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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과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인은 한마디로 '돈 때문에 산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0/03 [23:14]

'독일인'과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인은 한마디로 '돈 때문에 산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0/03 [23:14]

독일인은 무엇으로 사나요?

(질문입니다. 유학생이든, 교민이든 독일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이곳에 글을 종종 올리지만 사실 독일 생활 이제 1년 밖에 안됐습니다. 그럼에도 1년 동안 많은 것을 얻어가고자 여기 저기 돌아다녀보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보았습니다. 여전히 더 알고 싶은 것은 이 사람들의 '먹고사니즘'입니다. 알려진 국력에 비해 그다지 부유해보이지도 않고(과시적 소비가 없죠), 매장에 가 봐도 늘 한가로운 분위기에 밤이 되면 껌껌해지는 거리를 거닐며 대체 독일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나 하는 생각도 자주 해봅니다. 한국처럼 크고 비싼 자동차도 별로 안 보이고(여기가 베를린이긴 합니다),

 

장 볼 때도 소심하리만큼 가격 따져가며 조금씩만 구입하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은 대체 돈을 어디다 쓰는지 궁금해집니다. 누군가는 여름휴가를 위해 산다고 합니다만, 여름휴가비가 아무리 많이 든다 해도 어디 한국사람 주택 대출비나 교육비만큼 하겠어요?

독일 사람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누가 한국 사람은 무엇으로 사냐고 묻는다면 가볍게 대답해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오로지 돈 때문에 산다고. 그리고 돈 때문에 죽기도 한다"고. 아이들은 좋은 대학가기 위해, 대학생은 좋은 직장을 위해 잠도 안자고 공부하지만 그거 다 결국은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고. 좋은 직장 들어가면? 그것도 끝이 아니죠. 

제 친구 중에 연봉이 5천~7천만원 되는 애들도 만나보면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들어보면 완전히 틀린 얘기도 아니더군요. 어차피 10년 20년 그 자리 보장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 많은 돈 벌어도 다 어디로 빠져나가서 실제로 쥐어지는 돈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여기에 악마 같은 디테일이 있습니다. 교육비, 대출비는 논외로 하고요, 경조사비, 체면유지비, (유행에 따라 소비를 해야하는) 트렌드 추종비, 외식비, 통신비, 사보험비를 다 합하면 만만치 않게 돈이 빠져나간답니다. 차있는 사람은 차량유지비도 들죠. 연봉이 그 정도면 독일에서도 적은 축이 아닌데도, 저런 식의 의미 없는 지출들이 반성없이, 때로는 기업의 상술로 인해(혹은 소비적 욕망에 의해)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국의 사보험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죠. 사실 그 돈 그대로 모아서 건강보험에 쏟아 부으면 전 국민 무상의료가 가능하다는 비경제학적 분석도 있긴 합니다. 아무튼 실제 사고를 당했을 때는 지급률이 60%도 안 되는 이런 불량제품을 구입하는(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 전혀 아니란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보험설계사는 상위 1%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족, 친지, 지인들을 가입시킨 후 일을 포기하게 됩니다. 회사도 그걸 알고 월급 없는 실적제로 '고용(?)'하고 버리는 사실상 다단계나 다름없이 운영하는 게 한국 보험사들입니다)

 

진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게 한국 기업이고 소비자들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갑자기 얼마 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감정가 3조원짜리 강남부지를 10조원에 베팅한걸 애국이라 자랑한 게 생각나네요.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건데 말도 안 되는 배임행위를 애국이라니…….

자, 다시 돌아와서, 저는 경제학도가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합리적 사고나 행위를 왜곡하는 사회적 조건이 뭔지에 더 관심이 갑니다. 사회문제를 근본적인 진단 없이 무조건 법이나 제도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순간, 정작 필요한 토론은 사라지고 풍선효과로 인해 문제는 더 왜곡된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을 봅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대표적인 예인데, 부모들이 왜 사교육에 '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지 못하고 송파구 싱크홀 메우듯이 덮어버리는 접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있는데요, 여기서는 사교육이 실제로 학습 효과가 없고 장기적으로도 자녀의 독립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해내고 책 발간, 언론, 강연 등을 통해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죠. 하지만 한국의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은 합리나 이성 저 밑에 있는 불안구조(누군가에게는 욕망)에서 기인한다는 것에 그 복잡함이 있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마디로 돈 때문에 산다.

근데 돈이 정말 부족해서 그러냐?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독일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정상적/비생산적 소모비용이 가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많은데, 그것은 타당한 이유를 가진 지출이라기보다는 정책실패와 사회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일종의 증상에 가깝다. 그렇게 때문에 돈이 좀 있다는 사람들도 가급적이면 한국을 떠나려 하고,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것의 원인과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인의 돈에 대한 집착은 더 심각해질 것이며, 우리의 앞날은 어두워질 것이다.

 

자, 다시 돌아와서, 저는 경제학도가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합리적 사고나 행위를 왜곡하는 사회적 조건이 뭔지에 더 관심이 갑니다. 사회문제를 근본적인 진단 없이 무조건 법이나 제도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순간, 정작 필요한 토론은 사라지고 풍선효과로 인해 문제는 더 왜곡된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을 봅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대표적인 예인데, 부모들이 왜 사교육에 '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지 못하고 송파구 싱크홀 메우듯이 덮어버리는 접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글쓴이 : 다잘될거야               

 

답글

 

베풀 anpigone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봐도 한국사람들은 (제 친척과 그냥 비교할때)  항상 불안해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독일 서민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거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품위유지 (저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명목의 돈이라고 하겠습니다)  비용을 무척이나 많이들 쓰는거 같아요.  저를 어떤 고급스러운 바라고 데려가면 너무한 술값, 맛도 없는 이탤리 식당에서 낸 비용등... 저 개인적 의견이지만 겉치레만 하는 그런게 정말 실속 없어보이거든요. 

 

왜 그 돈을 벌고자 늦게까지 근무하느라 시간이 없고, 애들은 학원에다 뭐에다,  부모손이 아니라 돈에 맡기면서 방임방치하고 부모는 항상 피곤하다, 시간 없다, 또 돈 없을까봐 난리. 그러면 아끼면서 살고, 대신에 애들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면 좋겠는데 그건 또 절대 안된다고 보고 있어요.  제 친척들은 대기업에 다니던 저의 부부가 다른 삶을 원하면서 직장 때려치운 사건을 아직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요. 아무리 우리가 원해서 그만두었다 해도 그들 속으로는 "아마 짤렸겠지" 입니다. 아, 이제는 그냥 그들 맘대로 생각하라고 내버려두거든요... 할 수 없죠.

 

저 개인적으로는 좀 억울한 점도 있는게 저는 혼자이지만 저의 사촌들 모두 합치면 30명이 넘거든요. 지난 10 여년간 저희 집에서 묵으면서 관광하고, 또 제가 그들에게 누나 언니다보니 그들 데리고 여행하고 먹이고 등.  사실은 한도 끝도 없이 시간과 돈을 베풀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친척들이 상상하는 "황금빛 성공"의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고마움도 없이 항상 시큰둥하다는 것이죠. 저에겐 -저의 친척들만 두고 보자면-  한국 50대- 60대중반 세대는 정말 콱 막혀있는거 같아요. 말로는 풍요로운 삶, 삶의 품질 해대지만 사실은 그게 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와만 연관 있는거 같고.

 

그동안 저를 찾아온 수많은 사촌들 중, 근사한 자동차와 명품만 찾는 20대 초반의 할머니, 할아버지 대접도 무지 많이 해봤지만 그래도 좋았던건 그들 중 가장 나이어린 친구들 두명과 -여자애와 남자애- 친해졌다는 것인데요.  둘다 아주 똑똑하고 좋더라고요. 나이 어린데도 제가 항상 그들로부터 배운답니다. 그들은 이제 -한국식으로 굳이 따지자면- 우수한 명문대 나왔는데 독일 방문왔을 때 제가 주로 다니는 곳, 저의 친구들도 만났고... 그냥 우리 사는 모습 그대로 보고 갔어요. 우리집 야영하고 낚시하던 거, 함께 밤에 풀밭에 누워 와인마셨던거, 자전거타고 100킬로미터를 달리다 너무 지치고 배고팠던 기억, 우리집 애들이 용돈을 보충하고자 벼룩시장에서 지들 장난감과 옷을 내다 팔던 광경... ;; 

 

사실은 초라하고 사소로운 이런 것들을  보고 갔을 뿐인데 그런 걸 무척 그리워하면서 저보러 우리 가문에서 가장 행복하게 산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친척들로부터 항상 시덥잖은 눈길만 받아본 저로서는 그게 진짜 기뻤어요. 그들은 저희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아직 컨텍하는 모양인데요. 아무튼 저는 그들을 보면 "한국에 이런 대단한 인재가 있다!" 너무도 자랑스럽고... 그것이 저에겐 대단한 희망이 되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꼬이고 복잡한 미래를 그들이 감당해야하는게 불쌍하고 미안하고 그래요.

 

돈은 저에게도 무지 중요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삶을 살아가지요. 적당히 그 중간을 간다는게 말이 쉽지, 사실상 매우 어려운 곡예이긴 합니다. 그러나 돈은 대체로 하인처럼 봐야하는거 같아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무엇이지, 내가 떠받들어야 하는게 아니라는 것.  하인이 나를 지배한다면 나는 더 이상 주인자격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랭킹에 의존하는 삶을 살면 정말 안되는거 같아요.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 40이 넘었으니 경험을 좀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저 어릴적 내노라 했던 성적 다투고 아름답고 잘사는 집안의 화려했던 애들을 40대에 다시 만나보니 그들이 반드시 더 출세하는 것도 아니고 또 출세하고 돈이 더 많다해도 더 행복한 것도 아니더란 것이죠. 누구는 남편이 바람피운다고, 누구는 애가 마약을 한다고, 누구는 사기를 당했다고, 누구는 돈은 많은데 병들어서 70세 할머니처럼 폭싹 늙어가지고 참 보기에 뭣하고... 만나보면 다들 각자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더군요.  그러니까 돈이 상대적으로 별로 없는 저와 별 차이가 없더란 거에요.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품위유지의 명목으로 무슨 쓰레기처럼 내던지는 그 비용을 다 모은다면 가난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 갖다바치는 시간을 애들에게 좀더 할애할 수 있고... 사실 행복이란 다이아몬드나 황금처럼 빛나는게 아니거든요.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인거 같기도 해요.

 

fatamorgana

다잘될거야 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돈이 목적과 이유 자체가 되어 버린 세상은 병든 세상입니다. 숭고한 가치와 뜻, 심지어 삶과 죽음 마저도 모두 돈과 생산성으로 따지려 드는 세상. 돈이 오롯이 꿈과 우상이 되어 버린 그런 세상은 아픈 세상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가 좀 더 심한 듯 합니다. 그렇게 병들어 버린 세상에서는, '돈이 많다고 해서 진정한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단순한 진실을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진부한 문구로 치부하려 합니다.

 

돈이 그저 불편함을 덜어 주는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라면, 돈이 부족해 불편한 이들과 나눌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선뜻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벌써 오래 전 부터 우리는 돈과 돈에 대한 집착에 병들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있으면 조금 더 갖고 싶고, 더 갖고 나면 조금이라도 없어질까 불안하고, 남이 더 가진 것을 보면 어떻게든 나도 그만큼, 내가 더, 갖고 싶고, 다 잃고 나면 삶 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양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스스로의 욕망 앞에 한없이 나약한 우리네 모습입니다. 결코 제 삶에서 돈을 절대적인 무엇으로 여기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어렵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가진 것 모두 내어 놓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gomdanji

독일과 한국의 차이는 지난 60-70년간 국가의 의무에 있어서 계속 다르게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라고 저는 봅니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국가, 즉 세금으로 대학까지 (대학원, 심지어 박사과정도) 공교육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사교육비는 독일사람들이 들으면 이해 불가능) 독일의 경우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오히려 당시 계급, 계층의식을 당연히 여기던 시민들의 의식을 교육제도를 확대함으로써 그 의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1960년대 70년 대 초에 산업사회로 자리매김한 독일은 곳곳에 대학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과거에 없었던 지역, 예를 들면 Ruhrgebiet, Bremen, Bielefeld 등등,에 대학들을 만들었으나 처음에는 계급, 계층의식때문에 그런 집안에서 자녀들이 대학이나 김나지움을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한 경우, 이 사람은 그 동네자체가 노동자 중심 지역이었는데 이 사람이 대학을 가서 의학을 공부한다고 하니 그 동네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변하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죠.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원하면 공부를 끝까지 하는 즉 계층과 상관없이 그 개인의 결정이 될 수 있도록 교육제도가 도와주는 것이죠. 그로 인해 한국유학생들도 독일에 오면 학비없이 공부할 수 있는 바탕도 마련이 되었고요.

 

한국의 경우 빈부의 차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깊어지고 하니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사교육비가 껌값이겠지만 평범한 가정들에게는 옛날부터 땅 팔아서 교육비를 부담하고 땅이 없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노동강도가 높은 일을 하면서 허리를 졸라매고 자녀들의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으니 사실 이게 말이 됩니까? 한국의 사교육기관들이 국가와 유착되어 있으니 이걸 바꾸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좀 생각하는 사람들 조차 포기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한국이 교육을 공교육화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니면 영원한 쳇바퀴 걸음만을 걸으면서, 결국 시민들과 시민의식은 속박된다고 봅니다.

 

하여간 답답합니다. 너무 길면 읽기 싫어질 것 같아 여기서 줄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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