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베를린 분향소에서 많은 교민과 유학생들께서 이번에 희생되신 분들께 애도와 추모의 뜻을 밝혀 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 살아야 하는 유족들에게 사과는커녕 더 큰 상처만 안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 유가족들은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늘 교통사고로도 그만한 사람은 죽는다'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폄하하는 KBS로 가서 항의시위를 했고, 대통령을 만나겠다면서 청와대 앞에서 밤새 연좌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순수 유족들만 만나겠다'면서 자식 잃고 슬픔 속에 사는 부모들마저 '순수'와 '비순수' 프레임으로 분열시키는 청와대 대변인의 망언, 그리고 '세월호 이후 경제가 나빠져 걱정이다'라는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었습니다.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은 슬픔과 분노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언론과 청와대는 언제나 사람 수백 명 물 속에서 죽은 게 뭐 그리 대수냐는 듯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특히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인 죽어간 분들의 생명은, 잊혀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뜻과 달리 그렇게 쉽게 잊혀져선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낳은 이 사회, 나아가 사고 이후에 무능한 모습만 보여주다 결국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안겨주는 정부의 모습 역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잊지 않고 현실을 바꾸는 것이 죽은 분들에게 진정한 애도를 표하는 길입니다. 이에 우리는 '잊지 않겠다'라는 모토로 5월 18일 오후에 침묵행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침묵행진은 미주지역 교포분들의 제안에 힘입어 국제연대 형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어제 모임에서 정해진 사항들을 안내해드립니다.
<베를린 침묵행진 안내> 1. 일시: 5월 18일 오후 3시 2. 장소: 브란덴부르크 문, Pariser Platz에서 모임. 이후 Potsdamer Platz를 거쳐 행진. (일시와 장소는 변경될 경우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몇 가지 추가적인 공지사항들이 더 있습니다. 1. 참여하실 분들은 애도를 의미하는 검은 복장으로 와 주시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메세지를 적은 팻말종이를 노란색으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손수 제작해오실 분들께서는 노란색 종이(A3크기)로 통일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우리의 '말 없는 항거'를 보여주고, 한국에서 진상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유가족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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