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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국 보고서... "쓴맛이 사는 맛" 출간

[서문] ‘꼰대’가 아닌 ‘어른’을 만나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3/06 [02:31]

채현국 보고서... "쓴맛이 사는 맛" 출간

[서문] ‘꼰대’가 아닌 ‘어른’을 만나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3/06 [02:31]

배운 거라곤 몇 자 쓰는 재주밖에 없는 저입니다. 때론 친일파 공부한 것을 간추려 책으로 펴내기도 하고 때론 관련 번역서를 몇 권 내기도 했습니다. 백수가 된 이후로는 호구지책으로 이런 저런 잡서를 더러 쓰기도 했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종이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작년 초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를 보고 채현국 선생(양산 효암학원 이사장)을 흠모하게 됐습니다. 이 시대에 그만한 ‘어른’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흙 속에 묻힌 진주와 같은 분이라고나 할까요. 작년 여름 양산에 가서 직접 뵙고는 선생과 관련한 책을 한 권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효암고 정문 바위에 새져겨 있는 '쓴맛이 사는 맛' 글귀

 

그러나 본디 게으른 탓에 차일피일 하다가 이제야 겨우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이번에 비아북에서 펴낸 책의 서명 <쓴맛이 사는 맛>은 효암고 정문에 서 있는 바윗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원래 이 바위는 효암고 교명을 새기려고 했던 것인데 한쪽 귀퉁이가 손상되면서 이런 용도로 사용하게 됐다고 합니다.


평소 이 글귀를 눈여겨 본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싶습니다. 흔하다면 흔한 표현이고 철학적이라면 또 철학적입니다.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글이 비관론이 아니냐는 질문에 선생은 ‘적극적인 긍정론’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쓴 맛조차도 사는 맛이며, 오히려 인생이 쓸 때 거기서 삶이 깊어지며, 그게 다 사람 사는 맛이라고 합니다.


채 선생은 겉으론 평범해 보이면서도 결코 예사롭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격동의 80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오신 분입니다. 학식이나 재력에서 부족함이 없는 분이지만 겸손하고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해오셨습니다. 그런 분의 삶을 제가 제대로 그려냈는지 저어합니다.


여기서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기보다는 책 '서문'과 '목차'를 통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 내용 등을 소개할까 합니다. 채 선생의 ‘평범 속의 비범’ 같은 삶의 교훈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고 또 삶의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문] ‘꼰대’가 아닌 ‘어른’을 만나다


우리 시대에 진정한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우리 사회에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전승하고 조언을 주고, 참조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없이 잔소리와 설교를 일삼는 ‘꼰대’에게 사회적 존경이 따라올 수는 없다.

 

그러나 굴종과 타협을 강요하던 시대에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질곡의 시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이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 양산 소재 효암학원의 채현국 이사장은 기존에 알고 있던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채 선생은 2014년 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널리 세상에 알려졌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인터뷰는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어떤 이는 채 선생 같은 분이 이 시대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감격스럽다고 했다. 아마도 이런 뜨거운 반응은 ‘제대로 늙은 어른’에 대한 갈증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무엇보다 어른들을 ‘꼰대’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늙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씌어졌다. 이 책은 ‘채현국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을 작년 여름에 처음 뵌 이래 일곱 차례 정도 만났다. 네 차례 독대를 했으며, 더러는 모임에 합석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면에 이어 채 선생의 강연과 각종 인터뷰 내용 및 관련 자료, 그리고 지인들의 증언을 모두 모아 선생을 살펴봤다. 말하자면 ‘뒷조사’를 한 셈이다. 평소 선생이 자서전이나 평전 쓰는 것을 극구 싫어해 구술과 기록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1장은 관찰, 2장은 전언(傳言), 3장은 자전(自傳)의 형식으로 선생을 기록했다.

 

부(너희들은 저렇게 되지 마라)에서는 대중들이 선생에게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 이 시대에 ‘채현국’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았다. 말하자면 ‘왜 지금 채현국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2부(분노하라 저항하라)에서는 교육자로서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행하는 ‘힐링’이나 ‘상담’이 아닌 온몸으로 겪은 투박하지만 진솔한 인생 훈수가 가득하다.

 

3부(비틀거리며 살아왔지만)에서는 선생의 지나온 삶을 통해 선생의 인간적 면모를 기록했다. 천부적인 사업가였던 아버지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성장사, 경영자로서, 그리고 현재 교육자로서 선생의 지나온 삶을 육성으로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자전(自傳)의 형식으로 기록했다. 선생은 스스로 일관되게 표현하듯이 위인도 영웅도 아니다. 그러나 선생의 삶과 행동, 말은 우리 시대의 어른으로서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도 남을 것이다.


내가 만나 뵌 채 선생은 소탈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이었다. 파격적이고 괴팍한 기인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삶의 철학이 건강하고 확고한 분이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고 말의 일관성이 있는, 보기 드문 어른이었다. 특히 8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고 파격적인 언동은 기록하는 이를 몇 번이나 깜짝 놀라게 했다.


선생의 삶을 짚어보고 기록하면서 선생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선생은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에도 민주화운동가와 불우한 벗들을 남몰래 도와주었고, 탄광사고 피해자들에게는 계열사를 전부 팔아 보상해주었으며 사학재단을 운영하면서는 교육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어른’으로서 존경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분이다.

 

관념과 자기계발로서의 ‘조언’과 ‘충고’가 아닌 직접 몸으로 겪고 증명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어른의 진심 어린 가르침을 듣고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로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과 이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


2015년 2월 기록한 이,  정운현

 

필자-정운현, http://durl.me/4pm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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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만 2015/03/10 [11:00] 수정 | 삭제
  • 채 형, 이제 드디어 세상이 '흙 속의 보배'를 알아 보는군요. 冊 출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장동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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