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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은 정말 박근혜의 ‘간접사과’로 국민이 위로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5/02 [20:43]

김한길은 정말 박근혜의 ‘간접사과’로 국민이 위로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5/02 [20:43]
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정치부 김백겸 기자입니다.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옮기고 나서는 처음 쓰는 기자 편지입니다. 사회부에서는 발로 뛰다가 정치부에 와서는 국회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저는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급파됐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이 대부분 진도 현장으로 취재를 가서 임시로 지원을 간 셈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안산시 전체가 충격과 슬픔으로 비통한 분위기였습니다. 그곳에서 8일 정도 취재를 하면서 지켜보니 희생자 유족들의 슬픔과 비통함이 저절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국회로 복귀하고 나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한 숨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과 아닌 사과’를 했습니다. 기자회견도, 담화 형식도 아닌 국무위원들을 앞에 앉혀 놓고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국민 사과에 의례 등장하는 ‘사죄드린다’, ‘책임에 통감한다’는 말 대신 “모르겠다”, “마음이 무겁다”는 말뿐인, 대통령의 심경 토로에 가까운 발언이었습니다. “모르겠다”라니…. 어쩌면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과 상태를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죄하는 모습이 아닌, 미리 준비한 대본을 보기 위해 머리를 숙여가며 발언을 ‘읽어 내려간’ 대통령의 모습이 사과하는 모습이라고는 누구라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사과 아닌 사과, ‘간접 사과’로 이름 지었습니다. 곳곳에서는 ‘간접사과’의 방식과 시기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사고 14일 만에 밝힌 사과 내용인데다가 회의에서 국무위원을 앞에 두고 한 사과를 대국민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 번 답답했던 건, 지금 정부·여당의 책임을 누구보다 강하게 질책해야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공동대표의 박 대통령의 ‘간접사과’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이날 김 대표는 “오늘이나마 박근혜 대통령께서 사과의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대표는 정말 박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김 대표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 이어지는 말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는 “국정의 책임 있는 사람들, 대통령부터 야당 정치인까지 모두가 죄인”이라며 자신도 사과를 했습니다. 물론 포괄적으로 보자면 정치권 전체가 죄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이 있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부하들을 질책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는 마당에, 야당이 ‘우리 모두 죄인’이라며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책임져야할 사람과 따질 사람이 뒤바뀐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30일 김 대표는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랐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유가족에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하루 만에 강경한 입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사과를 받는 대상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의 ‘간접사과’에 대해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의 ‘간접사과’는 사과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사과를 받는 당사자가 사과가 아니라고 했으니 김 대표도 더 이상 ‘나도 죄송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늦게나마 유족들의 입장에 따르는 것은 다행이지만, 민심을 먼저 알아채고 그에 따라야할 야당이 유족들이 ‘사과가 아니다’라고 말하니 그때서야 “위로가 되길 바랐지만”이라며 부랴부랴 입장을 선회하며 뒤따라가려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당 관계자들은 처음 지도부의 미온적인 입장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쟁에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울분이 터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를 기다린다”라니...국민들의 공분을 알면서도 지금은 잠시 묵혀두자는 이야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좋은 시기를 기다리는 것은 신중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에 신중하게 처신하려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불신에 차있는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에 썩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더 답답해 졌습니다.

안산에서 유가족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가지며 주로 했던 말은 “이제 와서 뭣하러 왔느냐” 입니다.

부디 새정치연합이 민심을 잘 따라 “이제 와서”라는 울분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민중의 소리 : 김백겸 기자([email protected])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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