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건, 우병우 민정수석이 주도하고, 김기춘이 기획성완종 지인, “우병우가 기획했다” 선데이 저널 기자에 억울함 토로이른바 성완종 물귀신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끝내 총리 취임 63일만에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압박한 검찰 수사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이와 관련 최근 성 전 회장이 생전에 가깝게 지낸 한 측근으로부터 “성 전 회장이 이번 수사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기획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특히 우 수석이 성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1개월 전인 지난 2월경에 김진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라 접촉했던 사실도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을 사정함으로써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와 일치한 시점이다. 즉, 검찰의 이번 사정 작업이 사실상 성 전 회장을 통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표적수사였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수사가 지난 2009년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검 중수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맡았던 노무현 수사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제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성완종 사태는 김기춘이 연출하고 우병우가 극본을 쓰고 이완구가 실행에 옮기려다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선데이저널>이 성완종 지인 단독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우병우 민정수석은 사법고시 기수가 민정수석을 맡기에는 한참 낮은데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에 임명됐던 데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가 비서실장에 물러났지만 여전히 대(對) 검찰 관계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사실상 이번 수사도 그가 초안을 작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두 사람이 앞에 나서서 사정을 주도하기가 어려운 만큼, 이완구 총리에게 총대를 메게 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결국 박근혜 정권에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토사구팽을 당한 성완종 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8인의 뇌물 리스트를 남겨 김 전 실장과 이 총리의 경우 제 무덤 제가 판 꼴이 되고 말았다.
죽기 전 지독한 배신감 억울함 호소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시발점 내막과 배후를 추적해 보니 김기춘과 우병우 이완구 김진태로 이어지는 검찰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3월 중순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던 4월 초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만나 구명운동을 벌였다.
그가 자살하기 전 김기춘 전 실장의 평창동 자택 주변을 배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명운동이 소용없게 되자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성 전 회장은 이런 선택을 하기 전에 몇몇 극소수의 지인들에게 검찰 수사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검 중앙수수부 과장시절 노 전 대통령 수사 실무를 진두지휘하면서 수사상황을 언론에 노출시켜 피의자 등 수사 대상자들을 정치적·사회적·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일종의 ‘여론몰이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이 바로 별건수사였다고 한다.
별건수사 가장 억울해 해
실제로 검찰은 지난 3일 성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9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정부지원금 등 800억원을 챙기고 회삿돈 2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 성 전 회장의 부인과 아들 등 가족의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유용 혐의를 거론하며 조사의 강도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성 전 회장의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당시 부인 동모씨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특정 회사의 이름을 말하며 신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고 성 전 회장의 아들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4년 동안 1억6000여만원의 회삿돈을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고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원개발 의혹 수사를 벌이다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자 가족들을 뒤지며 압박하는 등 사실상 별건 수사를 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은 이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생명을 바쳐서라도 이름 석 자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병우 배후가 김기춘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을 만나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된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 무선 교신 녹취록’에는 성 전 회장이 9일 자살을 하기 직전 김 전 실장의 자택 인근에서 배회한 정황이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김 전 실장의 자택과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포착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평창동 K빌리지와 평창동 정토사 인근을 맴돌았다.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과 만남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성 전 회장은 CCTV 기준으로 오전 5시 33분 형제봉 매표소에 도착해 오전 9시쯤 김 전 실장의 자택에서 400m 떨어진 K빌리지를 지나 오전 11시 5분쯤 정토사를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신호가 잡힌 정토사 인근이 김 전 실장의 자택을 중심으로 형제봉 매표소와 정반대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자살하기 직전 김 전 실장의 집을 들렸을 개연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성 전 회장이 이번 수사가 김기춘 감독, 우병우 각본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그가 파악한 바로는 우병우 수석이 김진태 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을 2월과 3월에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문건 유출’ 수사는 청와대 입장에서 더 이상의 ‘악재’ 없이 무난히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우 수석의 업무역량을 높게 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김 전 실장 재직 시에 그는 우 민정비서관의 상관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을 제치고 ‘직보’를 받으며 힘을 실어줬다.
우 수석이 대표적 인물이고 과거의 대검 중수부를 대신해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그를 통제하는 검찰 수뇌부 모두가 김기춘 전 실장이 공을 들인 ‘작품’이다. 결국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성완종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을 통해서 구명을 시도했으나, 김 전 실장이 그를 모른 체 했고, 성 전 회장은 그의 이름을 메모에 올렸다.
金 총대 맨 이완구의 몰락
그렇다면 성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를 겨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김 전 실장과 우 수석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러난 비서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정수사를 기획했다면 이것은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대외적으로 이러한 명분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총리는 총리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대적 사정 수사를 예고하고 나선다.
실제 이완구 신임 총리가 3월12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다음날 포스코 수사가 시작됐고, 일주일 뒤에 성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이유는 오래된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성 전 회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 총리의 이런 인맥관리에 대해서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짚은 적이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고 성완종 전 회장을 알기는 했지만, 수시로 연락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성 전 회장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건 건 153건, 그리고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전화한 횟수는 64건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1년간 모두 217차례로 파악됐다. 이런 관계에도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요청을 모른 체 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를 밟고 자신의 위치를 곤고하게 하려 했다.
그렇다면 여전히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검찰이 과연 이번 수사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지난주 본지가 언급했듯이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은 2012년 대선자금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정식 회계처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쓴 셈이 된다. 공소시효도 충분하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 검찰이 손댈 수 있을까. ‘김진태 검찰’의 궤적에 비춰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선데이 저널 USA 리차드 윤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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