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위' 혜화역 2차 집회, “성폭력 의혹 사건 '유죄추정' 규탄”

“무고 피해자 양산하고 집회 취지 왜곡하는 일부 언론 무책임 사라져야”

편집부 | 입력 : 2018/11/24 [23:08]

시민단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제2차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열어, 성폭력(성추행·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경찰·검찰)과 사법부의 이른바 '유죄 추정' 성향을 규탄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27일 '1차 시위' 이후 약 한 달만에 열렸으며, 연인원 기준 최대 400~500명 가량이 참여했다.


당당위는 피해호소인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판결'에 반발해 지난 9월에 생겼다. 이들은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에 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 대신 이른바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며, 지난달 2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일대에서 '제1차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개최한바 있다. 이들은 '사법정의', '성평등', '반(反)혐오'를 핵심 가치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법 관련 문제에 집중... "준수하라 증거재판, 사수하자 무죄추정"


이날 열린 '2차 시위' 또한 지난 집회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의 주장 또한 지난 집회와 같았다. 다만 일부 언론이 지난 집회를 왜곡 보도한 것의 여파로 언론의 책임에 관한 발언이 늘어났다. 참가자들은 "편파없는 공정재판, 사법정의 지켜내자", "준수하라 증거재판, 사수하자 무죄추정"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성범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사법부의 판결, 그리고 사건을 다루는 언론 등의 불공정성을 성토했다.


이날 사회는 지난 집회에 이어 문모 씨(닉네임 '환이')가 맡았다. 당당위가 카페에 공지한바에 따르면 1차 집회 때 대표였던 김모 씨의 건강 악화로 인해 문 씨가 새로 대표가 되었다. 사회자는 여는 말을 통해 집회 취지를 설명하고 성폭행 무고를 당하고 사망한 서모 교수 등의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초대가수 송모 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송 씨는 양승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공연을 하는등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이날 공연한 노래 중 한 곡의 가사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 사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 당당위 문 대표와 오세라비 작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의소리


이어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오세라비(이영희) 씨가 무대에 올랐다. 오세라비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적용되어야 하며 "선별적,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무고죄 피해에 대해서 "박진성 시인의 기록을 백서로 남겨야 나중에 다른 피해자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다"며 '무고죄 피해 백서'를 만들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남성 혐오 집회는 공론 테이블에, 사법정의 촉구 집회는 '극우' 딱지?"

 

오세라비는 당당위의 지난 집회에 관한 친 페미니즘 성향 언론들의 왜곡 보도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진보 언론인 한겨레는 참가자 인터뷰를 포함하여 지난 집회를 자세하게 보도했는데, 당당위를 일본의 극우·혐한 단체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시위와 대조하며 '극우 세력의 출현 징조'라는 식으로 보도하여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비난을 받았고, 이에 당당위가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오세라비는 한겨레가 "(집회에 대해) 이상한 이데올로기를 덮어씌우고 있다"며, "질이 나쁜 행위이며 언론으로서 공공성을 상실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최근 '2030'세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데에 대한 언급도 더했다. 그는 정부가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고, '남성은 강자이며 여성은 약자'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혜화역 일대에서 5차례에 걸쳐 남성 혐오 시위를 한 '불편한 용기'는 주도자들이 행자부·여가부 장관과 대면하며 공론 테이블에 올랐지만 당당위는 '극우' 취급한다며, 이는 "저급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서서 집회 현장을 지켰다.     © 서울의소리

 

일반인 첫 자유발언자로서 무대에 오른 닉네임 '풍류'는 "너무 많은 어린아이들이 혐오를 접하고 있다.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3가지 목표가 있다며, "모든 국민이 성혐오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는 것, 무죄추정 원칙을 지키고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는 것, 더 많은 이들이 당당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정부에는 악의적 성 혐오 사이트와 게시물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입법부와 사법부에는 무고죄 처벌 강화를, 언론에는 왜곡보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아이들에게 혐오 물려주지 말아야" 악의적 성 혐오 사이트 대응 요구도

 

자신의 직업을 '개발자'라고 밝힌 익명의 시민은 "생명권을 위해 왔다"며, "성범죄 혐의만 받아도 직장을 잃고 사람을 잃어 고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물건을 제출해도 인정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나와서 목소리를 내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도화지에 비유하며 "무고죄는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버리는 것"이며, "누군가는 그림을 다시 그려나갈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도화지를 찢어버리기도 한다"는 말을 통해 성폭력 무고 피해자들이 고통받다 생을 포기하기도 하는 현실을 일깨웠다.

 

▲ 한 자원봉사자가 포켓몬스터 '다부니' 가면을 쓴 채 발언하고 있다.    © 서울의소리


포켓몬스터 '다부니' 가면을 쓰고 나온 한 자원봉사자는 "촛불시위에서 우리의 편이 되던 언론은 우리에 대한 오해를 고착화시키기도 했다. 극우주의자, 여성혐오자 오명을 붙였다"며 일부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한 (여성)혐오가 있으니 (남성)혐오로 받아친다는 페미니즘 진영의 주장을 반박하며, 마하트마 간디의 "모두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고집한다면 우리 모두는 장님이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또한 "산불을 끄는 데에 홍수는 필요하지 않다"며, "성범죄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해 (혐오라는) 극단적 방법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모두가 '눈에는 눈', 결국 모두 장님될 것... '혐오에 혐오' 옳지 않아"


다른 자유발언자는 더 강한 어조로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당당위 집회를 '여혐 시위', '2차 가해' 등으로 폄훼하는 것에 관해 "1차 시위에 여혐발언이 난무했고 이를 이은 2차 시위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가 했던 발언이 여혐발언으로 들리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참가자들을 향해 "모두가 진실을 외면하거나 가리거나 관심이 없을 때 기득권이 말하는 용기가 아닌 진짜 '불편한 용기'를 보여주는 당신들에게 감사하다"고 격려하며 발언을 마쳤다.


자신을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백모 씨는 "검경이 불기소 해야 할 사람을 기소하면서 재판이 벌어지면 피의자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며 이러한 고소 남발이 '변호사만 배불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절차적 정의를 지키고 판사는 외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시민 김모 씨는 "대한민국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있는 국가"라며, "국민은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법의 수호를 받아야 하는데, 70·80년대 독재시대처럼 사법체계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돈 있는 사람만 법의 수호를 받는 사법체계를 눈 뜨고 볼 수가 없다"며 "사법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무명 배우라고 소개한 다른 김모 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의 간첩 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을 언급하면서 현 세태를 비판했다. "군부 정권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반인들을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고, 사법부는 유죄 추정을 했다"며, "이런 일이 군부 정권이 사라진 2018년도에 일어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사법부가 모 단체에 휘둘린다고 말하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끼리 혐오를 조장하고 이간질을 시켜 권력자들을 향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한 발언자가 참가자들과 함께 손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의소리


마지막 자유 발언자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운동을 강조했다. "우리 조상들은 내가 희생해서라도 나라가 바뀔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일어났다"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혐오가 아닌 사랑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불타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거짓 미투' 피해자 박진성 시인, 집회 전날 카페에 글... 현장서 대독


사회자는 오후 4시 집회를 마치기에 앞서, 집회 전날인 23일 '거짓 미투'의 피해자인 박진성 시인이 당당위 카페에 올린 글을 읽었다. 박 시인은 1차 시위에 갔으나 "성폭력, 성범죄, 무고, 유죄추정, 잠재적 가해자" 등의 말들을 듣고 있기 힘들었다며 2016년 트위터에서 일어난 최초 '폭로' 이후 망가진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의 보도 이후 전국의 모든 매체에 대서특필되어 졸지에 흉악한 성범죄자가 되었고, 동네 주민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위에 참석해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이 모든 고통들이 피부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며 "2016년 10월에 듣던 소리를 다시 들었다. 무대 단상이 TV로 보이고 스크린에서 제 얼굴이 오갔다"고 토로했다. 박 시인이 호소하는 고통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고통과 같은 종류의 것으로서, 죄 없는 사람에 대한 허위 폭로가 결코 범죄 자체보다 가볍지 않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박 시인은 "성범죄를 규탄하는 만큼 무고도, 유죄 추정도 마찬가지로 지탄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당당위는 지난 22일자로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성폭력 의혹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수사기관 및 사법부의 판단 전반을 비판했다. 이들은 다수의 성폭력 무고 사례를 제시하며 의혹이 경찰 수사에서 혐의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피의자의 인생은 송두리째 박살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해서 "사실 파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내기 바빴"다며 비판하고, 피의자들의 무혐의가 밝혀졌음에도 언론은 "실수를 감추기에만 급급했고, 이들의 평판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무고죄 맞고소를 소위 2차 가해라 매도하여 진짜 가해자를 보호하는 추태를 보였"다고 규탄했다.

 

당당위 "언론도 문제"... "사실 관계 파악하고 보도하라"


당당위는 최근 논란이 된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한 허위 사실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무죄추정과 증거재판주의로 대표되는 사법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 판결을 기다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며, "무엇이 사실이고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편의 말만을 들으려 하고, 정의로운 심판을 사적인 복수로 대신하려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집단 린치를 가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사법부에는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원칙 준수", 수사기관에는 "편파 없이 공정한 수사", 언론에는 "사실 관계 파악 및 오보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요구했다.

 

▲ 참가자들은 재판에 있어 '물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 서울의소리


지난 집회가 참가 예상 인원 과다 신고로 텅 빈 차도에서 열린 것과 달리 이날 집회는 마로니에공원 앞 인도에서 열렸다. 집회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렸는데, 약 50여 명으로 시작한 인원은 빠르게 늘기 시작하여 30여 분만에 200여 명으로 늘어났고, 집회가 끝날 즈음에는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300여 명에 달했다. 순간 최대 인원수는 지난 집회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나, 상당수 참가자들이 피켓을 지니고 주변 인도에 흩어져 있다가 금방 떠나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대다수 인원이 밀도있게 자리를 지키고, 일부 빠져나간 인원도 금세 다시 채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2차 집회, 1차 집회에 비해 발전한 모습 보여... 참가자 늘어 폴리스라인 재배치도


지난 집회가 참가자 수에 비해 너무 넓은 공간으로 썰렁함마저 느껴졌다면, 인도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이 집회 공간을 가득 메워 대조를 보였다. 또한 대규모 장비를 준비했으나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던 지난 집회와 달리 이날 집회는 여러 면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37년만에 가장 많은 서울 첫눈이 내린 이날은 바닥이 젖어 앉기가 어려웠는데, 참가자들은 주최측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줄을 맞춰 서서 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 수가 적어 좁은 공간만을 제공하던 경찰이 오후 3시 이후에는 두세 차례 폴리스라인을 뒤로 재배치해 공간을 확보하기도 하였고, 주최 측이 이에 고무되어 참가자들에게 알리는등의 모습도 나타났다. 집회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가며 땅이 마르자 사회자가 참가자들을 앉게 했는데, 이 때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하는등 행사 요소도 추가했다. 또한 오세라비가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도중 발언이 페미니즘 비판 쪽으로 흐르려 하자 방향을 조정하는등 집회의 내용도 적절히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 참가자들이 다양한 내용을 적은 메모지를 부착해 놓았다.     © 서울의소리


집회가 열리는동안 입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핫팩과 초코바 등을 나눠주고, 등록 시민단체 회원 가입 신청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지나는 시민들에게 집회의 목적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누어주기도 했는데, 추운 날씨로 인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이날 날씨는 지난 집회 때보다 좋지 않았지만, 어설픈 모습이 나타났던 지난 집회와 달리 발전된 진행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짜임새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집회가 열리는 도중에 한 중년 여성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곳에 찾아와 "죄가 있어야 감옥을 가는 것인데 죄가 없이 감옥을 가는 것은 문제다"라고 하며 "젊은 사람들이 나서주니 너무 좋다"며 응원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날 집회는 지난 집회보다 빠른 오후 4시에 끝나서, 이를 알지 못했던 일부 시민들이 집회 참가를 위해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당당위는 "사법부의 '유죄 추정'이 사라질 때까지 3차, 4차, 5차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며, 3차 집회는 내년 1월중에 개최할 것이라고 카페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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