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난리통에 원희룡지사는 어디에? 진상조사 응할 수 없다"마을회-대책기구, 연행자 전원 석방 촉구…"끝까지 싸우겠다"제주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와 군 관사 건설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31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연행돼 아직 풀려나지 않은 4명에 대한 빠른 석방을 촉구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2일 낮 12시30분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지난 31일 군 관사 앞 행정대집행 농성에서 7.5m 망루 위에서 자진 철수한 이유는 연행된 24명이 모두 안전하게 풀려난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4명이 잡혀있다.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걱정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권력은 우리에게 거짓 약속을 한 것인가”라며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마치 동료를 팔아 서있는 듯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남은 4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고 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와 경찰의 무자비한 행정대집행에 분노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며 “육지부 용역들은 점령군처럼 강정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을 ‘물건’처럼 취급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고, 노인들에게도 주먹질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 부회장은 “일부 해군은 용역을 가장해 행정대집행에 투입된 사실도 발각됐고, 경찰은 편파적으로 공권력을 휘둘렀다”며 “갈등을 중재하고 폭력을 예방하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야간까지 강행된, 안전을 무시한 진압 행위도 지적했다. 고 부회장은 “특히 야간까지 이어진 망루 진압과정에서는 충분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주민들이 ‘안전 매트가 불충분하고, 배치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지만, 경찰은 뚜렷한 대책도 없이 망루 진압을 시도했다”며 “야만적인 행정대집행은 제주해군기지 갈등을 대화나 소통으로 해결하기 보다 군사 작전과 같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밀어붙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행정대집행과 관련, 원희룡 도정의 수수방관에 가까운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고 부회장은 “행정대집행에서 원 도정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용역에 강정 주민들이 짓밟히는데도 중재는 커녕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했다”며 “도정이 제안한 진상규명을 통한 강정 문제 해결도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고 원 도정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다. 더 견고한 망루를 쌓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연행되고, 희생되더라도 끝까지 군 관사 건설 저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원 지사는 강정마을을 찾아 진상조사를 제안했다. 당시 마을주민들은 총회를 통해 ‘원 도정이 강정마을에 군 관사를 짓지 않도록 국방부와 합의할 경우 진상조사에 임할 것’을 의결했다.
따라서 군 관사 공사가 재개된 상황에서 강정마을 갈등 해법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었던 해군기지 진상조사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도에서 제안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진상조사 모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제주도와 경찰이 주민 편에 서겠다고 말해왔지만, 결국 해군과 같았다”며 “9년을 속아왔는데, 또 속았다. 앞으로는 절대 믿지 않는다. 10년, 100년이 흘러도 해군, 경찰과 얼굴을 붉히며 원수로 살아가겠다”고 말하는 등 격한 분노와 울분을 토해냈다.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도 원 지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의미였다.
홍 대표는 “행정대집행이 있던 31일 원 지사는 일본에 있었다. 그날 일정을 마무리해 제주로 빨리 복귀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강정마을을 위해 다해줄 것처럼 얘기해왔지만, 말뿐이었다. 원 지사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군 당국은 지난 31일 강정 해군기지 군 관사 부지 앞 농성천막과 소형 버스 등 시설물과 물건들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24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으며, 이중 부장원(45), 방종운(57), 계희삼(50), 박인천(43)씨 등 4명이 아직 경찰 유치장에 갇혀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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