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비판' 중계식 보도 '조중동'과 '한국 비판' 편향 보도 '일본언론'의 문제점

"日 국민들, 스캔들로 물러난 법무상 이름은 모르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은 기억"

정현숙 | 입력 : 2019/12/05 [11:09]

"한일 갈등, 언론 과다·과잉보도가 부추겨" 자성

한국언론재단은 4일 프레스센터에서 '한일 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언론재단 제공 사진/뉴스1

 

수출규제 강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 등 민감한 사안들로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양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 포럼에서 나빠진 한일관계를 전한 양국 언론의 보도에서 ‘과잉보도’, ‘정파적 보도’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언론의 경우 '중계식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는 점, 갈등 상황을 이용한 정파적 보도가 대립하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영흠 협성대학교 교수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단순 중계식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아 한일 갈등에 대한 합리적인 공론 형성 기여엔 부족했다"라면서 “한일관계 보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민족주의보다 오히려 한일 갈등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는 정파적 보도 양태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한일 관계 보도에서 현안의 본질보다 문재인 정부의 비판에 초점을 맞췄으며, 한겨레의 경우 비교적 정부의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일본 책임을 강조했지만 보수 성향의 정권에서도 지금과 동일했을지는 의문시된다는 설명이다.

이홍천 일본 도쿄도시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일본 언론의 관련 보도 시간이 아베 총리 ‘사쿠라 스캔들’보다 4배 이상 많았다며 “내용은 ‘미국 압력에 굴복한 결과’, ‘일본 완승’을 강조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 언론이 한국을 다루는 열성을 국내 문제로 돌렸다면 아베 수상은 역대 최장기 집권이라는 기록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갈등을 부추기는 옐로우저널리즘은 미디어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에게도 정서적인 상처를 안겨준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일본 신문 클리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ELNET 검색한 결과에선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밝힌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한국 관련 뉴스는 총 1만3208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본 언론이 하루 평균 147건의 한국 관련 뉴스를 쏟아낸 셈이다.

 

키워드별로는 문재인 2215건, 수출 규제 1100건, 지소미아가 796건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국 관련 정보로 방송에 소개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조선·동아·중앙일보의 일본어판을 참조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조중동만큼 좋은 정보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최근 일본의 한국 관련 보도가 과열, 과잉되고 있다면서 특히 정보를 전달, 설명해 주는 형식의 TV '와이드쇼'에서 가십거리로 한국 뉴스, 혐한(嫌韓)이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과잉 보도는 일본 정보 프로그램인 '정보 와이드쇼'에서 유독 심했다.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종료를 선언한 8월 넷째주 방송 뉴스는 여기에 18시간 37분, 와이드쇼는 20시간 50분을 할애했다.

'정보 와이드쇼'는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친절하게 해설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지만 한국 정치나 한국인을 바보 취급하는 보도, 출연자들이 생방송에서 혐한 발언을 하거나 시청자들에게 혐한을 조장하는 행동을 보이는 등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의 와이드쇼 프로그램은 9~10월 스캔들로 물러난 일본 카와이 법무장관 소식(181건)보다 조국 법무부장관 의혹을 4배 이상 내보냈다고 이 교수는 언급하면서 “카와이 장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한국의 법무장관 이름은 기억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를 보도하면 일본 방송화면.

 

와이드쇼에 출연하는 패널들의 혐한 발언도 문제다. 이 교수는 “출연자들이 생방송에서 혐한 발언을 하거나, 시청자에게 혐한을 조장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며 “전문가로 초대되는 게스트도 편향되어 있어 한국에 우호적인 게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텔레비전 아사히 계열의 <와이드 스크램블>에 나온 출연자는 단한(斷韓)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한 뒤 ”한국 관련 뉴스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일본어판을 참조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의 편향성도 두드러진다“고 했다. 

그는 ‘과잉보도’와 함께 ‘한국의 대응이 국내 정치용'이라거나 ’한일관계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아전인수격 해석과 ‘감정적인 한국, 이성적인 일본 갈등 프레임’을 보도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 교수는 "민감한 국내 정치를 다뤄서 아베 정권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것 보다는 적은 비용에 시청률도 얻을 수 있는 '한국 때리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와이드쇼의 내용은 대부분 조중동같은 한국 보수 성향 언론의 일본어판 신문 보도를 인용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또 이 내용이 트위터와 블로그에 인용되면서 인터넷 여론으로 재생산되고 그 내용이 다시 방송에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는 "자국 문제를 보도하면 아베 총리 측에서 클레임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총리 관저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보다 한국 비판 보도를 하면 클레임도 안 받고 시청률도 챙길 수 있고 정부에서 불만도 없다"라며 보도 배경을 짚었다.

모치즈키 기자는 "8개월 연속 실질임금이 줄어들었는데 지소미아 관련 기사가 더 많이 나온 건 문제였다고 본다"라면서 이는 일본 언론이 관저(총리실)와 정부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무라 다카히로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은 "와이드쇼가 일본인들이 체감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한국과의 갈등 때문에 일본 경제가 큰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와이드쇼가 (여론에)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힌 뒤 "지금 규슈 온천지역을 비롯해 일본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반일을) 선동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김춘식 한국언론학회장은 "양국 국민이 미디어를 통해 상대국의 정보를 얻는 만큼 (양쪽 모두) 상대국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벨터 독일 FAZ 도쿄특파원은 "독일에선 어떤 화제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중립을 지키는 것이 좋은 언론이라는 말이 있다"며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 수행은 팩트와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히 진술에 의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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