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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서울에서 끝낸다?…'국격'만 망칠 뿐"

[우석균 칼럼] G20, 그리고 한국의 국격과 민주주의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0/11/12 [12:26]

"환율전쟁, 서울에서 끝낸다?…'국격'만 망칠 뿐"

[우석균 칼럼] G20, 그리고 한국의 국격과 민주주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0/11/12 [12:26]
오늘부터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다. 방송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서는 연일 '국격상승'과 그로 인한 수십 조 원의 경제효과, 한국이 드디어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식의 홍보성 보도로 넘쳐난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G20 정상회의가 남겼고 또 남길 것은 무엇인가?

한국정부가 자랑하는 G20 정상회의의 업적을 보자.

첫째, 한국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IMF 개혁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 개혁내용은 1) 개발도상국과 신흥개발국의 지분을 6% 늘린 것, 2) 한국이 중국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상승을 해 18위에서 16위가 된 것, 3) IMF 재정을 두배로 늘인 것 등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말한 것처럼 "IMF 창설 65년 이래 가장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일까? 한국인들과 전세계인들에게 IMF가 악명이 높은 것은 IMF가 경제위기시 돈을 빌려주면서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IMF가 꿔주는 돈 1달러마다 조건이 따라붙는 것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IMF의 이러한 구조조정조건이 달라진 것은 없다. 단적인 예가 IMF가 이번에 그리스에 강요한 혹독한 재정긴축이다. 결국 그리스는 복지재정을 대규모로 삭감할 수 밖에 없었다. IMF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서울 정상회의를 포함하여 G20이 한 일은 G20의 지분 조정일 뿐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유럽지분을 줄이고 신흥 강대국들의 지분을, 특히 중국의 지분을 일부 늘여준 것뿐이다. 그러나 이 지분조정에서도 미국의 비토권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조정, 즉 7개 나라가 나누어먹던 지분을 20개 나라로 바꾼 것이 전세계 사람들과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서울정상회의는 악명높은 IMF를 복권시켰으며 게다가 그 재정을 늘려 더욱 강화시켰을 뿐이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한국의 지분상승의 의미가 "앞으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IMF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자금 지원의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IMF에서 돈을 꾸겠다는 말인가? 1997~98년 위기 때의 한국사람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정부라면 이런 얼빠진 소리를 할 수는 없다.

둘째, 한국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환율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성급한 자랑을 해왔다. 이번 서울정상회의에서도 "시장결정적 환율 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는 경주 재무장관 코뮤니케(회의의 경과를 발표하는 공식 성명서. 구속력은 없다)의 내용이 선언문에 담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G20의 결정은 미국이 6000억 달러를 찍어내기로 결정함으로서 그 선언이 채택되기도 전에 전혀 구속력이 없는 공문구로 드러났다.

미국은 지금 실업율이 10%에서 더 떨어지지 않는 여전한 경제위기 상태다. 오바마가 수출을 두배로 늘리고 FTA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이 수출을 늘리지 않고서는 경제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G3(미국, 일본, EU)에 수출을 하지 않고서는 중국경제를 지탱할 방법이 없다. 중국은 GDP 규모로는 미국 다음의 2위로 올라섰지만 내수규모는 이탈리아 수준의 12위 정도로 내수가 GDP의 33% 정도다. 수출 없이는 중국경제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다. 유럽이나 일본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에 정책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서울정상회의의 선언은 처음부터 공문구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치장하던 간에 서울정상회의도 지금까지처럼 G20이 세계경제위기 해결에 있어 철저히 무능력하다는 한번 더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셋째, 한국정부는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관철시켰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 내용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들과 선진국들의 중개자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개발 이슈'를 G20 정상회의 이슈로 제기했다는 것이 한국정부가 자랑하는 것이다.

내가 '코리아 이니셔티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2008년 촛불운동 때 어떤 여학생이 들고 있었던 "공약지킬까봐 겁나는 건 MB 니가 처음이다"라는 손 팻말이다.

한국정부가 개발원조액으로 매년 지출하는 액수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중 꼴찌로 원조액 GDP 평균 0.3%에 한참 못미치는 0.09%다. 더욱이 한국의 2009년 원조액 중 32.8%가 유상원조로 사실상 빚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유상원조액이 2%를 넘지 않으며 유상원조액이 많아야 10% 미만이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부랴부랴 발표한 공정개발원조(ODA) 계획에서 앞으로 원조규모를 늘리겠지만 유상원조비율을 40%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금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지만 그 사업수주는 50% 이상이 삼성, GS건설, 대우인터내셔날 등 재발기업이 50% 이상을 수주하고 있다. 원조라는 이름 아래 재벌들에게 돈 벌이를 시켜주는 구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을 개발원조의 모범으로 삼게 한다? 정말로 공약지킬까봐 겁난다.

아니나 다를까,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성장친화형' 개발원조는 시장친화형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빈곤층에 돈을 더 쉽게 빌려주갰다고 하고 후진국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농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는 후진국에 대한 개발원조가 아니라 금융기업의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이며 지금까지의 후진국의 농업을 망쳐왔던 기업농 중심으로의 재편방안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코리아 이니셔티브에는 금융안전망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IMF와 지역개발은행에서의 대출을 보다 쉽게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위기극복 모델을 전세계 경제위기 극복 모델로 삼겠다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그러나 1997~98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국민들은 공기업 민영화, 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 증가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 한국은 경제위기의 폐해를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이 아니라 엉뚱한 노동자와 서민들이 짊어진 대표적 케이스일 뿐이다.

이러한 한국모델을 전세계에 전수하겠다? 그리스에서 보는 것처럼 IMF의 성격이 변화하지 않았는데 예방대출제도탄력대출제도 라는 이름을 붙여봐야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국제 부채탕감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꾸어준 돈 1달러에 대해 후진국들은 이미 8달러를 갚았고 앞으로도 4달러를 더 갚아야 한다. 지금 당장 선진국들이 1달러를 원조할 때 후진국들은 2.3달러를 갚아야만 한다. G20이 할 일은 즉각적 부채탕감이다. 그러나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서 기존의 개발원조를 기업과 시장중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먹을 것 마저 조건을 붙여 내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넷째, 한국정부가 자랑하는 것이 또 하나있는데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서밋이다. 이는 서울정상회의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다. G20은 금융규제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의 대표가 와서 금융규제완화와 기업규제 완화를 이야기한다. 자본중심의 신자유주의가 현 경제위기의 핵심인데 세계경제를 망친 그 다국적기업들이 모여 G20에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제출한다. G20이 무엇을 위한 회의인가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장면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남길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하여 전세계의 불평등을 심화시킨 IMF를 복권시키고 강화시켜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세계경제질서를 재편하는 것, 그러면서도 강대국의 지분나누어먹기를 근본적 개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깨질 환율 합의를 세계경제위기 극복방법이라고 내놓고 정작 위기극복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는 무능력, 개발원조를 기업과 시장중심적으로 바꾸어 기업의 새로운 이윤창출기회로 만드는 것들. 아예 다국적 기업들 대표를 불러 모아 이들의 주장을 세계경제위기 해법으로 내놓는 것. 이러한 것들이 세계의 민중들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G7이 해왔던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G20은 바로 G7의 확대강화판일 뿐이다.

▲ G20 행사를 앞두고 경기고등학교 담장에 '전통 돌담'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담장에 허겁지겁 페인트 칠한다고 한국의 '국격'이 높아질까. ⓒ연합뉴스

더욱이 한국 국민들에게 G20 정상회의로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민주주의적 권리의 제한이 강요되고 이에 대한 항의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벽보에 쥐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집회를 일부장소로 제한할 수 있는 초헌법적 권한을 정부에게 부여하는 경호특별법이 발효되었다. 고무총탄 발사기와 음향대포같은 신형 진압장비가 도입되었으며 국회 회기기간 중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베이징 올림픽 때 공원 한군데서만 시위를 허용하고 일체의 반정부적 표현을 하지 못하게 한 중국정부의 조치와 한국정부의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가?

또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한미 정상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한미 FTA 재협상에 또 추가로 합의를 한다고 한다.

세계경제위기 시기의 한미 FTA에 대한 이야기는 <프레시안>에서도 연재한 바가 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한미 FTA로 한국국민에게 돌아올 것은 한국의 공공적 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심각한 악화일 뿐이다.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의 명백한 후퇴다.

더욱이 G20 정상회의 이후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것이 더욱 두려운 것이 필자뿐일까? 한국의 국격을 높인 치적을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강요할 정책들은 무엇일까? 이미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민심에 반한 역주행과 민주주의적 권리의 탄압이 도가 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G20이 있으니 예의를 지키라면서 이 모든 역주행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침묵하라고 해 왔다. G20 정상회의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의 부담을 평범한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자신의 역주행 정책의 디딤돌일 뿐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할 일은 침묵이 아니다. G20에 항의하는 것,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침묵을 깨고 나서는 일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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