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가 MB하명 받고 ‘盧 논두렁시계’ 사건 조작했다

[한국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숨은 기사] MB수사 전주곡은 이인규 도피에서 이미 시작

선데이 저널 | 입력 : 2018/01/31 [00:04]

노무현 흠집내기 위해 이인규와 국정원 논두렁시계사건 조작
이인규, 우병우에 고교동창 홈앤쇼핑 강남훈 수사 무마 청탁

 

이명박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턱밑까지 들어왔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활비 유용과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두 가지로 이명박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국세청과 검찰 등을 동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하던 때와 전세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부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였다. 이때 중수부장은 최근 미국으로 도피해 온 이인규가 맡았었다. 이 전 중수부장이 이끌던 검찰은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랐고, 이 전 중수부장은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런데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이인규가 박근혜 정부에서 자신의 동창과 관련한 수사 무마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부탁했고,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것을 우려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정부의 충견으로 마구잡이식 칼을 휘둘렀던 그가 변호사 시절에는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친구 수사 무마를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주장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인규의 도피는 이명박의 검찰 수사의 신호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명박 정부 검찰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는 이명박이 지난 1999년 조지워싱턴대학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검찰 파견직으로 워싱턴 영사관서 일하며 당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신재민 전 문체부 차관의 소개로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 전 부장은 검찰 요직인 중수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맡았다.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 일가족을 모조리 소환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서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놨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일가족은 몇 차례나 소환됐고 수사 현황은 실시간 언론에 브리핑됐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고가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등 허위 사실이 매체에 유포되면서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이인규는 ‘박연차 리스트’ 수사 결과를 5분 만의 발표로 종결했으며 노 전 대통령 혐의를 ‘뇌물수수’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도 없이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하겠다” “수사 과정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 등 수사의 정당성만 주장했다.

 

‘논두렁이 시계’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피아제 시계를 논두렁이에 버렸다는 허위 사실이 보도된 사건이다. 2009년 4월 KBS가 논두렁 시계를 다룬 기사를 단독보도 형식으로 내보냈다. 보도 취지는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수사하던 중 2006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명품시계 2점을 선물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SB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시계가 문제가 될 것을우려한 권양숙 여사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9년 당시 SBS 보도

 

노 전 대통령은 해당 보도 열흘 뒤 투신해 서거했다.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 TF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 간부에게 ‘고가시계 수수 건’을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에 활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의혹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09년 4월 19일과 20일 내부 회의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세훈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는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며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직접 협조 요청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수부장 사임 후 변호사로 떼돈 벌어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이 전 중수부장은 검사복을 벗었지만, 변호사가 된 후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변호사가 된 이인규의 최대 고객 중 하나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강남훈이란 인물이 대표로 있던 홈앤쇼핑이었다. 홈앤쇼핑은 본국 홈쇼핑 채널 가운데 하나로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실상 정부 입김이 들어간 홈쇼핑이었다. 이 전 부장은 홈앤쇼핑 강 대표와 서울 경동고등학교 동창이며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 홈앤쇼핑 사외이사, 중소기업연구원서 6년간 이사로 재직했다. 모두 중소기업중앙회의 자회사나 자문기관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의하면 이 전 부장이 지난 2010년 7월 사외이사로 선임돼 한차례 재임 과정을 거쳐 6년 간 사외이사 자리를 맡아왔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에 재직 중이던 김기문전 회장이 이 전 부장을 중소기업연구원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훈 사장은 김기문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지난 2010년 제1차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같은 해 2월 당시 김 전 회장 겸 중기연 이사장은 이사회 이사들로부터 사외이사 추천권한을 받아 이 전 부장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일각에선 ‘이인규-강남훈-김기문’ 3자간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훈 사장이 홈앤쇼핑을 맡은 후 홈앤쇼핑의 모든 소송은 이인규 전 부장이 있던 로펌인 ‘바른’에 맡겨졌다. 몇 년 간 수십억에 가까운 돈이 수임료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강남훈 대표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검찰과 홈앤쇼핑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2014년 홈앤쇼핑을 비롯해 중소·중견기업 10개 기업이 공동 참여한 컨소시엄 법인 ‘에스엠이즈 듀티프리(SMEs DUTYFREE)’(에스엠)를 설립했다. 당시 컨소시엄 최대주주는 홈앤쇼핑(26.67%)이었고 2대주주는 하나투어(13.33%)였다. 컨소시엄은 이듬해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과 7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각각 취득했다. 당시 서울시내 면세점이나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은 호텔신라, 한화, 롯데, SK 등이 그룹의 사활을 걸고 뛰어들 정도로 노른자 사업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중소기업 컨소시엄은 대기업군과는 별도로 한 군데를 선정해 특허권을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심사를 통해 홈앤쇼핑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홈앤쇼핑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취득한 직후 실시한 유상증자에 이유 없이 불참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스스로 상실했다. 결국 홈앤쇼핑 지분율은 1.48%까지 떨어졌고 최대주주가 하나투어(76.84%)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은 인천공항 면세점 개점 한 달을 앞둔 2015년 10월 보유해 온 주식 전량(8만 주)을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해 총 4억원에 처분했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에서 중소기업 전용 면세점의 가치를 최고 7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에스엠의 면세사업을 보고 투자한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참여 사업자가 사실상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1년 가까이 수사 진행 안 돼

 

결국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강 대표의 배임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으로 배당됐으나 검찰은 이 사건은 1년 넘게 수사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고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진모 검사장으로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2009~2011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김진모 전 검사장은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하기 위한 돈 5000만원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오른쪽). 왼쪽은 우병우 수사1과장.

 

김진모 전 비서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돈의 성격은 민간인 사찰 관련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썼기 때문에 뇌물 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모 전 검사장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다시 말해 MB 정부에서 가장 잘 나갔던 검사였던 셈이다. 홈앤쇼핑 내부에서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진모 전 남부지검장에게 청탁해 수사를 무마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에서는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사건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자 이 전 중수부장은 곧바로 해외로 도피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논두렁 시계와 관련해서 그가 해외로 도피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더해 홈앤쇼핑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논두렁 시계를 이 전 중수부장이 언론에 흘렸다고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으로 볼 수 없지만, 홈앤쇼핑 수사무마 사건을 들이댄다면 이 전 중수부장은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던 셈이다.

 

이인규 자신감에는 이유 있었다

 

이인규가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문에 해외에 간 것이 아니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본국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규는 지난해 11월7일 본국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메일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세상을 달리한 것은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이고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인규는 또 “일하던 로펌을 관둔 후 미국 여러 곳을 여행 중에 있다”며 “만일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만난 일도 직접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2009년 4월 14일 이 전 부장이 퇴근을 준비할 때쯤 강모 당시 국장 등 국정원 직원 2명이 찾아와 “원세훈 원장의 뜻이다.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인규는 “원장께서 검찰 수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내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겠다”며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국정원 직원들이 “왜 이러시냐”고 따졌고,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화를 냈다.

 

이인규는 격하게 반응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실수한 것 같다. 오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다고 한다. 이메일에서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이런 사실을 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계수수 사실’과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보도가 연이어져 나름대로 확인해 본 결과 그 근원지가 국정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며 “일부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보도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관련 사실을 언급한 것인데 약속을 어기고 보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데이 저널 리차드 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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