물다. 그래서 인기인으로 뜨다 조용히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 연예인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따라서 연예인이 돈 잘 벌고 인기를 유지하는 길은 되도록 현안 관련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김제동은 아니다. 김제동은 정치사회적 첨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호불호는 지지와 비난 등 정확히 두 쪽으로 양분되어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접한 가장 큰 현안은 사드 배치 문제다. 그리고 김제동은 어김없이 이 문제에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현장 방문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다시 김제동은 뉴스 속의 인물이 되었다.
5일, 김제동은 성주를 방문해 24일째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나선 군민들을 만났다. 옷깃에는 평화의 파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이 성주에서 파란리본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주에서 김제동이 했던 발언들은 좌우 양 진영에서 치열한 공방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히 사드배치 찬성파는 김제동을 저격하고 반대파는 김제동을 옹호한다.
“대안 제시하라고 공무원 월급 준다”
그의 말들은 연예인이 한 말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직설적이다.
그는 말만 한 것이 아니다. 이날 오후 5시 40분께 성주군청 광장의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천막을 방문한 그를 그곳에 있던 대책위 간부들은 깜짝 선물을 받은 듯 웃으며 환영했다고 한다. 관련 보도들을 보면 이날 김제동은 사드 철회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는 군민들에게 냉면과 국수 50인분을 대접했다고 한다. 이후 김제동은 이날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9시 30분까지 머물렀다. 그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지금 유투브에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김제동, 혹자는 그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라며 집회 발언에서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얼버무렸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내가 들은 김제동의 언어들은 어떤 정치인보다 선명한 입장개진이었다. 따라서 나는 김제동의 용감한(?)발언을 지지한다.
‘함께’ ‘together’ 약자에게는 누군가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가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하는 것은 그들에게 우리의 힘이 필요해서다. 김제동은 ‘함께’ ‘together’의 실천자다. 어떤 연예인도 어떤 자연인도 생업을 희생하면서 권력에 대항하는 약자들과 ‘함께’ ‘together’의 실천을 몸으로 보여주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김제동이 필요하다. 그가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의식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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