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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6·10 민주항쟁,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다"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20/06/10 [15:12]

문재인 대통령, "6·10 민주항쟁,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다"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

서울의소리 | 입력 : 2020/06/10 [15:12]

문 대통령, 박종철 열사 물고문 욕조 앞에서 "이 자체가 공포감"

 

문재인 대통령이 6.10 민주화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사진/ (청와대 제공)

 

이한열 열사 모친 등 민주운동가 12명 첫 훈장 수여..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 돼주셨던 분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권위주의 시대 고문과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6·10민주항쟁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라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고 했다.

 

더불어 "16년 만에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게 되었고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기본체제를 헌법에 복원하게 되었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의 그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냈다"며 "학생들은 앞장섰고, 회사원들은 손수건을 흔들고,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다. 어머니들은 전투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었으며, 온 국민이 함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를 광장에 심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로부터 서른세 해가 흘렀다"라며 "노동자들이 평등과 단결이라는 햇빛을, 시민들은 공감과 참여라는 햇빛을 나무에 비춰주었고 청년들이 어머니, 아버지가 되면서 우리의 가정에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인권을 돌아보게 되었고,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모두와 함께 천천히, 그러나 결코 방향을 잃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경제 민주화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와 평등이 민주주의의 양 날개"라면서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면서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해서는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이제 남영동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3년 전, 6·10민주항쟁에 함께 했던 시민들과 그 이후에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더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고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성장시킨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남영동이다. 남영역 기차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한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악명 높았던 곳"이라면서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이 오가던 이곳에서 불법연행, 고문조작, 인권침해가 벌어졌고 단지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와 치욕을 겪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고(故)김근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전 의장과 고(故) 박종철 열사를 거론하며 "죽음 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라고 치하했다.

 

아울러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의 용기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코로나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 고(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씨를 비롯해 고 조영래, 고 지학순,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씨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께 훈포장을 수여한다"라며 "한분 한분, 훈포장 하나로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유관단체의 광범위한 추천으로 선정됐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명 한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이라며 "저는 거리와 광장에서 이분들과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기억한다"라고 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훈장을 받는 다른 수여자들 모두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한, 정말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이라며 "그런 분들과 함께 내가 여기서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 종철이 아버지도 이런 날 보고 '거서 뭐하고 있는 거요'라고 하실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가슴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직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7년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이고, 문 대통령이 2017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제30주년 기념식 이후 3년 만에 다시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하고 헌화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조사실에 있는 고인의 영정앞에 헌화했다. 헌화된 꽃은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로, 김 여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장미꽃은 이날 기념식의 주제 중 하나로 6.10 항쟁 당시 경찰에게 장미꽃을 달아주며 저항했던 데서 유래됐다. 동시에 6.10 항쟁으로 인해 활짝 피게 된 민주주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안내를 맡은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괸리소장은 "어떻게 하면 여기에(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끌려온 사람들,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라고 건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고, 남영동 조사실에서 실제로 조사를 받기도 했던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도 문 대통령과 동행해 과거 고문의 기억과 흔적들을 증언했다. 김정숙 여사는 지선 스님의 경험담을 듣던 중 탄식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조사실을 둘러보며 고문용 욕조를 짚어 본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사람의)여러 가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고 참사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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