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주진우 2심도 무죄, 언론의 자유를 지킨 최소한의 판결공적 인물 혹은 권력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김어준, 주진우. 이름을 듣는(보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뉠 것이다. 야권 진영의 최전선에서 싸웠던 만큼 누구보다 정치색이 뚜렷하다. 그렇다고 해서 야권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다소 (욕설이 섞인) 과격한 발언과 다소 보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기괴(?)한 행동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혹자들은 이들이 진보 진영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만큼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렇듯 우리는 김어준(딴지일보 총수)과 주진우(<시사IN> 기자)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빠'가 되어 그들을 응원할 수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싫어할 수도 있다. 인물 개개인에 대한 선호나 호감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적인 부분과 그들 '언론인(言論人)' 또는 '기자(記者)'라는 사실을 구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김어준(또는 주진우)이 싫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가 언론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것이고, 따라서 그는 대한민국의 언론인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김어준(또는 주진우)도 기자냐?"라고 반문한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이뤄질 수 없다. 이는 객관적인 팩트마저 무시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자. 그가 아무리 싫어도, 그가 언론인(기자)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애석하게도 이는 정반대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장황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까닭은 바로 이들이 '보도(報道)'를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1월 30일 <시사IN>의 주진우는 '박근혜 후보 5촌 조카 살인 사건의 새로운 의혹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어서 12월 8일에는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봉주24회(으스스한 가족이야기)'에서 <시사저널>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관련 이야기를 방송했다.
살인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시사IN>의 보도가 나간 이후 주진우 기자를 고소했고, 검찰은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대표가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박근혜의 낙선을 목적으로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마치 살해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함과 동시에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박지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두 사람을 기소했다. (여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까지 더해져 총 3가지 혐의로 재판이 시작되게 된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2013년 10월 23일 열린 최종 평결에서 9명의 배심원들은 김어준과 주진우 두 사람에게 무죄를 평결했고,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항소심이 열렸던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피고인들이 제기한 의혹은 진위 여부와 별개로 그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있다"며 "기사와 방송의 전체 취지를 봐도 피고인들이 의혹 내용에 대해 허위라는 인식을 갖고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던 1심에 대해 검찰과 보수 단체들이 '감성 재판'이라며 폄훼했던 것을 말끔히 해소한 재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원심 역시 배심원 선정기일의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배심원후보자에 대한 질문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해 공정한 재판을 맡을 배심원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배심원 선정이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배심원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일축했다.
기자(언론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입에 재갈을 물리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고소를 당하고, 기소 절차를 밟아 재판에 임하게 되는 과정은 일반인이 경험하기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물리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다. 역시 가장 힘든 것은 기자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없다는 점이다. 재판을 받는 동안 시간에 쫓기기도 하지만, '이러다 또 고소를 당하는 건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980년대 '폴웰 대 플린드' 사건을 통해 언론 자유가 명확히 확립이 됐다. 사회적 위상이 대단했던 복음전도사 제리 폴웰은 포르노 산업에 대해 (당연하겠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해왔다. 그러자 가장 노골적이었던 포르노 잡지 '허슬러(Hustler)' 발행인 래리 플린트는 반격을 가했다. 제리 폴웰을 성적으로 저급하게 묘사한 것이다. 이에 폴웰은 플린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무려 4년 동안의 재판을 거친 끝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를 단순히 플린트의 승리라고 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는 공무원이나 공적 인물이 자신을 풍자하는 만화 광고를 이유로 불법 행위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케이스는 다를 수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어준과 주진우의 경우에는 재판부의 표현처럼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있"는 보도였고, "기사와 방송의 전체 취지를 봐도 피고인들이 의혹 내용에 대해 허위라는 인식을 갖고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검찰이 혹은 국가 권력이 나서서 언론인(기자)을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언론의 자유 · 표현의 자유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망가져 버렸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아직까지 최소한의 선은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김어준과 주진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고,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인(기자)'으로서 김어준과 주진우를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달라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 혹은 정치적인 입장 차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공적 인물 혹은 권력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언론인(기자)이고, 우리는 최전선에서 권력과 충돌하는 그들을 지켜주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도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사회를 듣는 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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