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사인 간에 말싸움도 있고, 국가 간에 무역전쟁도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빚어진 사태는 가히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현 정권은 보수-극우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고, 진보성향의 역사학계, 독립운동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학부모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맞서고 있다.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쟁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OECD 가입 34개국 가운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세계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몽고, 베트남, 북한, 스리랑카 등 4개국뿐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이들 4개국과 어깨를 겨루려고 하고 있는 꼴이다.
정부기관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실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서는 국사편찬위원회다. 국편의 김정배 위원장은 과거에는 국정교과서 반대론자였다. 그는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국편 위원 자격으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김 대통령에게 국정교과서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무성이 일본 우익의 아류를 자처하고 있는 꼴
김 대표의 주장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뉴라이트의 뿌리는 일본 우익들의 ‘자학사관’인데 한국의 집권당 대표가 일본 우익의 아류를 자처하고 있는 꼴이다. 한-일 국경을 넘어 극우의 ‘자학사관’이 동맹을 맺기라도 한 듯한 형국이다.
그런데 지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식의 역사교과서라면 더 이상 독립기념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 아니 독립기념관의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바로 그런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 하고 있다. 민중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를 국부로, 부하에게 총 맞아 죽은 독재자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려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 한국인 가운데 일부는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일을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언론인 겸 작가 정운현 http://durl.me/4pm5k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정운현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국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