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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줄 죄기, 실효성 있나? 워싱턴포스트 르포를 보며...

[논평] 5.24 조치 해제해야 남북경협교류 물꼬 튼다

뉴스프로 Wycliff Luke 기자 | 기사입력 2015/03/23 [02:26]

북한 돈줄 죄기, 실효성 있나? 워싱턴포스트 르포를 보며...

[논평] 5.24 조치 해제해야 남북경협교류 물꼬 튼다

뉴스프로 Wycliff Luke 기자 | 입력 : 2015/03/23 [02:26]

 

 

미국의 정책 결정자 그룹에서 북한 문제는 종종 엔드게임(Endgame)에 비유되곤 한다. 엔드게임은 체스 용어로 기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경기양상이다. 기물이 얼마 없으니 나오는 수는 뻔하다. 그리고 강수 외엔 다른 수가 없다. 북한의 경우가 딱 그 경우다.

 

북한으로선 핵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 세계와 단절돼 왔고, 따라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자 해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지극히 제한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하는 처지다. 냉전 종식과 함께 후견인이던 중-소를 잃은 북한은 이제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의 상대가 불가피해졌다. 북한으로선 핵이 유용하고 또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 핵에 대해선 강경 일변도다. 여기서 미국이 북핵에 접근하는 기본정책 기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는 남한 입장을 배려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일정 수준 배려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 이유는 아니다. 미국이 북핵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근간은 북핵을 용인할 경우, 핵확산 금지 체제가 흔들리고 특히 남한-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기조 하에 북한의 돈줄을 조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돈줄을 조이면 북한이 핵 카드를 포기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런 전제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르포로 확인됐다.

 

이 신문은 북-중 접경인 단둥 현지취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보여줬다. 바로 북한이 자본주의 경제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북한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중국은 물론, 남한, 심지어 미국에 상품을 팔아 이윤을 챙기고 있었다. 북한 정권도 이들 기업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실정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고사를 인용하며 북한과 중국 사이에 암암리에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음도 알렸다.

 

중국 발판으로 경제제재 피한 북한

 

이 사실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미국이 돈줄을 틀어줘봐야 큰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을 보여줬다. 미국으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기업들의 사업 무대가 중국이기에 미국은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쉽지 않다. 중국 당국이 국경지대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일축해도 미국으로선 딱히 되받을 말이 없다.

 

현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박왕자 씨 총격 피살 이후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더니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5.24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남북 경협은 중단됐고, 이어 정치적 대화도 경색 국면으로 들어갔다. 박근혜 정권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천명하면서도 북핵 포기를 유달리 강조하며 공공연히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북한 기업의 활동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도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하면 국내 보수 세력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발판으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현 상황은 경제협력 중단 등 대북 압박이 궁극적인 남북 화해엔 악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 정권이 계속 북핵 포기를 외쳐봐야 공염불일 뿐이다. 그보다 북한이 핵이란 위험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못하도록 막힌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 매진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긴장 요인 제거 방안 마련도 당연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경협재개는 최우선 순위다. 경제는 고도화될수록 그물망이 형성된다. 따라서 남북이 경제로 유대를 맺으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확대되기 마련이다. 이런 흐름이 궁극적인 남북 화해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완성도 기대할 수 있다.

 

끝으로, 북-중 국경지대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전해준 <워싱턴포스트>지 취재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사실 우리 언론이 다뤄야 할 주제였는데, 우리 언론의 시야는 탈북자의 동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당국의 감시 등 온갖 어려움을 무릅쓴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NewsPro (뉴스프로)-Wycliff Luk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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