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패소 아베 ”기존 판정 뒤집지마” ”WTO 개혁?” 뒤끝 작렬

日, WTO 분쟁 해결기능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프레임을 바꿔 여론몰이

정현숙 | 입력 : 2019/05/09 [16:08]
日 "기존 판정 뒤집는 선례 안돼" 여론몰이.. 미국·캐나다 10여개국 지지 받아내
 
지난달  28일 캐나다를 방문한 아베 일본 총리가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전달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 농산물 분쟁에서 패소한 이후 억지 주장을 이어온 일본이 WTO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례적으로 1심 판결이 번복되며 자국 여론의 강한 비판과 함께 책임론까지 제기하자, 일본 정부가 화살을 WTO의 구조적 문제로 돌리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9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상소기구가 한번 내린 판정이 향후 분쟁 해결의 선례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가맹국과 상소기구 사이에 정기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 것, 상소기구가 '늦어도 90일 이내'라고 정해진 판단 기한을 지킬 것 등을 WTO 개혁 방안으로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면서 "분쟁 해결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우려를 많은 가맹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상소기구의 판정이 다른 분쟁해결의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과의 분쟁에서 패소한 것이 일본산 농수산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적인 분쟁 해결 절차에서 이전 판결을 판례로 인정하는 상황에서 WTO만 예외가 되는 것에 다른 국가들이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상소기구는 지난달 한국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인정한 판정을 내리며 1심의 판정을 뒤집었다. 여기에 일본은 이후 상소기구의 위원이 7명 정원 중 3명뿐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절차적인 부분까지 트집을 잡으며 분쟁 해결 체계를 겨냥한 '흠집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기능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유럽과 북미 순방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국 주요 정상들과의 면담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5일 벨기에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회담하며 WTO 개혁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고, 28일 캐나다에서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한 WTO 판정을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는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을 논의할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WTO의 미래를 걱정해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아베 총리가 'WTO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시점이 한국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일 국장급 협의에서 우리 정부에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의 철폐를 다시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궁지에 몰린 일본이 WTO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판정 결과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WTO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번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판정이 부당하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주로 문제 삼는 상소위원 부족 문제는 미국의 위원 선임 반대에서 비롯된 결과다. 현재 상소위원 추가 선임이 막힌 상황이지만 판정에 필요한 최소인원인 3명의 위원이 남아있기에 재판부가 구성될 수 있었다. 그 재판부가 절차에 따라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판정 결과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일본은 "WTO 회원국 사이에서도 타당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국제 여론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미국 등 강대국이 주장하는 WTO 무용론에 올라타 판정 결과에 트집을 잡으려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이 아닌 WTO 분쟁 해결기능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프레임을 바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일단 일부 국가의 지지도 얻어냈다. 앞서 26일 WTO 분쟁 해결기구 회의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개 국가가 이런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된다는 게 해수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계속 수입재개을 요구하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여러 경로로 수산물을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산물 원산지를 책임지는 부서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선 안 된다"며 "내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와 만나기로 돼 있는데, 기조는 오늘 발언과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시민단체 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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