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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받은 강의평가를 주목하라”

박남기의 솔직한 교육 ① 상처주는 강의평가 활용법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1/17 [23:40]

“저주 받은 강의평가를 주목하라”

박남기의 솔직한 교육 ① 상처주는 강의평가 활용법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1/17 [23:40]

 

▲박남기 교수

광주교대·교육학과

강의평가 결과가 나오면 상당수 교수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학생들이 써놓은 서술형 평가 결과 때문이다. 이를 잘 소화시키면 강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소진현상이 심해지면서 강단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커지게 된다.

 

이 글에서는 서술형 평가 내용이 강의 개선에 보탬이 되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의평가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나면 고마움을 손편지에 담아 전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의 착각’이라는 말이 있다.

 

교수는 몇 명의 학생들이 보내준 편지글을 읽으며 자신이 잘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르치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말없이 저주(!)를 퍼부으며 떠나간 학생들이다. 

 

강의평가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부터는 정반대의 현상이 생겼다. 가르침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나름 최선을 다하면 강의평가 서술형 부분에 긍정적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학생들의 글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올리는 학생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학생 두어 명이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말을 갈겨놓은 것도 볼 수가 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더라도 부정적인 강의평가를 대하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건 감사의 마음을 표한 글이 아니라 내 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들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올려놓은 서술형 강의평가 글을 출력해 읽으면서 다음 학기 강의 준비에 활용해야 한다. 

 

과제가 많다는 학생들의 불평은 늘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강의 중에 안내를 했음에도 듣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이 있어서 보완책을 더 고민하고 만들게 된다. 무심코 사용한 용어가 학생들에게 상처가 됐다는 글을 마주하면 다음 학기부터는 용어 사용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동일한 활동에 대해 상반된 반응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학생들의 평가 내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의 서술형 평가 내용은 어떤 수업 컨설팅보다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의 평가 내용을 토대로 필요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필요한 공부를 더하며 자신을 변화시킬 때 자기 스스로에게도 만족한 강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나 비방으로 가득 찬 강의평가 글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화가 난 상태에 있으면서도 한 학기 강의를 참고 들어야 하는 고통을 겪었을 그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있다. 또한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기억하면서 흘려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격한 감정만 쏟아내는 식의 강의평가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의평가 방법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더 나은 강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을 펼치는 것이 좋은지를 가르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강의 시작 후 한달과 두달 시점에 각각 무기명으로 강의 소감, 진행상의 문제점, 개선 의견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분석해 차후 강의 개선에 활용한다면 학기말 학생들의 분노어린 강의평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강의는 어떤 기술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어느 학기에는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아 아주 흡족한 강의가 됐다가도 다른 학기에는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불만족스러운 강의가 되기도 한다. 이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고,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날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이 한 강의평가 결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이 문제이듯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 돌이켜 강의에 그리고 학생들과의 만남 및 소통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러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학기의 제자를 위해 어제처럼 다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자.

 

박남기 광주교대·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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