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경주시장 천불이 난다".. '노재팬 노경주' 불매운동 점화

"전쟁 중 적국에 물자 지원?" 궤변, 해임청원까지.. 주낙영 시장 해명에도 일파만파

정현숙 | 입력 : 2020/05/23 [12:51]

노 재팬(No Japan), 노 경주(No Gyeongju).. "전쟁 중인데 적국에 지원?" 빈축

 

경주시가 일본에 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낙영 경주시장(왼쪽)을 비판하는 글이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왔다. 경주시청 홈페이지 캡처. 사진/뉴스1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도시인 나라시 등에 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하면서 비판 여론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경주시 측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했다"라며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으로 지역 불매운동 조짐으로 비화됐다.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주시가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해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면서 주낙영 경주시장은 급기야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해명 글을 삭제했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에 경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방역물자 지원을 비판하는 글이 하루 만에 1,000건 넘게 쏟아졌다. 시청 자유게시판에 강모 씨는 "대한민국 국민, 경주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이 시국에 일본을 지원한다니, 도대체 이 결정은 누가 한 건가. 그 지원할 물품으로 경주시민이나 국민을 도울 생각은 안 하는 거냐. 정신 차려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 씨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를 언급하며 “경제 전쟁 중인데 적국에 물자를 지원한 꼴”이라며 궤변의 뜻으로 질책했다.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네티즌들도 온라인 상에서 "경주시장 천불 난다. 일본 지원은 매국 행위다", "경주 여행 계획 중인 거 취소하겠다", "앞으로 경주는 다시 갈 일 없을 듯하다" 등의 글을 남기며 항의의 뜻으로 경주 불매를 시사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일본에 물품 지원을 하면서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라며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까지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일본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했고,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 방역 대처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대부분의 나라가 인정하고 있지만, 산케이 등 일본 언론은 “한국이 일본에 방역물품 지원하고 싶으면 사죄부터 해야!”, “한국이 일본에 방역물품 지원하고 싶으면 익명으로라도 해야”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취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일본에 마스크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마스크 문제는 중대본 차원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명확히 했다. 실제 정부는 미국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등 22개 유엔 참전국에는 마스크 총 100만 장을 지원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주 시장을 파면, 해임하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지원된 비축분에 대해 임의로 국외반출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중앙정부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일본 정부가 먼저 공식 요청하지 않는 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겠다며 고심 중인데 지자체가 부적절한 시기에 오지랖을 떨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일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데 대해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라며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래통합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주 시장은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며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 아닐까?"라며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는 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방역에 여유가 생긴 우리 시가 지원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 시장의 해명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일파만파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노 재팬(No Japan)과 같이 노 경주(No Gyeongju), 경주에 가지 않겠습니다.”라는 지역불매까지 거론됐다.

 

거센 비판이 계속되자 주 시장은 결국 페이스북에 올렸던 해명성 입장문을 삭제했다. 그런데도 경주시민들은 주 시장의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며 일본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주낙영 경주시장이 2018년 일본 나라시 특별명예시민이 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 기사를 첨부하고 비판에 나섰다. "경주시가 왜 저러나 했더니"라며 "일본 명예 시민님의 충정을 몰라봤네요. 그냥 본국 가서 살아요. 대한민국 시장 하지 말고"라고 비꼬았다.

 

 

다음은 주낙영 경주시장이 일본 방역물품 지원 보도 기사에 올라온 댓글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 댓글,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 일부를 발췌했다. 시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대체로 일본 지원 거부에 대한 격앙된 반응으로 취지는 비슷하다.

 

이들은 "뭐? 시민께 이해를 구해? 이게 국민이 이해 해야 할 사항이야? 현 상황을 이해 해야 하는 것은 당신이야. 이 한심한 사람아"

 

"누구 맘대로 일본에 기부를 하냐. 당신이 뭔데 대한민국 국민들 자존심을 짓밟냐", "게시물은 왜 지우냐. 댓글 계속 달 거다" 

 

"동일본 대지진 때 우리나라가 제일 많은 성금을 보내고 제일 많은 구조대를 파견해 가장 늦게 철수했다. 근데 돌아온 건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다. 강제징용 피해 보상 못 해준다'와 '혐한뿐이었다'"

 

"경주시는 돈이 썩어나는가 보네. 저게다 세금인데 마스크 못사는 저소득층에게 지원은 했냐? 개인적으로 도왔다면 상관없겠는데 세금으로 도왔을 거잖아. 어느 국민 하나가 잘했다 하지 않은 건 받은 상처가 크다는 얘기아닐까? 일본이 언제 고맙다 한 적이 있던가?"

 

"도와주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그것도 때와 상대가 누구인지를 봐가면서 해야지? 국민 정서와는 동 떨어진 건 아닌지? 지자체 시민들의 의견이 어떤지도 봐가면서 했어야지?"

 

"이거 무슨돈으로 지원했냐? 니 개인재산이면 상관 없지만 경주시 예산아면 공금 유용 배임죄다. 경주시는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낱낱히 밝혀야 할것이다"

일본 방역물품 지원 비판에 주낙영 경주시장이 22일 올린 페이스북 입장문 지금은 삭제 되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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