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과 관련,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이들 문건을 보고받은 박근혜 동생 박지만에 대해선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여부는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검찰이 왜 조응천, 박관천 등 세칭 '양천'만 기소하고 정보를 전달받은 박지만은 왜 기소하지 않는가를 놓고 벌써부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요컨대 검찰의 수사결과는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공동범행으로 결론지었다. 박 경정이 작성 문건을 조 전 비서관에 보고하면 조 전 비서관이 이를 곧바로 박지만에게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허위 사실' 공문서를 양산해 이를 박지만과 언론에 유출시킴으로써 있지도 않은 '비선세력의 국정농단' 파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검찰 논법은 문제의 '정윤회 문건' 등은 찌라시 수준이나 청와대 공문서인만큼 양천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공문서를 수시로 보고받은 박지만도 기소해야 마땅하다. 박지만이 비록 대통령의 동생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양천만 기소하고 박 회장을 뺀 것은 철저한 자기 모순이다. 박근혜가 사건 발발 초기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성역 있는 수사'로 끝났다는 세간의 빈축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정윤회 문건 파동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우선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정윤회 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통신 자료, 모임 장소로 지목된 식당의 예약 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문건에서 언급된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 3일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유사한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문건' 등 공직기강비서관이 작성한 17건의 문건을 박지만의 측근인 전재기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문건에는 '정윤회 문건'을 위시해 'EG 대주주(박지만)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과시자 동향보고', 'VIP 인척 친분과시 공직자 동향 보고', '240억원 법인주식 횡령 피의자와 VIP인척 유착 관련 동향',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VIP친분과시 등) 보고', '전북지역 군부대 이전 관련 VIP인척 유언비어 조치 결과' 등 박지만 회장 관련 문건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박 경정은 또한 지난해 2월 경찰로 복귀하기에 앞서 '정윤회 문건'을 포함해 14건의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가지고 나와 정보분실장 사무실과 도봉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사무실 등에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문건 역시 자살한 최경락 경위와 한모 경위 등을 통해 <세계일보>에 유출된 뒤 박지만에게도 건네졌다.
이같은 불형평성은 곧바로 수사의 신뢰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혹여, 검찰이 '박지만의 입'을 두려워해 박을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만의 한 지인은 박지만에 대한 검찰 수사 직후 언론에 “박 회장이 ‘다 풀어놓고 싶지만 내가 좀 손해를 보고 안고 가자’는 생각으로 말을 아꼈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이밖에도 사건의 진실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문건 유포 주범으로 지목한 최경락 경위는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자살했고, 또다른 관련자인 한모 경위는 JTBC에 청와대 회유 사실을 폭로하는 육성 인터뷰를 한 뒤 정신착락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정윤회 문건' 파동후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 여권인사들의 국정농단 증언이 잇따랐지만 이 또한 수사대상에선 열외였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다수 국민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앞으로도 비선 개입 논란이 계속 '진행형'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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