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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장겸 왜 거기 있는가

양심을 포기하고 '짐승'이 될 것인가.

이기명 칼럼 | 기사입력 2017/06/05 [23:13]

MBC 김장겸 왜 거기 있는가

양심을 포기하고 '짐승'이 될 것인가.

이기명 칼럼 | 입력 : 2017/06/05 [23:13]
지금이 박수 받고 떠날 때
 
한국 언론인들이 가장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기레기’라고 불릴 때일 것이다.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고 시민들의 눈길에서 모멸을 느낄 때일 것이다. 어려운 기자 시험에 합격해 마치 하늘이라도 오를 것 같았던 자부심이 모조리 무너진 절망감을 느끼지 않는가.
 
할 말은 많다. 이게 왜 내 죄냐.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화가 날 것이다. 제대로 된 기사는 쓸 수도 없고 찍히면 기사도 쓸 수 없는 자리로 쫓겨난다. 이런 조건 속에서 뭘 어떻게 하란 말이냐. 목이 잘려 처자식들 고생시키는 선배들을 봤다. 잘리는 놈만 병신 된다. 눈 꾹 감고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MBC 소속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200여 명이 지난 2월 3일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공정보도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MBC 노동조합 홈페이지
 
아니다.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 자신도 잘 안다. 왜 목이 잘릴 각오로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을 하는가. 왜 투옥이 되고 고문을 당하고 비명에 죽는가. 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기자고 그래서 존경을 받는다.
 
드골이 나치에 협력한 언론인을 극형에 처한 것은 바로 이런 언론의 사명 때문이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은 기자. 써야 할 때 쓰지 않은 기자. 저항하지 않은 기자는 그 자체가 범죄라고 생각했다.
 
1944년 11월 9일 새벽. 프랑스 파리 몽패르의 처형장에서 나치협력 언론의 선봉이던 54세의 ‘쉬아레즈’는 총살형으로 삶을 마감했다. ‘쉬아레즈’는 프랑스 일간지 ‘오늘’의 정치부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죄를 극구 변명했으나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를 찬양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왜곡 보도한 한국의 언론인이 출세했다. 기자로서 막을 내린 것이다.
 
살인범이 말한다. 난 죽이지 않았다. 칼이 죽였다. 소매치기가 말한다. 내가 하지 않아다. 손이 했다. 강X미수범이 말한다. 내가 하지 않았다. 돼지흥분제가 했다. 기자가 말한다. 내가 쓰지 않았다. 볼펜이 썼다. 입이 말했다. 내가 하지 않았다. MBC가 했다.
 
김장겸을 주시하는 이유
 
한국의 방송사 중에서 가장 당당했던 기자 중에는 MBC 기자들이 가장 많았다. 과거의 일이다. 가장 자랑스러운 때는 언제인가. 부끄러울 때는 언제인가. 똑같이 민주언론이 신음하고 있던 때다. 투쟁으로 자랑스러웠고 굴종으로 부끄러웠다. MBC는 왜 부끄러운 언론으로 전락했는가. 김장겸이 대답해야 한다. 김재철이 대답해야 한다.
 
김재철의 MBC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반민주세력의 입이었고 민주언론에게는 지옥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가 저지른 반 언론적 작태는 MBC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김재철·안광한에 이어서 김장겸이 사장이 됐다. MBC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며 자부심을 느꼈을 김장겸의 생각은 어떤가.
 
해고자 9명, 정직 61명, 연인원 70여 명의 직원이 불법·부당 징계를 당했다.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징계를 당했는지는 소송 결과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승소가 무려 94%다. 이용마 기자는 지금 병석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밖에도 자신이 할 일을 못 하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과연 이들이 징계를 당하고 불이익을 당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자신의 선배요 동료요 후배요 함께 얼굴을 맞대고 한솥밥을 먹었다. 결심만 하면 이들의 고통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김장겸은 대답을 해야 한다.
 
누구라도 잘못이 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당한 처벌이면 이건 폭력이다. 결정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녹 쓴 칼을 마구 휘두른다면 이는 범죄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개혁의 시대가 열렸다. 구악은 일소되어야 한다. 언론 역시 다를 바가 없다. 그 중심에 MBC가 있는 것이다. 개혁을 거역할 어떤 이유도 명분도 없다. 이미 YTN은 사장이 스스로 사퇴했다. 강제 해직된 YTN의 해직언론인도 복직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조준희 사장의 현명한 행동이다.
 
KBS를 비롯한 여타의 언론사들도 개혁의 불길은 타오르고 있다.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개혁이다. 김장겸도 스스로 언론개혁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참회의 길이며 마지막으로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안보를 책임지는 자들의 기막힌 일탈이 터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 역시 같다. 종편을 보라. 언론이 아니다. 개혁의 뜨거운 불길을 아직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언론인으로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가.
 
흔히들 ‘배 째라’고 한다. 마지막 발악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죽어도 좋다는 의미다. 물론 죽을 생각은 꿈에도 없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잘못을 뉘우치는 데 있다.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양심을 포기하고 짐승이 될 것인가. ‘KBS 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67%의 응답자가 공영방송 위상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할 말이 있는가.
 
국민이 밝힌 촛불로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다. 도처에서 개혁의 물꼬가 터졌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언론도 같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거부한다면 국민이 바꿀 것이다. 임기가 있다는 배 째라 식의 만용으로는 어림도 없다. 스스로 결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국민과 MBC 구성원의 요구다. 이제 떠날 때가 됐다. 비록 등장은 추한 모습으로 했지만, 퇴장은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만이 언론인으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존재의미를 남기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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