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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억 총 활약 사회’가 주는 시사점

사회 전반적인 복지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배경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 기사입력 2017/06/12 [10:46]

일본의 ‘1억 총 활약 사회’가 주는 시사점

사회 전반적인 복지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배경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 입력 : 2017/06/12 [10:46]

일본의 자민당은 전후 선거를 실시한 이래 단 1번을 제외하고 패배한 적이 없는 정당이다. 자민당의 유일한 패배는 2009년 선거였다. 2009년 선거에서 자민당의 패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복지국가 탄생을 강력히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었다.

 

정권 교체의 계기: 복지 확대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

 

일본은 이미 1991년의 버블 붕괴로 인해 장기간 경제 불황과 점차 심해지는 양극화로 많은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기 보다는 건설 경기를 붙잡기 위한 SOC 확대와 건축업에 집중했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계속된 불황으로 점점 더 피폐해져 갔다.

 

급기야 청년들은 사회에 실망하고 좌절감에 빠져 사토리(달관) 세대(높은 청년 실업률로 좌절해서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청년들), 패러사이트(기생충) 세대(부모의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며 경제사회 생활을 포기한 세대)와 같은 사회 현상이 만연했다.

 

일본 민주당은 이런 국민들의 좌절감이 양극화와 망가진 분배정의에 있다고 판단해서 복지 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자민당 역시 복지 정책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현상 유지에 가까운 형태였고, 기존의 노선과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 경험의 부재, 하토야마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무능, 이듬해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패배, 그리고 2011년 벌어진 동북대지진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며 2012년 선거에서 다시 자민당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2009년의 패배를 경험한 자민당에는 이후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아베 총리는 강력한 정부 재정의 투입을 전제로 경제활성화 정책, ‘아베노믹스’를 실천했다. 제2기 아베 정부는 ‘세 개의 화살’, 즉 금융완화 정책, 재정 정책, 성장 전략을 정책 슬로건으로 삼아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며 일본의 경제를 견인했다. 그 결과, 각종 경제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며(2015년 2/4분기 기준 19.2조 엔, 임금인상률 2.2%, 유효구인배율 1.24배) 아베 총리는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2014년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제1기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베노믹스로 ‘1억 총 활약 사회’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1억 총 활약 사회’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1억 총 활약 사회’: 개요와 중요성

 

‘1억 총 활약 사회’의 의미는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것을 골자로 젊은이도 고령자도, 여성도 남성도, 장애를 가진 이도 난치병을 가진 이도,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이도 모두 포용하여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가리킨다. 진화한 아베노믹스라고 부를 수 있는 ‘1억 총 활약 사회’는 각각 경제, 저출산, 노령화 문제를 겨냥한 새로운 세 개의 화살을 준비하고 있다. 그 세 개 화살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번 화살: 희망을 이루는 ‘강한 경제’(GDP 600조 엔)

 

첫 번째 화살은 강력한 노동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 지난 3년간 아베노믹스의 성과와 연계된 경제 정책을 펼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소득 확보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의 개선 등을 이루고자 한다.

 

우선 청년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비율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2015년 기준 27.7%로 증가한 비정규직의 비율을 낮추고, 2012년 기준으로 68.3%로 증가한 연봉 300만 엔 미만의 일자리를 훨씬 좋은 일자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경력 향상 지원금의 활용을 촉진하고 기업에 정규직 전환 요청을 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이 취업에 유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능력 개발과 경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실현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서 격차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법 개정안도 제출되었는데, 주된 내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에 관한 사용주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법안이다. 최종적으로는 최저임금을 1천 엔까지 인상하고,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0~80%까지 인상시킬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노동 구조 전체를 개편한다.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직할 수 있도록 돕고,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 또한 일본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인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법을 정비하고 노동국(우리나라의 노동청)의 기능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근무시간의 조정을 통해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2) 2번 화살: 꿈을 이뤄주는 ‘육아 지원’(목표 출생률 1.8)

 

이 부분은 ‘1억 총 활약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육아 지원을 통해 현재 1.42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합계출산율을 1.8까지 증가시켜 지속적으로 1억 인구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을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 자체를 계획하기 힘들다는 데서 문제 인식을 했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통한 사회적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임신-출산-육아에 이르는 각 단계의 대책을 준비했다.

 

먼저, 결혼에 있어서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취업 촉진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노동 환경에 대한 처우의 개선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더 건설하는 등의 노력으로 결혼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기로 했다.

 

다음으로, 임신·출산과 육아의 해결책이다. ①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충실하게 하고, ② 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③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꾸리고 있다.

 

첫째, 보육서비스에 있어서는 ‘대기아동 해소 가속화 플랜’을 통해 2017년 말까지 보육원의 규모를 2013년 대비 50만 명분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소규모 보육시설의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에게 기업 내부의 자체 보육시설의 확대와 건설을 촉진하여 장래에 발생할 수요에 대해 완전수용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둘째, 교육비 부담에 있어서는 아동 교육을 단계적으로 무상화하고, 고등 교육에 있어서 장학금의 확충과 ‘소득 연동 반환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서 대출을 받더라도 학자금 상환에 있어서 융통성을 줄 예정이다.

 

셋째, 임신·출산·육아에 있어서 받는 각종 불평등과 불이익 방지를 위한 법·제도의 개선과 함께 상담 체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특히 아베 정부는 난임 부부에 대한 불임 치료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혼이나 사별과 같은 이유로 한 부모 가정이 된 경우에도 취업 촉진 과정을 거쳐 대출 제도의 정비와 자격 취득 지원 등을 충실히 함으로 인해 한 부모 가정이라도 육아를 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 원인인 비혼(非婚)·만혼(晩婚)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일·가정의 양립을 통한 출산율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3) 3번 화살: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보장’(돌봄 서비스로 이직·실업 ‘0’화)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되어버린 일본은 노인 돌봄으로 인한 이직과 퇴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위해 노인 돌봄 자체를 사회화하기 위해 2000년에 제도가 창설되었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돌봄을 위해 이직과 퇴직을 결심하고 있다. 또한 특별 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하고 있지만 자택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2013년 현재 52만 명을 넘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① 돌봄 서비스 제공자의 확대, ② 돌봄 가족 지원, ③ 고령자의 사회 참여 확대 등이 제안된다.

 

첫째, 돌봄 서비스 제공자의 확대에 대해서는 현재 돌봄 서비스 제공자를 50만 명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돌봄 시설과 케어 하우스와 같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시설에 2020년까지 38만 명분, 24시간 대응이 가능한 응급 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해 10만 명분의 돌봄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요양시설의 공급을 2만 명분 확대한다.

 

둘째, 돌봄 가족 지원에 있어서는 돌봄을 위한 휴업과 휴가의 이용을 장려하고 실질 사용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합계 93일간 사용할 수 있는 돌봄 휴가를 상한은 그대로 두더라도 기존 1회만 사용 가능했던 것을 3회에 걸쳐 나누어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고, 돌봄 휴가를 사용함에 있어 소득보장률을 기존의 40%에서 육아 휴가와 같은 67% 보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셋째, 고령자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취업 기회를 확보하고, 예방에 중점을 두도록 의료 제도를 개편하고, 연금을 포함한 노년 세대 소득의 전체적인 인상 등을 통해 생애주기에서 사회의 현역으로 있는 기간을 늘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억 총 활약 사회’: 개혁이 아닌 혁명이다

 

1억 총 활약 사회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결혼이나 출산 같은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다. 노동과 육아 그리고 노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는 종합적 해결책이다. 2009년 이전까지 자민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증대되고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이다. 그리고 진화한 아베노믹스(1억 총 활약 사회)는 기득권에게 치중되던 이익을 국민 전체에 배분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1억 총 활약 사회는 단순히 복지 정책 한 두 가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정체는 전체 세대에 걸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복지 정책 꾸러미이다. 일본 국민들은 2009년 선거에서 다른 무엇보다 삶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정계에 분명하게 알렸다. 일부에서는 보수당인 자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복지 쇼’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강력한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만 앞으로 계속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 자민당의 결심이다.

 

문재인의 ‘J’노믹스: 목표는 ‘1억 총 활약 사회’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 정책 역시 사회 전반에 걸쳐 실시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노동 분야에 있어서는 일자리의 공급, 최저임금 1만원 달성으로 소득 수준의 향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등이 있다. 청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보급 확대,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의 도입, 국가 장학금 확대와 대학 입학금 폐지를 통한 반값등록금 실현 등이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아동수당 도입,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율 40% 확대,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보장률 향상 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정책들을 살펴보면 일본의 ‘1억 총 활약 사회’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전체’이다. 각 부분의 비교는 비슷할지 모르나 그 전체가 만들어내는 국가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경우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 전체를 위해 장관급 기구를 신설하고 총리 주도 하에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10여 년 전부터 만들어 활동해 왔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에 얼마만큼 공헌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건 1.17명(지난 해 합계출산율)이라는 OECD 최하위의 성적표뿐이다.

 

배경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이제 바뀌어야 한다. 유럽 복지국가들을 봐도 그렇고 일본을 봐도 그렇다. 사회 전반적인 복지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질 때라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기존의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단지 각 부처에서 올라온 대책을 종합하는 역할 이상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각 부처에서 자신들 입장의 정책들을 제안하다 보니, 총체적인 접근보다는 단기·미시적인 정책 접근만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의 입법조사처 역시 상설 전담기구의 부재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꼽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저출산 문제 전담기구의 설치를 공약한 바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은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린 막중한 문제이다. 이번 정부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全)사회적인 접근과 해결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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