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숨어 살았던 윤지오.."정치인·언론인 3명 사진, 정황·정보 넘겼다” 신변 보호 절실

"사회가 일순간 바뀌긴 어렵겠지만 민들레 씨앗처럼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길 소망한다"

정현숙 | 입력 : 2019/03/13 [10:32]

장자연 유일한 목격자 윤지오 "대한민국, 아직 권력과 재력이 먼저인 슬픈 사회"

 

연합뉴스 방송 화면

 

"여가부에서 숙소 지원…신변 보호는 아직"

 

10년간 두려움에 떨며 숨어 살았던 고(故) 장자연 씨 동료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 국민 청원 참여자 수가 14만 명을 돌파했다. 13일 오전 9시 40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8일 등장한 ‘고 장자연 씨 관련 증언한 윤지오 씨 신변보호 청원’의 참여 인원은 14만5646명에 달했다.

 

청원인은 “고 장자연 씨 관련 어렵게 증언한 윤 씨의 신변보호를 요청드립니다”라며 “목격자 진술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의 불이익 또는 신변에 위험이 없도록 신변보호를 청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복, 불이익이 있으면 어떻게 아이들이 이 세상을 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정의로운 사회, 그 밑바탕은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대 초반에 그 큰일을 겪고, 10년간 숨어 살아야 했던, 제2의 피해자 윤 씨의 신변보호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원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윤지오 씨는 ‘성 접대 문건’을 남기고 사망한 배우 고(故) 장자연 씨가 사망 전 작성한 문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목격하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 12일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참고인 조사에서 성접대 명단에 포함됐다는 언론인 3명과 정치인 1명의 이름을 진술했다. 

 

앞서 윤 씨는 지난 5일에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선일보 관련 언론인 3명의 이름과 특이한 성을 가진 국회의원의 이름을 장 씨가 작성한 문건에서 보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뉴스공장’에 나와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장자연 문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불리며 성 상납 명단에 대해 증언해온 지 약 10년 만이다.

 

"아직 권력과 재력이 먼저인 슬픈 사회, 일순간 바뀌긴 어렵겠지만 민들레 씨앗처럼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길 소망한다"

 

윤지오 씨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십 년간 이리저리 떠돌며 숨어 살다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숙소에 현재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제 시선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아직은 권력과 재력이 먼저인 슬픈 사회"라면서 "모든 범죄는 반드시 규명 되어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여러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국민청원 덕분에 재조사도 착수할 수 있었다”면서 “신변 보호 요청도 해주셨는데 저는 혜택을 못 누리더라도 증언자나 피해자들이 더 보호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일 홀로 짐을 싸고 몰래 거처를 이동했는데 오늘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해주신 숙소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여러분의 관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신변 보호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외면하는 연예인 종사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무섭고 두렵고 함부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마음이 하루에 수도 없이 무너져내린다"고 말했다.

 

"촬영을 24시간 해서 자료를 넘겨드리고 촬영해주시는 팀과 늘 동행한다. 현재로서는 (과거와) 달라진 정황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전에 대해 우려해 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하루에 한 번씩 보고하는 형태로 라이브 방송도 짧은 시간 진행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지오 인스타그램

 

앞서 윤 씨는 전날인 12일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유서로 알려진 글은 유서가 아닌 문건이다. 누가 왜 이 문건을 쓰게 했고 장자연 언니가 돌려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마지막까지 돌려주지 않았는지를 (진상조사단이)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지오 씨는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사회가 일순간 바뀌긴 어렵겠지만 민들레 씨앗처럼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길 소망한다"라며 "사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모든 분이 계시기에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지난 12일 윤 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추가로 실시한 뒤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는 이달 31일 전에 조사 결과를 위원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배우 장자연 씨는 2009년 술자리와 성 접대를 강요받고 욕설과 구타 등을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건에는 대기업 회장, 기자, PD, 언론사 사주 등의 실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고인의 소속사 대표, 매니저만을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나머지 인사는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장자연 사건, 이슈가 덮는 것 같아 속상"..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 달라" 호소

 

앞서 윤지오 씨는 이날 새벽에 진행된 인스타그램 생방송에서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자연) 언니 사건만 올라오면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후 여러 방송 인터뷰에 출연했지만, 대중의 이목은 ‘버닝썬 게이트’에 더 집중됐다. 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이 공유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승리는 클럽 버닝썬의 사내이사를 역임했고, 정준영은 승리와 평소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해외 촬영 중이던 정준영이 급히 귀국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소재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언니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많이 묵인되는 모습이 있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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