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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단독상장 결사반대!" 외치며 '삭발 단식 농성' 하는 이유

[동행취재] 해태제과 본사 앞 집회 이어가는 실물주식 보유 소액주주 모임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4/30 [03:27]

"해태제과 단독상장 결사반대!" 외치며 '삭발 단식 농성' 하는 이유

[동행취재] 해태제과 본사 앞 집회 이어가는 실물주식 보유 소액주주 모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4/30 [03:27]

"단독상장 결사반대!"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해태제과 본사 앞,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목청높여 외쳤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대국민 사기극', '8천억 해태 게이트', '실물주권 회수하고 상장하라'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스피커에는 노조나 시민단체의 집회에서 나오는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모여 있는 사람들은 노조원도 시민단체 활동가도 아니었다. 그들은 1997년 부도 후 법정관리와 청산절차를 거쳐 해산된 옛 해태제과 주식회사의 실물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     © 서울의소리


기자는 오전 10시쯤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열 명쯤 되는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들을 주주라고 소개하며, 해태제과 주주 모임 회원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지난 21일부터 집회를 시작했으며, 25일에는 해태제과 본사 앞에서 삭발을 하고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집회는 매일 오전 8시쯤 시작해서 오후 7시쯤까지 계속하며 단식 중인 참가자는 현장을 지킨다고 하였다. 그들의 말대로 집회장 한켠에 '단식 투쟁 3일'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고 한 참가자가 안쪽에 앉아 있었다.


보통 이런 식의 집회는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주라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힘든 싸움을 하는 것일까? 주주 모임의 주장은 이미 여러 언론 매체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기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들어 보기 위해 동행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실시한 27일은 주주 모임이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또한 지난 29일 있었던 해태제과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이틀 앞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은 청운동사무소 앞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있을 불매운동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주주 모임의 한 회원은 집회를 시작한 날부터 회사 측과 접촉을 시도하며 회사 내부로 진입하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다시 면담을 시도해 본다고 하였다. 11시가 되자, 회원들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바로 다시 나왔다. 한 회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 측에서 막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이 우리들을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회원은 '첫날에는 심하게 부딪혔다'며, 대화를 하기보다는 무조건 막으려는 회사 측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는 기자를 누군가가 불렀다. 바닥에 앉아 있는 그에게 다가가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50대 후반의 한모 씨는 마산에서 올라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1977년 한전에 입사하여 화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명예퇴직했다는 그는 격한 어조로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1999년 옛 해태제과 주식을 매수했고, 2001년 당시 제과 부문 자산 매각을 반대하는 뜻에서 실물 주식을 인출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그는, 이 주식 투자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고 매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면서 '해태제과식품이 해태제과의 영업권을 인수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또다른 회원 이모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주주 모임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5년 전 옛 해태제과가 제과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할 때 그 가치는 1조 천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를 인수하고 성장시켜 만든 지금의 해태제과식품 상장 공모가에 주식 수를 곱한 시가총액은 44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모가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주장이다. 이는 처음부터 윤영달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대표가 자사주 매입후 기업 공개로 이득을 얻기 위해 일을 벌였기 때문이라면서, 회사 사익을 편취하려는 데 공모가가 너무 높으면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여 낮게 조정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영달 회장은 사회 환원과 공익을 이야기했으나, 주주들에게 한 것은 없고 사익을 은폐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주주 모임은 오후 1시 또다시 회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회사 안쪽 문을 잠가놓고 관계자들이 모두 들어갔다고 했다. 한 회원은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회사가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을 듯하다'며 다른 방식의 행동을 예고했다. 충돌이 끝나고 기자회견이 예정된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이동했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로 예정되었으나, 30분 빠른 오후 1시 30분에 시작했다. 주주 모임의 대표가 짧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주주 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태제과 재무제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방관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 서울의소리


기자회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한 회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0대 초반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2001년 당시 옛 해태제과의 자산 매각 등을 반대하여 조흥은행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쓰러져 죽다 살아났다는 그는, 2013년쯤 인터넷의 한 모임에서 실물 주식을 매입했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에 비해 많은 양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여 피해 액수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해태제과 측에서 실물 주식에 대한 공지를 하지 않다가 주주 모임이 행동을 시작하니 그제서야 공지했다'면서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주 모임 회원들이 모두 집회 현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가 넘어 있었다. 기자는 더 많은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집회 현장 안쪽에 자리를 잡았고 곧이어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0대 후반이며 1990년대부터 주식 투자를 했다는 김모 씨는 옛 해태제과가 제과 부문을 매각하고 상장폐지된 이후 장외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상장폐지 주식을 왜 샀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상장폐지 주식은 휴지가 되었다고 하여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해태제과 실물 주식은 상당한 가격에 거래가 되어 영업중인 해태제과(해태제과식품 주식회사를 말함) 주식인 줄 알고 샀다'고 말했다. 상장폐지된 법인의 주식인 줄 모르고 매입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옛 해태제과가 하이콘테크로 이름을 바꾼 것을 몰랐냐는 질문에 '실물 주권에 해태제과라고 표기되어 당연히 해태제과로 알았고, 하이콘테크 주식인 줄 알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이 해산했으면 영업이 모두 소멸해야 하는데 영업이 살아있는채로 옛 주주를 무시하여 화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또한 '회사가 처음에 만나주겠다고 하다가 말을 바꾸는 등 변덕스러운 자세를 보여 화가 난다'며, '회사의 잘못으로 인한 투자 피해는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앞으로 순차적인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히며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또다른 회원이 다가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의도에서 5년간 식당을 운영했다는 김모 씨는 식당에 출입하는 증권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 장외 주식 거래 사이트와 해태제과 상장 관련 소식들을 알게 되었고, 주식이 거래중인 것을 알고 식당을 운영하여 번 돈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투자 전에 손님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문제가 없다고 하여 매입했다고 했다. 옛 해태제과가 하이콘테크로 이름을 바꾼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를 몰랐으며 해태제과 실물 주식이 현재 제과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태제과 주식에 대해 증권가 사람들이 투자에 문제 없다고 말한 것도 이를 해태제과식품 주식과 혼동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이를 방치한 회사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참가자들 외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이를 옆에서 들을 수 있었다. 2001년 당시 1조 천억 원으로 평가된 제과 사업 부문을 4400억 원이라는 저가에 매각하여, 새로운 법인이 옛 법인을 인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매각 이전에 실물로 인출된 해태제과 주식이 거래된 것은 물론이고 매각 이후 하이콘테크로 이름이 바뀌고 그 하이콘테크의 주식을 매수한 사람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이 또한 새 법인(해태제과식품)이 옛 법인(하이콘테크)을 인수할 것으로 기대한 매입이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피해자가 15년동안 발생했으니 집회 참가자 외에도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오후 5시, 취재를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주주 모임 대표와 단식 중인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주 모임의 대표는 1997년 옛 해태제과 부도 이후 주식을 샀으며 자산 매각에 반대하며 실물 주식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매각 반대 집회에 참여했으며 이후 계속 관련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2002년쯤 해태제과식품 측에 해태제과라는 회사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낸 결과, 회사가 우편 봉투 등 모든 인쇄물의 회사명 표기를 해태제과식품으로 바꾸었으나, 2~3년 뒤 다시 보니 회사명 표기가 모두 해태제과로 돌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회사의 행동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새 법인이 옛 법인 인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며 이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 모임은 진정서, 탄원서, 호소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태제과식품 주식회사의 재무제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새 법인의 자본에 옛 법인의 지분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부적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제표는 외부 회계 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주주 모임의 대표는 '새 법인이 옛 법인으로부터 상표권을 샀다고 해도 역사와 연혁은 살 수 없는 것'이라며, '역사와 연혁에 대한 지분을 인정하거나 연혁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이는 회계와 무관한 것이라며 반문하자 그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회사의 자산에는 평가액과 인수가액의 차이로 발생한 무형자산인 영업권이 있다. 회사는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며 1945년부터 시작하는 연혁을 사용하고 있으나, 2001년부터 시작하는 연혁을 사용한다면 회사의 가치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발생했을 영업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대차평균의 원리에 따라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과 같으므로, 자산이 달라지면 부채나 자본도 반드시 달라지는데, 영업권의 증가로 인해 부채가 증가하지는 않으므로 자본이 증가할 것이다. 이 부분이 옛 해태제과 연혁의 가치이며 구 주주의 지분이라는 것이 주주 모임 대표 측 주장의 취지이다. 그는 이러한 주장이 회계 원칙에 따른 것이며 회사의 재무제표가 부적정하다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재무제표가 외부 감사로 적정 판정을 받았으니, 지금 쓰이는 회계 원칙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다만 상식적으로는 이러한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주주 모임의 회원 중 한 명인 김모 씨는 지난 25일 삭발을 하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 중임을 감안하여 짧게 물었다. 그는 '회사와 대화하고 싶은데 회사가 계속 거절하기 때문에, 회사 측에 투쟁 의지를 보여야 그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여 삭발과 단식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요구사항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옛 해태제과 주식을 왜 말도 없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려줘야 하며, 회사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 나온 참가자들이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다들 억울한 것이 많아 보였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주 모임은 옛 해태제과가 1조 원이 넘게 평가된 사업 부문을 4천억 원 정도에 매각한 것과 그 이후 상장 과정까지의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회사가 자신들을 만나 주어야 하고, 진상 규명 결과 회사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회사가 지금까지 15년간 옛 주식의 거래와 주주들의 요구를 방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 서울의소리


주주 모임은 지난 29일 해태제과 본사 앞에서 해태제과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으로 각 기관에 회사를 고발하고 전국에 불매운동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해태를 좋아하고 해태의 성공을 믿었기에 주식을 샀다는 주주들, 그런 주주들이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 관련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급기야 회사의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무리하게 건설업에 뛰어든 회사의 부도와, 부실자산 매각이라는 정상적인 구조조정 대신 주력사업 매각 후 청산이라는 꼼수 선택, 그리고 상표와 회사명에 연혁까지 똑같이 쓰면서 같은 회사인 척 하다가 피해자를 양산했다. 회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지만 꼼수는 꼼수일 뿐이며, 사람들은 이를 편법이라고 부른다. 최근 경제난으로 다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편법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이런 피해자들을 그대로 두고 넘어가면, 앞으로 다른 기업의 꼼수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피해자가 생기지는 않을까? 당국의 노력과 회사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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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타 2016/05/01 [21:13] 수정 | 삭제
  • 서울의 소리는 힘 없는 약자 대한 민국이라는 나라 에서 소외된 국민의 대표 언론 존경 합니다 이처럼 이해 하기쉽게 보도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한 사모 2016/05/01 [11:00] 수정 | 삭제
  • 한전 출신 은퇴자 입장에서 정말 할말을 잃었습니다 어쩌다가 그런기업에 물려 고생 하십니까 부디 투쟁에 성공 하셔서 노후에 편안 삶을 보네시길 빌겠습니다 옛 한전 동료가 한 모주주에게
  • 송인웅 2016/05/01 [06:51] 수정 | 삭제
  •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실이고 따라서 당연히 매출액을 표시하는 손익계산서에 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회계원칙입니다. 또한 손익계산서는 대차대조표와 연관이 있고요. 따라서 1945년 설립한 회사의 역사와 연혁을 사용한 가치 등이 재무제표에 표시돼 나타나는 것이 적법한 회계이고 재무제표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1945년 설립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보유한 해태제과주주들의 주식을 신주로 교환해 주어야만 재무제표가 적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혹 해태제과식품의 주장대로 해태제과주식과 무관하다면 부당한 허위재무제표이기에 부적한 재무제표로 상장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투자자를 기망하는 불법행위입니다. 당연히 재무제표에서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부분을 제거하고 상장해야 합니다. 이게 해태제과주주들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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