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오후 7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거나 국화를 들고 혹은 노란 리본을 달기도 했다. 뉴스민(http://www.newsmin.co.kr/)보도에 따르면 대구지역 한 시민의 제안으로 촉발된 침묵시위는 짜인 프로그램 없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발언으로 진행됐다. 이날 침묵시위에는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으며, 초반 100여 명으로 시작한 시위는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의 참여로 행사가 마무리된 오후 8시경 230여 명으로 늘어났다. 자유발언에 나선 박도현(18, 수성구)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배가 가라앉은 것은 당연히 대통령의 잘못도 있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수상이다.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고 발언을 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한 사람이 피랍돼 죽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번에 300명이 죽었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미연(45, 달서구) 씨는 “가정주부다. 고2 딸과 중2 아들이 있다. 세월호 침몰하면서 이 나라를 믿고 따를 수 없게 됐다”며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 많다. 진실 밝히고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지방선거에서 우리 생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박근혜 대통령 들어 보인 국가부패에도 가만히 있었다. 민영화를 한다고 해도 가만히 있었다. 부끄러웠다”며 “제일 무서운 것이 사상이다. 자본주의 사상, 뭐든지 돈이 면 다 되고 성장하면 다 된다는 사상이 문제다. 과거 이런 사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그대로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지혜(24, 북구) 씨는 “큰일이 있어도 집에서 화만 내고 욕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라 꼴이 개판이다”며 “대통령은 책임 묻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다. 유신 시대도 아니고 왜 우리가 자기들 눈치를 봐야하나. 직장 때문에 평일은 어렵지만, 주말에는 꼭 참여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자유발언이 끝나고 이들은 동성로 일대를 행진했다. 오후 8시, 구 한일극장 앞에서 행진을 마친 이들은 둥글게 모여 다시 확성기를 주고받았다. 대구시의 한 교사는 “교직 생활을 오래 했다. 그 상황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것 같다”며 “이 순간에도 겁이 난다. 누가 찍지는 않을까. 세월호 대통령 SNS로 비판했다고 교사가 징계를 받는 세상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가만히 있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시키는 대로 말만 듣고 살아서는 안 된다. 나라가 침몰해도 가만히 있다면 가라앉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황연민(28, 달서구) 씨는 “세월호 당시 며칠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제 25일째다. 세월호와 함께 내 일상도 가라앉았다.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 한다. 대형 미디어 언론은 믿을 수 없다. 비영리 독립 미디어 후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번 침묵시위를 제안한 김민정(29, 남구) 씨는 “뭐라도 같이 하고 싶었다. 참사가 잊혀서는 안 된다. 울면서 착하게 추모만 해서도 안 된다. 선장과 유병언을 죽일 놈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햇다. 김 씨는 “세월호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정권 퇴진만으로 해결될 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이 들어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선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가만히 있으라'
한편 서울에서도 10일 오후 2시와 4시 홍대입구와 명동성당에서는 경희대 재학생 용혜인(25·여)씨가 기획한 '가만히 있으라' 3차 침묵 행진이 열렸다. 검은색 옷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노란 리본이 묶인 국화와 '가만히 있으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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