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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하늘에 퍼져...'만민공동회'

정읍 들녘에 울려퍼지는 자주, 민주, 평화통일의 염원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5/14 [07:57]

붉은 노을 하늘에 퍼져...'만민공동회'

정읍 들녘에 울려퍼지는 자주, 민주, 평화통일의 염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5/14 [07:57]

“모두 전봉준이 되자!”

 

5월7일(토) 09시 대한문 앞에서 정읍행(行) 관광버스를 탄다. 제3회 ‘신만민공동회(新萬民共同會)’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서울에서는 3대가 출발한다. 날씨도 좋아서 즐거운 여행이 될 거 같다.

 

 

▲ '2016정읍 동학제'에서 의제 발표 중인 참가자 대표들 "세월호" 주제에 대한 소개 발언 중이다.     © 김태희 기자

 

만민공동회라 하면 독립협회, 서재필, 윤치호,이승만, 이완용 등이 떠올라 부정적이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명칭을 바꿨으면 한다. ‘자(自)신이 주(主)권자임을 자각한 민(民)중들의 토론회(會)’라는 뜻의 ‘자주민회(自主民會)’라고 하면 어떨까?

 

경향각지에서 모이는 참가자들이 의제(議題)들을 내놓고 토론하여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다. 처음이라 궁금하고 설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수려한 산천(山川)을 감상하다가 잠깐 졸았는데 휴게소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참가자들이 대화의 꽃을 피우고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사진도 찍는다.  대부분 아는 사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갑오봉기(동학혁명)에 대한 영상자료를 TV로 보는 중에 드디어 정읍에 도착한다. 황토현에 당도하니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꼭 와보고 싶었지만 처음 와본 그 황토현이다. “붉은 노을 하늘에 퍼져...”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 개막!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자!”,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연대체를 결성하자!”,  “동학기념일을 제정하자!”,  “19대 대선 때 민중후보를 추대하자!”,  “지역언론을 개혁하자!”, “생명밥상을 살리자!”,  “헌법대로 살자!”,  “선거제도를 개선하자!”,  “일상 속의 친일과 기회주의를 척결하자!”,  “동학혁명의 핵심사상을 통일운동의 밑거름으로 삼자!”, “자본주의에 전쟁을 선포하자!”

 

11가지의 의제가 제안되고 약 200명의 참가자들이 조를 나눠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토론 후 각 조별로 토론결과를 발표하는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지만 참가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갑오년의 염원은 오늘날 민족의 자주권을 회복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조국을 통일하자는 열망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제1의 의제로 채택하고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 진상이 규명되도록 대중적 압박을 가하자는 결의를 다진다. 유민이 아빠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연대체를 결성하자는 의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 있는 의제를 선택하여 조를 짜는데 21명이 찾아온다.

 

‘20대 국회에 명령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도록 주권자들이 청원하고 독려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허인회 발의자의 웅변에 공감을 표한다.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나온다. 국민주권실현연대(주권연대)가 하루빨리 결성되기를 바란다.

 

11가지의 의제들을 모두 구현하여 1년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만민공동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그냥 잘 수는 없는 법, 얼큰한 뒤풀이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이 가져온 막걸리가 동이 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정읍 참가자들이 준비한 식사와 안주가 일품이다. “2,000명도 대접해봐서 이 정도는 일도 아니죠.”라는 말을 들으니 든든하고 고맙다. 진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황토현 밤하늘에 풍악이 울리고 노래가 울려퍼진다.

 

강당에서 잔 참가자들이 부스스하게 일어난다. 난방이 안 되고 이불이 없어 추웠으리라.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운동장에서 몸을 푸는 참가자들, 산책을 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담배를 파는 가게가 없어 흡연자 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내년에는 집단적으로 기상운동을 하자는 제안을 해야겠다.

 

숙취와 불편한 잠자리로 인해 피곤할텐데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정읍 참가자들을 보니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너무 고맙다. 올해 들어 먹어본 밥상 중에서 최고다. 호남의 음식솜씨,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두부, 떡, 곶감, 채소, 과일... 찬조자들 명단을 보니 정(情)이 느껴진다.

 

 

특별한 어버이날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울지 않을 수 없다. 어버이날이라고 정읍의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꽃을 달아주려고 왔다. 기특하고 고맙다. 순간 식당은 온통 눈물바다가 된다. 사무친 한(恨)이다. 슬픔을 분노로 바꿔 민중의 힘으로 기필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자는 의지로 주먹을 불끈 쥔다.

 

마지막 일정, 버스에 나눠 타고 만석보와 녹두장군 고택(古宅)으로 향한다. 72세 안내원의 해설이 구성지고 알차다. 전직 교사인데 인상이 푸근하다.

 

고부에서 쫒겨난 조병갑이 판사가 되어 최시형 선생에게 사형을 언도한 기가 막힌 역사, 조병갑의 수많은 후예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며 떵떵거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제2의 갑오봉기가 필요하다. 120년 전에 휘날린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 척왜 (斥洋斥倭)의 기치는 현재진행형이다.

 

 

단연 눈에 확 띄는 깃발이다. 그렇다. 갑오년의 염원은 오늘날 민족의 자주권을 회복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조국을 통일하자는 열망으로 되살아난다. 21세기의 ‘전봉준들’인 우리는 예속을 박차는 자주의 기치, 독재를 부수는 민주의 불길, 장벽을 허무는 통일의 외침을 따라 앞으로 나가자!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손을 맞잡는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더 알찬 의제들을 들고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모두의 건승(健勝)을... 몸은 좀 고단하지만 재충전이 된 1박2일이다.

 

  글 : 권삼봉 / 옮김 :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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