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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는 오바마, 뭐 달라고 요구할까?

미국이 한·미 FTA를 넘어서는 추가 개방과 제도 변화를 요구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4/24 [23:48]

한국 오는 오바마, 뭐 달라고 요구할까?

미국이 한·미 FTA를 넘어서는 추가 개방과 제도 변화를 요구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4/24 [23:48]
미국 무역대표부가 작성한 '2014년 무역장벽보고서' 한국판 번역본이 공개됐다. 조만간 있을 미국의 추가적인 외교·통상 압력의 내용과 그 수준을 이 보고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하는 25~26일에 미국이 한·미 FTA를 넘어서는 추가 개방과 제도 변화를 한국에 주문할 거라고 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승인하는 대가로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입장료'가 청구될 거란 설명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도서관에 의뢰해 번역한 후 24일 공개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2014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한국이 현재 시행 중이거나 이후 시행할 '정책' 26개를 한·미 FTA에 어긋나는 사업 또는 허물어야 할 '통상 장벽'이라며 문제 삼았다. 

수입 정책으로는 △ 특혜관세 대우 상품의 원산지 검증 △ 쇠고기·쌀 시장 △ 정부조달 정책 등을 거론했고 △ 산업은행(KDB)의 산업 보조금 정책과 △ 지적 재산권 보호 분야에서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 스크린 쿼터·방송 쿼터 △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중복 심의 △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 자동차 환경 규제 △ 개인 금융정보 보호 제도 △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도 허물어야 할 '장벽' 이라고 보았다. (☞ 관련 기사 보기 : "FTA보다 강력한 TPP, 돌이킬 수 없는 민영화가 온다")

"미국산 오렌지 주스 원산지 검증 너무 과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이 한·미 FTA에 따라 특혜 관세를 받던 미국 상품들이 협정의 원산지 규정을 따르고 있는지를 '지나치게 어려운 방식'으로 검증했다"며 "그 결과 농축 오렌지 주스, 화학 물질, 자동차, 기타 농산품 및 공산품을 포함한 고가의 미국 제품들에 일부 부정적인 판결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와 같은 원산지 검증이 "한·미 FTA 협정에 따른 혜택을 받을 자격을 훼손시켰다"는 우려다. 

쇠고기 시장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한국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한다는 2008년도 쌍무 협정을 맺었다"며 30개월령 미만의 소만 수입하고 있는 현재의 조치를 "과도적 조치"이자 "자발적인 상업적 합의"라고 명시했다. 

쌀 시장에 대해선 의무수입물량(MMA) 협정이 2014년 말에 종료되는 만큼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음 단계를 의논"하고 "미국 공급업체들이 이 시장에 지속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최소한 5만76톤을 일 년에 미국으로부터 구매해야 한다는 할당량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2014년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향후 허물고 싶은 한국의 정책의 내용과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2014년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향후 허물고 싶은 한국의 정책의 내용과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스크린 쿼터는 '낡은' 제약…산업은행 '민영화' 계획 감시"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특혜 산업에 대한 정책적 대출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한국의 산업은행(KDB)과 다른 정부 산하 금융기관의 대출 정책, 그리고 이들에 대한 "민간화(민영화) 계획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전 정권(이명박 정권)에서 KDB를 비롯한 광범위한 국영 기업들에 대한 민간화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이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내 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스크린 쿼터와 방송 쿼터 또한 언급됐다. 현재 국내 영화관은 1년에 최소 73일은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하며, 지상파 방송·라디오는 20%, 케이블·위성방송은 50% 한도에서만 외국 프로그램을 상영할 수 있다. 보고서는 "한·미 FTA는 온라인 비디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이러한 낡은 제약(쿼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점 대기업의 횡포를 제한하려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미국 레스토랑 체인의 확장 계획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동반성장위는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 부문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새 매장을 열 때에 지역적 제한을 받도록 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동반성장위에 우려를 표하고 외국 투자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한국 측에 촉구하고 있다"며 "2014년에도 동반성장위의 활동을 지속해서 모니터링(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 한국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 침해받았다"

보고서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한국 시장 접근 기회를 늘리는 것은 여전히 미국 정부의 주된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2015년 1월 시행되는 환경 정책, '저탄소 차 협력금·부담금 제도(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정책)'에 대해 "미국 정부와 미국 내 이해 당사자와 상담을 거칠 것을 (한국에) 촉구했다'며 "이 정책이 한·미 FTA에 따라 공정하게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9월 한국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일련의 새로운 약품 상한가 책정 정책에 미국의 제약업계가 우려를 표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이 이해관계자(미국 정부와 미국 제약업계)의 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해당 정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번역 보고서를 공개한 박주선 의원은 "해외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의 여러 규정을 일방적으로 유권해석하고 한·미 FTA에서 합의하지 않은 사항을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형식으로 이후 통상 협정이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고 조언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TPP 참여를 서두르는 한국 정부에 '한·미 FTA 완벽 이행'이라는 이름으로 핵심 통상 현안들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를 촉구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 의원은 "정부가 TPP 조급증에 빠져 핵심 국익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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