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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귀환, 대안없는 반MB연대의 미래

[분석] 연대 저버린 오만한 민주당... 후보단일화 뛰어넘는 내용 갖춰야

손우정 새세상연구소 | 기사입력 2010/08/01 [20:00]

이재오의 귀환, 대안없는 반MB연대의 미래

[분석] 연대 저버린 오만한 민주당... 후보단일화 뛰어넘는 내용 갖춰야

손우정 새세상연구소 | 입력 : 2010/08/01 [20:00]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이 28일 밤 영등포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7.28 재보선 개표결과를 지켜보고있다.사진/오마이뉴스 © 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서울의소리편집


짜증이다. 뭔가 크게 기대를 걸었다가 좌절했을 때 느끼는 충격 같은 것이 아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내심 이명박 정부에 대한 또 한 번의 심판이길 기대했던 국민이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허탈감이나 슬픔보다는 ‘그것 봐, 내가 뭐랬어?’라는 짜증 섞인 감정을 더 크게 느꼈을 성 싶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는 야당들의 자세는 지난 6·2지방선거보다 실망스러웠음에 틀림없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근거로 야당 압승을 예측하고 있었다기보다 선거 전부터 보인 야당들의 태도에 대한 우려심이 더 컸다.

물론 재·보궐선거가 가지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평일, 그것도 휴가철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의 특성상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었고, 이는 곧 ‘조직력’이 당락의 핵심 변수가 됐다. 30% 투표율을 가정하고 여기서 50% 이상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보았을 때, 유권자 10명 중 1.5명에게만 지지를 얻어내면 당선이라는 말이다. 결국 8.5명의 의사와 상관없이 1.5명의 설득할 수 있는 조직동원이 가능한 정당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재·보궐 선거의 특성이다.

각종 악재를 쏟아낸 한나라당이 ‘그래도’ 집권 여당인 상황에서, 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친정부 성향의 각종 단체에 자금을 몰아주면서까지 조직관리를 튼튼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조직력’만으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 투표할 만한 동기 부여했나?

문제는 과연 야당들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조직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대중에게 투표장으로 달려갈 동기를 부여했는가에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이 한나라당의 지지층 결집력보다 떨어졌다”고 자평했지만, 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대중들이 지난 지방선거처럼 투표장으로 달려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를 오로지 대중의 반(反)이명박 정부 정서에 기대어 야당의 의석수를 늘려보려는 당리당략의 결정판이었다고 비난하는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당들이 정책 합의문을 도출하면서 최소한 ‘이명박 이후의 대안’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번 선거에서 야당들은 저마다 한목소리로 ‘MB심판’을 내세웠을 뿐, 그 어떤 대안적 비전과 가치를 전달하지 못했다. 오직 자신을 중심으로 한 후보단일화 전술만 간절했을 뿐이다.

마치 현재의 야당들이 반MB연대를 요구하는 대중들을 완전하게 대변하고 있는 양, 또 각 당이 이들의 지지를 확실히 거머쥐고 있는 양, 단지 후보만 단일화하면 이길 수 있다는 안일한 자만이 넘쳐흘렀다.

 

▲ 7.28 재·보궐선거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가 28일 밤 서울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위치한 선거사무실 앞에서 당선소감을 발표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글:유성호 기자              ©민족의 소리 자주역사신보 / 서울의 소리 공동편집 


연대의 가치 버린 오만한 민주당

결정판은 관심이 집중된 은평을 선거였다. 정당의 선거 출마는 그 당원들의 고유한 결정권이기 때문에 어느 어느 당이 대의를 위해 출마를 자제하거나 양보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당의 조직력이 미치지 못하는 대중에게 자신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나로 단일화가 되어야 하며, 이명박 정부가 싫다면 나를 찍어라’라는 ‘묻지마 반MB’ 전술만이 난무했다.

고만고만한 야당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후보단일화를 고집할 경우 필승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대단한 오만을 부렸다. 김대중 정부 당시 총리 후보로 올랐으나, 자녀 국적문제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문제 등 각종 의혹으로 인해 낙마한 장상 후보를 내세워 다른 야당이 선뜻 단일화 협상에 나설 수 없는 한계를 만들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단일화 압력에 대한 대중적 정서를 이용해 다른 야당들의 ‘묻지마 지지’를 강요(!)하려는 오만이었다.

민주당의 오만은 광주에서 극치를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손을 맞잡고 ‘굳건한 반MB연대’를 외치던 민주당은 자신의 텃밭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하자 한나라당에서나 나올 법한 색깔론을 들이댔다. “한나라당 2중대”라는 주장에서부터 “민주노동당은 지금 야권연대를 운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선에서 한 번도 야권 후보 단일화에 동의한 적이 없는 정당”이라는 무례한 주장까지 쏟아 냈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상 아무런 대안적 내용 없는 ‘반MB연대’가 지속될 경우, 어떤 결과가 도래할 지를 보여주는 예고편 같았다. 설령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으로의 대선 단일화가 이루어지고, 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부족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아니 김대중·노무현 정부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대중적 호응을 얻은 ‘반MB연대’가 결국 아무런 반성도, 새로운 비전도 없는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 지지’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민주당 의원의 입’을 통해 유포되고 있었던 것이다.

반MB연대에 나선 소수 야당들의 책임

그렇다고 문제가 온전히 민주당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평을의 사례를 볼 때, 민주당과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선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자세도 문제였다. 결국 두 당도 각자의 특성 있는 정책적 성격과 미래의 비전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대중적으로 확산된 반MB정서에 기대어 자신의 역량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으려는 요행수만 앞섰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지 조차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묻지마 단일화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지역에서의 오랜 활동이나 대중적으로 검증된 후보가 아니라, 단일화 협상에만 목을 맨 선거전술로는 투표와 출근, 휴가철 여행 사이에서 망설이는 대중들을 끌어낼 수 없다. 반MB정서를 소유한 대중들이 사실상 정책적 내용이나 비전, 후보 자체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단일후보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자세로는 민주당 후보를 중심에 둔 단일화 압력에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대중들이 요구하는 ‘반MB연대의 실체’가 단순히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는 대안적 가치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을 잊는다면, 대중 또한 기계적인 후보단일화에서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7.28 재·보궐선거일인 28일 저녁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광빌딩에 위치한 민주당 장상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장상 후보와 후보단일화한 민주노동당 이상규,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가 개표방송을 지켜본 뒤 선거사무실을 나서고 사진글:오마이뉴스 .유성호기자 ©민족의 소리 자주역사신보/서울의 소리편집 


반MB연대, 내용 갖춘 연대 되어야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재·보궐 선거와 달리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앞으로도 되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역시 “민심이 돌아왔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촛불시위에서 촉발된 대중의 반MB정서의 형태가 단순히 정당 간의 후보조율의 문제로만 머무를 경우, 민심은 야당도 여당도 선택하지 않는 정치적 냉소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차별성을 알 수 없는 후보 가운데 조금 덜 후진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후원금을 기부하고 불철주야 인터넷에서, 직장에서, 여러 모임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반한나라당’ 구호 외에 어떤 비전도 제시 못했고, 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선 상황에서 치러진 2008년 4월 총선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6.1%에 머물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2004년의 총선 투표율은 60.6%였다). 2008년 총선을 휘감은 대중적 정서는 ‘냉소주의’와 ‘관심 없음’이었고, 이를 극복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대중의 자발적인 촛불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지난 지방선거 결과 역시 대중적 노력에 대한 야당의 ‘무임승차’였다는 이야기는 빈 말이 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불만을 느끼는 대중들이 요구하는 ‘반MB연대’는 ‘묻지마 지지’ 같은 것이 아니다. 또한 대중이 만족할 수 없는 후보를, 단지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침잠을 포기하며 투표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반MB적 대중’의 야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야당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분노에 걸맞는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뼈져리게 인식해야만 한다.

야당이 한목소리로 외쳐왔던 반MB연대는 이제라도 정치타협이나 단순한 여론조사 따위로 후보를 합치는 전술적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MB연대가 그 어떤 대안적 가치도 내포하지 않는다면, 반한나라당과 반민주당의 적대적 대립구도 사이에서 어떤 탈출구도 없이 쳇바퀴 돌 듯 헤매는 87년체제의 사슬을 끊어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반MB연대에 동참했던 야당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이좋은 연대’라기보다 오히려 선명한 자기 활동이다. 각 당이 선명한 정체성과 비전 경쟁을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각 당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 때만이, 설령 후보단일화를 한다 하더라도 ‘내용 있는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결과에 보인 대중의 짜증은 ‘국민들은 다 아는 데 야당들만 모르는 것 같은’ 이 오묘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감정일 것이다.

원문출처:http://nci.or.kr/bbs/board.php?bo_table=nci_news&wr_id=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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