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문 대통령에 "또다시 군 출신 보훈처장 임명하면 보훈 정책 과거로 회귀"

독립유공자 청와대 초청 오찬에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등 박삼득 보훈처장 임명철회 촉구

정현숙 | 입력 : 2019/08/14 [17:30]

김원웅 회장 "남북 화해, 경협 논의하는데 요즘 정세에 반하는 인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원웅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 등 독립운동가단체 관계자들이 13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청와대 오찬에 참석해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의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박삼득 내정자를 장관급인 신임 보훈처장으로 지명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오찬에는 독립유공자 후손 및 국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포함해 160여명이 초청됐다.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예비역 육군 중장인 박 내정자를 임명할 경우 군 위주의 보훈 정책 기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용의 임명 철회 요청서를 국방개혁비서관실을 통해 전달했다.

 

조선의열단 추진위는 단재 신채호, 운암 김성숙, 우근 류자명, 석정 윤세주, 약산 김원봉, 한지 김상옥 의사 등 의열단 단원들의 독립운동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지난달 9일 발족했으며 김원웅 광복회장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회장인 함세웅 신부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24개 독립운동기념사업회 연합체인 항단연은 오는 16일 보훈처장에 공식 취임하는 박삼득 내정자에 대한 사실상의 '보이콧'에 돌입한 셈이다.

 

청와대 측에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한 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위는 A4 2장 분량의 ‘대통령님 요청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광복회, 항단연 등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는 박 신임 처장의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지금까지의 국가보훈처 보훈 정책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의 군 위주 보훈 정책들이 이어져 왔고 상대적으로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책은 미미했다”며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야 비로소 강력한 친일 청산과 더불어 독립운동가 선양 사업,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를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추진위는 “또 다시 군사정권 시대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군 출신 인사를 임명한다면 (박근혜정부 시절)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임기 때와 같은 군 위주의 보훈 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고, 남북화해 시대로 남북의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재향군인회, 향토예비군 등의 존립 여부도 논의돼야 하는 요즘 정세에 반하는 인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또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제2의 항일 독립정신이 요구되는 때에 분위기를 거스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보훈정책이 군 위주로 이뤄져 왔는데 또 다시 군 출신 인사를 보훈처장에 임명하면 군 위주의 보훈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해있다"며 "항일투쟁에 앞장서신 독립운동 선양사업에 진보와 보수 등 이념과 갈등이 없고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야당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 지원 요청드린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주재한 오찬 자리에서는 박 내정자 임명 철회 요구와 관련한 발언은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자유한국당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는 상태"라며 "관망하지 말고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친일파 청산 앞장섰던 정운현 임명 주장

 

추진위는 보훈처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인 박삼득 내정자 대신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대변인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요청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날 오찬 건배사에서 "3권분립이 지켜지는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뒤집나. 이는 엄연히 (일본의) 내정간섭"이라며 "일본의 아베정권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은 (그간 우리의) 저자세 굴욕외교에 잘못 길들여진 일본의 억지로, 이제는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일본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면서 '의연한 태도'로 일본에 대응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김원웅 광복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9.08.13. 뉴시스


김 회장은 또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꿈꾸던 나라가 "허리 잘린 분단국가는 아니다. 바보처럼 형제들끼리 싸우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비록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지만, 우리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결집해 분단극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는 본인이 직접 쓴 '극일항쟁(克日抗爭)'이라는 문구가 담긴 붓글씨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박삼득 내정자는 육사 36기 출신으로 육군 5사단장, 국방부 육군개혁실장, 국방대 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11월부터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를 나왔으며,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부산 선대위에서 안보특위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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