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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요지경 100억 빌딩 '무일푼 인수'..재벌 총수들은 '사익 편취' 35조

탈세 꼼짝 마... 국세청, 꽁꽁 숨은 대자산가와 중견기업 사주 등 95명 세무조사 착수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3/07 [15:43]

탈세 요지경 100억 빌딩 '무일푼 인수'..재벌 총수들은 '사익 편취' 35조

탈세 꼼짝 마... 국세청, 꽁꽁 숨은 대자산가와 중견기업 사주 등 95명 세무조사 착수

정현숙 | 입력 : 2019/03/07 [15:43]

"특수한 지위 활용해 부 늘려 지분율 낮추는 등 규제 회피 사례도"

국세청, 중견기업 사주 등 과세 사각지대 탈세 혐의 유형 공개

 

그래픽_�승미

 

"재벌총수 일가 95명,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로 자산가치 35조 이상 불렸다"

 

재벌들이 계열사들로 부터 내부 일감을 몰아주거나 정상 거래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사익편취)과 회사 인수 기회를 가로채는 등의 방법으로 재벌총수 일가 등이 챙긴 돈이 35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특수한 위치를 활용해 사익을 편취한 것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정부가 2011년부터 공정거래법과 상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섰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부의 편법승계가 여전해 더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이런 재벌이나 대기업 사주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던 ‘숨은 대재산가’들의 탈세 행위에 대해서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국세청은 불공정 탈세 혐의가 큰 대재산가 95명을 상대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7일 밝히면서 과세 사각지대의 탈세 혐의 유형을 공개했다.

 

지난 5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구소가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4개 기업집단 39개 회사(상장사 16개, 비상장사 23개)의 총수일가 95명이 사익편취로 불린 자산 가치가 35조7600억3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해당 주식 지분 획득에 쓴 금액과 견주면 단순 수익률은 1142%로 추산됐다.

 

연구소는 분석 대상인 사익편취 회사의 지배주주는 141명이나 부 증가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수익률이 10%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95명의 부의 증가액과 수익률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부의 증가액은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의 평가액과 배당금, 주식 매각금액을 더한 뒤 최초 취득금액을 뺀 것이다. 조사 대상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인 총수일가 직간접 지분이 20% 이상이며 내부거래 비중이 20% 이상인 회사들이다.

 

가장 재산을 많이 불린 총수일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통해 6조4666억1800만원의 부가 증가했다. 편법상속 논란이 있었던 삼성에버랜드 상장 차익으로 1조원 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SK C&C 한 회사를 통해 5조650억2900만원의 재산이 늘어 수익률은 8만4403%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1994년 (주)SK와 SK건설이 보유하던 SK C&C의 지분을 주당 400원에 매입했다. 이후 SK C&C는 SK텔레콤 등 계열회사의 전산용역 등을 수행하며 몸집을 불렸고, SK C&C 주식은 2015년 (주)SK와의 합병을 거치며 28만원까지 상승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4조5395억4300만원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벌어들여 창업주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서 회장이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대부분은 셀트리온을 통해 올린다.

 

2010년 순자산액이 40억원에 불과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을 발판으로 급성장해 2017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시가총액이 10조원 넘는 회사가 됐다. 연구소는 “셀트리온 주주의 부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전했기 때문에 회사 기회 유용에 의한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우 3조1100억2200만원의 부가 증가했다.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약 2조5000억원의 증식이 있었으며, 이노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통해서도 부를 불렸다. 최근 주가가 하락해 2016년에 비해선 부의 규모가 감소했다.

 

부의 증식은 상위 소수에게 집중됐다.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서정진 회장의 부 증식액이 전체의 44.9%를 차지했다. 1조원 이상의 부 증식을 기록한 9명이 전체의 77.8%,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4명이 전체의 86.6%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제23조2에 따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을 사익편취로 규정해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총수일가들은 공정거래법상의 지분율 규제는 지키되 간접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 등 법의 틈새를 이용해 부를 늘렸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편법승계를 막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신뢰를 회복해 시장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상법을 적용해 사익편취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대금 부풀려 기업자금 유출..조세피난처에 지능적 재산 은닉

 

7일 국세청이 공개한 중견 고소득 대재산가의 주요 탈세 혐의 사례를 보면 일부 대기업 총수 뺨치는 지능적 탈세가 대다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자 A씨는 자신의 법인 소유 재산 중 하나인 빌딩을 딸에게 넘겨주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세금이었다. 건물 시가가 100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증여세도 상당할 것이 뻔했다. 딸에게 현금을 주고 그 돈으로 빌딩을 사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딸의 경제적 능력을 생각하면 과세당국이 자금 출처를 의심할 것 같았다.

 

A씨는 주변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 자신만의 탈세 수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묘안'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A씨는 딸에게 건물을 3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가의 30% 수준에 불과했고 건물 임차인이 낸 임대보증금 총액(40억원 내외)보다도 적은 금액이었다.

 

딸이 내야 할 빌딩 구매대금 30억원은 A씨가 임대법인으로부터 받은 토지 임차보증금을 줄여 충당해주기로 했다. 명목상 건물 소유법인이 A씨에게 내야 했던 임차보증금을 80%나 줄여 결국 새 건물 소유주인 딸에게 수십억원의 구매자금을 마련해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치밀한 A씨의 전략도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국세청은 A씨를 상대로 재산 형성 과정까지 들여다보는 전방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기업 사주는 자본잠식 상태의 미국 현지 법인에 투자금 등 명목의 자금을 보낸 뒤 현지 법인에 허위 비용을 계상해 기업자금을 빼냈다. 이 자금은 현지에 사는 자녀의 유학비와 체재비에 쓰였다. 일부는 해외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무런 역할이 없는 해외 위장계열사를 세워 거래 과정에 끼워놓고 비자금을 조성한 사주도 있었다. 일부 대기업의 단골 꼼수로 꼽히는 이른바 '통행세'다. 한 사주는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은 해외 부동산을 은밀히 처분하기 위해 케이만군도 등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언니에게 명의신탁했다. 결국 양도소득은 신고하지 않았고 양도차익은 증여세 없이 아들에게 모두 현금으로 넘겨줬다.

 

탈세 범죄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편법 증여 혐의도 다수 포착됐다. 한 사주는 중학교·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명의로 결손법인을 사들인 뒤 이 법인에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부동산을 증여했다. 자신이 소유한 다른 기업도 부동산을 헐값으로 손자의 법인에 양도하도록 했다.

 

결국 결손법인이었던 손자의 법인은 주식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 자금은 고스란히 손자들의 경영권 승계 자금이 됐다. 현금 거래를 주로 하는 한 사주는 무자료 매입·매출을 반복하며 거액의 소득을 탈루했다. 그는 이 돈으로 자녀 등 가족 명의로 다수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자금 출처 소명이 걱정된 그는 고의로 부동산에 거액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들 중견기업 사주, 부동산재벌 등 95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 고의적·악의적 수법 등으로 명백한 조세 포탈이 확인되면 검차 고발 등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은 중견기업 사주일가 37명, 부동산 등 임대업자 10명, 병원장 등 전문직 고소득 대재산가 48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000억원이다. 1인당 평균 133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주식이 1040억원, 부동산이 230억원을 차지한다. 5000억 이상의 대재산가도 7명이다. 업종 분포를 보면 제조업 31명, 건설업 25명, 도매업 13명, 서비스업 13명, 부도산 관련업 10명, 의료업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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