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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우리 시대의 ‘참된 안보’다
내실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제안
 
배경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기사입력  2017/01/09 [11:37]

 

  배경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 항모를 필두로 서해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사드 배치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다가올 대한민국 대선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보통국가화의 야심을 버리지 않고 중국의 항모전단 훈련에 자위대를 보내 대치하는 등 적극적 군사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우리나라 대선 국면에 맞추어 6차, 7차 핵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렇듯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렵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군대는 정치인들의 쇼(show)와 고위간부들의 정계 진출 수단이 된 듯하다. 정치계와 결탁된 군인들이 군내 요직을 차지하고, 방산비리로 점철된 각종 군사 장비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매너리즘과 안전 불감증은 장병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2016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해킹: 창군 이래 초유의 추태

 

국방부가 2016년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신뢰받는 혁신강군”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 군이 국민적 신뢰를 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혁신을 통해 강한 군대로 거듭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군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믿음보다는 불신과 실망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7일 국방부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북한에 의해 해킹을 당했다고 한다. 8월 3일부터 해킹이 시작되었으나 10월 6일에야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반 정보는 물론 기밀 정보까지 유출되었다. 최악의 사실은 실질적인 안보 전담 최고위 직인 국방부 장관의 PC마저 해킹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은 대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건의 규모와 실상을 파악 중이다. 하지만 10월 6일 해킹의 흔적을 파악하고 2달이 지났는데도 정확한 피해의 규모와 유출된 비밀의 상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는 10월 1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해킹에 대해 보고했지만, 그는 국정감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고 유출된 내용 중 중대한 비밀은 없다고 주장했다.

 

괘씸죄: 군에서 제일 나쁜 죄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해서 받는 미움이 괘씸죄다. 군대는 계급 사회이며, 계급 차이에 따른 권력의 남용이 언제나 문제가 되고 있다. 군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권 침해나 가혹 행위도 괘씸죄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그 중 2016년 국민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 바로 방송인 김제동씨의 영창 사건이다.

 

김제동씨는 과거 군복무 중 4성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모종의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김제동씨가 영창이 아니라 군기교육대를 갔다고 주장하며 군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군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군에서 그런 잘못된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대립이 일어났다.

 

김제동씨뿐만 아니라 전 복싱 챔피언 홍수환씨도 이와 같은 일을 당했다. 프로 복싱 선수로서 군에 입대한 그는 시합을 하더라도 언제나 이겨야만 했다. 시합에서 패하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창이었고, 복싱 훈련이 아닌 일반 군사 훈련을 받았다. 영창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군인 정신이 부족해서’였다. 후일 그는 “링 안팎에서 싸우느라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우리 군에서 괘씸죄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알고 지내자 모임’이 아니라 ‘알짜배기(노른자) 모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거지던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대표는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언급했다. 추미애 대표의 뜬금없는 발언은 야당 지지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육군의 고위간부들로 이루어진 ‘알자회’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나회’와는 또 다른 하나의 사조직인 ‘알자회’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고위 장교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국정원 추명호 국장(육사 #41)이 최순실과의 비선 라인을 통해 조현천(육사 #38)을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는 등 군내 알짜배기 보직을 알자회 관련 인물들로 모두 채워 넣고자 인사를 조작했다.

 

알자회의 존재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군대가 일부 정치인에게 충성하는 조직임을 재차 상기시켰다. 대한민국이 군사정권을 타도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유신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렸다.

 

극소수가 아닌 모든 장병에게 알짜배기 군대를!

 

군 내부의 전문성 약화, 경직된 계급 문화와 그로 인한 인권 침해, 국민의 수호자가 아닌 일개 개인의 영욕을 위해 충성하는 정치군인.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 과연 우리 군에 안보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적절한 대응은커녕, 감자 캐듯이 내부 비리만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군의 모습에 상실감이 든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튼튼한 안보의 토양 위에 ‘역동적 복지국가’의 기둥을 세워야 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12월 26일 한겨레 칼럼에서 “외교·안보 상황이 악화되면 국내 경제도 약화되어 경제민주화도 복지 증대도 못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군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외부 환경에 따라 국가의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제도를 만들고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군의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내실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제안

 

군이 자정작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번 사태들을 통해 명백해졌다. 앞서 언급한 군 내부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이 아닌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의 참여를 통해 군을 정상화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 국민과 시민사회에 의한 감시 체계 확립

한국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폐쇄성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군의 외부 노출을 금지한다. 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감시 기구도 없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군내에서 ‘가공’이 끝난 정보들뿐이다. 특히 인권 부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이런 은폐 공작을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군 인권 옴부즈맨’을 두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19대 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인권 부분을 시작으로 군의 기밀 사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이 너무 많아져 군대가 군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일시적 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민통제(Civilian Control)의 원칙에 맞게 사회적 기준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2) 군의 적폐 청산을 위한 공정한 인사 검증 제도 도입

현재 우리 군 장교단의 인력 구성은 위관급에서는 사관학교와 비사관학교 출신의 균형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나 영관급이나 장관급으로 갈수록 사관학교 출신과 비사관학교 출신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사관학교 출신들은 생도 시절부터 지연과 학연을 통한 ‘줄’을 만들어 서로를 이끌고 보직을 물려받는 식으로 군의 실권을 장악해 왔다. 과거의 ‘하나회’와 이번 최순실 사태를 통해 알려진 ‘알자회’가 그 현실이다.

 

인사 체계 개편을 위해 우선적으로 인사 검증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참모총장 임명 시 국회 차원의 검증 절차 도입을 제안한다. 이 제도를 통해 사회와 군대의 인식 차이를 좁히고 부적격자를 선별할 수 있다. 또 정치력-군사력 간의 결탁을 막기 위해 군 제대 후 일정 기간 동안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군인이 제대 후 공직에 나가려면 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직에 국방부와 큰 연관이 없는 인물이 취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유럽 및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명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고, 이들은 여성은 군을 모른다는 편견을 깨고 더 혁신적인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3)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투명한 군대

해마다 야기되는 방산비리는 평시에는 해당 장비의 불용에 해당되지만 전시에는 수많은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범죄, 즉 외환죄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준전시 상황인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외환죄를 적용해야 하며,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과 함께 공정한 거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수물자에 대한 완전 공개 입찰을 통해 시민사회의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정보에 대해서도 국민 청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주요 군사기밀이 포함된 정보는 통제된 소수의 인물에게 공개하되, 지금처럼 완전 봉쇄하고 정보의 독점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군대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면 군은 이를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4) 인권 침해와 가혹 행위 근절을 위한 군내 사법권 ‘해방’

군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인권 침해와 가혹 행위를 근절할 수 없는 원인 중의 하나는 피해 장병에 대한 구제 절차가 폐쇄적·주관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가혹 행위 피해 신고는 보통 해당 부대 지휘관이나 헌병대 또는 법무부대 등에 할 수 있는데, 이 계통의 맹점은 우선적으로 소속 부대 지휘관을 통해 1차 해결을 시도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휘관은 본인의 부대 내 사건사고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자체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또는 3차의 피해를 입는다.

 

군사법원으로 사건이 회부되어도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부대 선임참모이거나 차상급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법무관이다. 게다가 형량에 대해 지휘관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법에 따른 올바른 집행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군대에서 법은 지휘관에게 귀속된 하나의 ‘지휘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휘수단에 희생되는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개방적·객관적 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군사기밀과 관련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군사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면 일반법원으로 이관해서 재심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참된’ 안보

 

우리나라는 수차례에 걸쳐 군사정권을 경험하면서 선진국과 같은 문민통제의 원칙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군권은 모두 군인들이 계속 쥐고 있다. 정치력과 결탁한 군사력은 시민사회의 감시 노력을 법과 돈으로 무산시키면서 자신들만의 ‘모임’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 끌어내리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촛불은 다시 올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며 현재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우리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다. 그리고 다가올 아침은 촛불의 힘으로 구체제의 적폐를 불사른 뒤 맞이하는 찬란한 새날이다. 이제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군권을 그들만의 모임으로 둘 수 없다.

 

국민들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진실로 알짜배기 군대가 되어야 한다. 최첨단 무기와 장비만으로는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군대만이 참된 안보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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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09 [11:37]  최종편집: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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