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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수조 원 혈세 쏟아 토건기업만 좋은 일 했다”

“누가 이런 물에서 유람선 타겠나” 흉흉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10/21 [12:53]

“경인운하, 수조 원 혈세 쏟아 토건기업만 좋은 일 했다”

“누가 이런 물에서 유람선 타겠나” 흉흉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10/21 [12:53]
물류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수도권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냐, 경제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서해와 한강 사이 18㎞를 잇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에 29일부터 유람선이 뜬다. 올해 말로 예정된 준공에 앞서 수자원공사가 시범 운항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29일부터 서울 개화역(9호선)과 김포공항역(5·9호선) 등에서 인천·김포터미널을 오가는 버스 노선을 개설하고, 해양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이 경찰관 56명으로 치안 담당 경찰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다른 기관들도 유람선 운항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한겨례 김영환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13일 돌아본 경인운하는 유람선 운항을 앞둔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서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너비 80m, 수심 6.3m인 주운수로엔 물이 채워져 선박 1척이 시험운항을 하고 있었지만, 수로 주변엔 2차선 경관도로 15.6㎞와 양방향 자전거도로 36㎞, 수변테마공원 등을 조성하느라 덤프트럭과 굴착기 수십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     © 서울의소리

운하가 개통되면 화물용 선박과 관광 유람선, 요트 등이 오가는 동북아 물류거점이자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말한다. 하지만 물류거점은 고사하고 관광명소도 되기 어려워 결국 혈세 낭비와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차량으로 30분 걸리는 거리에 누가 배를 띄워 3~4시간 동안 한가롭게 화물을 실어나르겠는가”라며 “정부가 수조 원의 혈세를 쏟아 토건기업만 좋은 일 했다”고 비판했다.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갈수기 수질이 3~4급수인 한강하구 물에다 갯벌 영양분이 많은 바닷물, 생활하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침출수까지 섞인 물을 ‘인공수조’인 수로에 보름씩 가둬두면 수질오염이 불 보듯 뻔하다”며 “누가 이런 물에서 유람선을 타겠느냐”고 말했다.
 
콘크리트 포장공사가 한창인 주운수로 옆 경관도로를 달리다 보니, 한남정맥의 인천지역 최고봉인 계양산(394m) 줄기를 가로 200m, 세로 100m가량 통째 잘라낸 커다란 협곡이 눈에 띄었다. 계양산 생태계를 단절시킨 곳에다 수자원공사는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스카이워크를 본뜬 원형전망대와 인공폭포를 만들고는 ‘리버사이드 파크’라고 이름붙였다. 김포터미널 부근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라는 클럽하우스 ‘아라 마리나’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운하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12곳(인천 8곳, 김포 4곳)도 대부분 선박 통행을 위해 경사를 높여 마치 놀이시설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주민들은 교량이 높고 진입 램프도 미흡해 우회하는 등 불편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경인아라뱃길 계양피해주민대책위원회의 김낙형(57) 사무총장은 “장기지구에서 계양역을 잇는 다남교는 차로가 좁고 S자로 굽은데다 경사도 심해 야간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굴포천 합류지점에서는 애초 사업 목적이던 굴포천 유역의 홍수 방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홍수 피해를 막으려면 수로가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 항상 물이 채워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인운하는 1992년 상습 침수구역이던 굴포천 유역의 물길을 서해로 빼돌리는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김포시는 관광·레저 수요와 주변 개발 등으로 약 3조 원의 생산 유발과 2만 5000명의 고용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김포터미널 때문에 농지 등을 수용당한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주민들은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내건 채 반발하고 있다. 주민 안길해(61) 씨는 “54가구 주민들이 2년 동안 분진과 매연, 소음 등에 시달려왔는데도, 수자원공사는 국책사업이라며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운하 준공 뒤 항만을 빼고 다리·도로·공원 등을 인수받게 될 인천시는 향후 관리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는 운하 건설로 불거진 주민들의 불편 사항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설물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다.
 





‘혈세 먹는 하마’ 논란
정부는 굴포천 방수로 대신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운하를 건설하면 방수로 유지관리비 116억 원을 절약하면서 육로로 다니는 화물 수송을 분산시켜 교통난 완화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는 달리 유지관리비로만 해마다 수백억 원씩의 국고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선박은 드문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혈세 먹는 하마’ 논란 한국수자원공사가 정부에 국비 5000억 원과 함께 갑문·뱃길 유지관리비로 연 200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경인아라뱃길이 우려한 대로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2조 2458억 원이 투자됐는데, 준공 뒤 40년 동안 회수할 액수는 7000억 원에 불과해 연 375억 원씩 1조 500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항만 및 뱃길이 국가 소유여서 위탁관리 비용을 정부에 요구한 것이고, 1조 5000억 원의 손실 예상액은 국가 지원을 배제하고 예상 물동량도 매우 적게 잡은 결과여서 타당성이 부족한 추정치”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오는 29일 여객유람선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화물선, 요트 등이 차례로 시험 운항에 들어가 내년 3월이면 계획했던 화물선 9척과 여객유람선 9척 등 18척이 운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하는 대량 저가화물을 장시간 장거리 운항할 때 경쟁력이 있는데, 경인운하는 그렇지 못해 배 없는 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경인아라뱃길까지 가려면 유류비·도선료 등을 추가로 들여야 하고, 영종대교 교각 폭이 300m(수로 200m), 아라뱃길의 수로 폭이 80m로 대형 선박의 운항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은 “아라뱃길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선박 간 충돌이 우려돼 교차통행이 어렵고, 영종대교 아래는 물살도 세어 대형 선박의 운항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10노트(시속 18.5㎞) 이하로 운항하되 굽은 구간에서는 8노트 이하로 제한하고, 두 선박의 폭이 20m를 넘으면 교행하지 못하도록 고시했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물류·해운 전공)는 “주변에 인천항과 남항이 있고 북항과 송도신항이 건설 중이어서 추가 비용을 들여서까지 화물선들이 아라뱃길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관광 수요 및 집값 상승? 김포시와 일부 주민들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운하 개설로 관광·레저 수요가 늘고, 운하 주변지역이 개발되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주운수로를 시험 운항하는 유람선을 승선했더니 볼거리가 많고 연결 교통망이 잘돼 있어 관광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석민 교수는 “한강에 취항 중인 유람선도 운영난으로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데, 볼거리가 더 드문 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을 타려고 시간과 비용을 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의 보고서도 뱃길을 횡단하는 다리 가운데 9개는 디자인보다는 크기·넓이에 신경 써 볼거리를 관광객에게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례 김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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