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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의 도약 발판이 된 아이오와 코커스

다음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승리 예상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2/05 [04:11]

버니 샌더스의 도약 발판이 된 아이오와 코커스

다음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승리 예상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2/05 [04:11]

 

 

이곳 시간으로 어제 (2월 1일) 아이오와에서 코커스가 있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각 지역 경선이 시작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정당들이 대선 후보를 낼 때 각 지역에서 경선을 벌이는 것도 사실은 미국의 제도를 본딴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의외의 결과들이 도출됐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지금까지 최우위를 달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 후보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고,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이 거의 동률을 이뤘습니다. 물론 숫자상으로는 클린턴이 앞서긴 하지만, 지난 해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지던 버니 샌더스의 이같은 약진은 앞으로의 예선 과정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지요.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장기였던 막말이 이른바 '분노한 백인들'의 정서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속된 말로 레드넥이라는 비속어로 불리우는 남부의 극보수 백인 유권자들, 즉 자기 계급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보수기독교의 주장과 타협을 찾기 힘든 보수 이념, 국가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마치 우리나라의 어떤 정당 지지자들을 연상케 하는) 백인들을 자극해 인기를 얻어 왔으나, 정작 그의 집권이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이자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보수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신 기독교계의 지지를 얻고 있는 테드 크루즈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상황을 보며 한국의 총선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버니 샌더스는 말 그대로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그의 인지도나 세력, 그리고 그가 민주당 사람이 아니라 무소속이라는 점을 봤을 때, 선거 자금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이른바 '수퍼팩' 같은 것도 없고, 말 그대로 풀뿌리 민초들의 지지만을 등에 업고 나온 그의 상황에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실질적 무승부를 이끌어내고, 다음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승리가 예상됩니다.

 

 

한가지 설명을 드리자면, 코커스는 당원들만이 투표하는 일종의 전당대회이며, 프라이머리는 당원이 아니어도 일반인들도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서, 말 그대로 주민 참여 예비 경선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여론조사에서는 늘 샌더스가 앞서 왔습니다. 샌더스는 여기서 전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직선제 같지만 실은 일종의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복잡한 선거제도. 마치 풋볼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버니 샌더스는 첫 시험대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2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클린턴에 이어 21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습니다. 풋볼 경기로 보면 1쿼터에서 22대 21로 매우 근소하게 뒤지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다음 뉴햄프셔 경선에 이어 이른바 '수퍼 화요일'로 불리우는 메인경기가 있고 나면 그 다음엔 결과가 드러날 겁니다. 


저는 전심을 다해, 그리고 내 수입에서 약간이나마 계속해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데 투척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지금처럼 정치에 '내 돈을 베팅했던' 적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당선될 때, 그리고 그의 재선을 위해 운동할 때 조금씩 있었지만, 지금처럼 내가 생각해도 제 생활이나 수입으로 볼 때엔 꽤 많은 액수를 이리 꾸준히 쾌척해본 것도 처음입니다. 변화의 힘이란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스포츠에 베팅하는 것 보다는 분명히 내 삶에 훨씬 가까운,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도박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 이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경선이 가능했던 것 자체조차 일종의 기적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의 프래그머티즘, 즉 실용주의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랠프 네이더가 제 3후보로 나서서 선거판을 망쳐놓는 바람에 조지 부시 주니어라는, 희대의 무능 부패 정권이 미국에 탄생하게 된 배경엔 미국의 양당구조에 뛰어든 제 3후보의 표심 분산이 있었습니다.

 

사실 민주당도 빌 클린턴 정권이 탄생한 배경에는 로스 페로라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14대 총선에 통일국민당이란 정당을 만들고 대선에 뛰어들었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을 연상시키는 사람이 있었고, 그 덕에 빌 클린턴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 분산으로 인해 비교적 쉽게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으로 반성을 했고, 민주당에서는 이번에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가 대선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대신 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절대 불복해 단독으로 출마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다는 확약을 후보로부터 받았고, 이 결과 버니 샌더스가 지금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게 된 거지요. 


지금까지 '변방의 무명 후보'였던 샌더스는 이번의 접전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알렸고, 세상엔 변화의 열망이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버니 샌더스가 만일 지금 그의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들을 껴안을 수 있다면 이번 미국 대선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이런 것들이 참 부럽습니다. 만일 우리나라 야권 대선 경선에 문재인, 심상정, 유시민, 노회찬, 안희정, 이재명 등이 모두 참가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 형태로 후보를 단일화하고 경선에 불복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화합을 통한 승리를 일궈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디 대선뿐이겠습니까. 총선도 보다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정책을 갖고 토론하며 국민의 판단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버니의 꿈을 함께 꾸며, 저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나아갈 방향이 어떻게 돼야 할까에 대한 꿈도 함께 꿉니다. 분단의 모순이 우리를 얼마나 정치적인 섬에 갇히게 만들어 버렸는지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 분기점마다 되풀이됐던 선택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세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뒤쳐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극우들이 활개칠 수 있는 이 환경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우리에게도 진정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버니를 더 응원합니다. 그가 불러올 변화는 과거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미국에 가져왔던 변화와 비슷할 겁니다. 미국의 선택은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건설적으로 사회 모순들을 바꿔내고, 세계 질서를 보다 정상적으로 가꿔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저를 괜히 들뜨게 합니다. 버니가 꼭 이겼으면 합니다. 

시애틀에서... 
작성자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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