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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박근혜의 나라가 아니다”:서울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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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박근혜의 나라가 아니다”

[변홍철 칼럼] ‘박근혜 비판 전단지’ 배포가 불법인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2/24 [13:37]

“대한민국은 박근혜의 나라가 아니다”

[변홍철 칼럼] ‘박근혜 비판 전단지’ 배포가 불법인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2/24 [13:37]

 “대한민국은 박근혜의 나라가 아니다”

 

저는 대한민국 시민 변홍철입니다. 저는 지난 2월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소재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비판 전단지’ 20여 장을 뿌렸습니다. 전단지를 뿌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한민국은 박근혜의 나라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은 외침입니다. 그리고 “공화국 시민은 누구라도 대통령을 공공연히 비판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전단지에는 저를 비롯해, 이번 전단지를 공동으로 제작한 동료 시민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또 이 전단지는 대구뿐 아니라 전북 군산,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시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누구의 사주나 지시도 받은 바 없으며, 각자의 양심에 따라 함께 전단지를 만들고 배포한 것이므로 털끝만큼도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단지 배포 직후, 실명과 주소지까지 밝히고, 사진까지 첨부하여, SNS 등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였습니다. 또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었고, 이후 신문과 방송 등에 여러 차례 크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2월 17일 대구 수성경찰서 지능팀(전화 053-600-6831)에서 제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전단지 배포와 관련하여 물어볼 게 있으니 경찰서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화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와 자유 행사일 뿐 범죄가 아니므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뜻을 밝히고, 그럼에도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경찰이 판단한다면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시민들이 뿌린 박근혜 비판 전단지ⓒ변홍철

 

옆에 있는 나를 두고 고향집에 찾아 노모를 만난 형사

 

그런데 2월 23일 오전 수성경찰서 형사 2명이 제 주소지인 경북 청도군 삼평리 집과 대구의 본가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삼평리에 와서는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소위 ‘탐문조사’를 한 모양이고, 대구 본가에 와서는 70대의 노모에게 이런저런 것을 묻다가 면박을 당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삼평리로 이들이 찾아온 시각, 저는 집에서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주민들과 함께 있었는데, 지척에 있는 저를 찾거나 직접 연락할 생각은 하지 않고(이들은 제 전화번호까지 갖고 있는데도), 동네를 헤매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지난 16일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전단지 배포만으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제가 요구한 대로 출석요구서 발부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근거도 없이, 신원이 분명하고 주소지와 전화번호까지 다 확보하고 있는 시민에 대해, 마치 범죄자인 양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공권력 남용이자 인권 침해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 어처구니없는 공권력과 예산 낭비입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경찰의 작태는, 사실은 법적 처벌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시민들의 정당한 정부 비판, 대통령 비판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명백한 정치 탄압입니다. 경찰이 시민에 복무하는 정당한 공권력이 아니라, 정부와 권력자들의 충실한 하수인에 불과함을 다시 한번 스스로 폭로하는 한심한 작태에 불과합니다.

 

저는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시인이자 작가로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려는 출판인이자 언론인으로서, 경찰의 이번 공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수성경찰서 서장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합니다.

 

김정일 생일날 맞춰서 삐라 뿌렸다? RO 잔당?

 

경찰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이런 기사가 16일 이후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았습니다.

 

“활빈단은 17일,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며 국가원수를 수사하라는 황당한 내용의 유인물이 김정일 생일날(16일) 뿌려진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살포자가 시민운동가 변 모씨와 신 모씨 등인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경찰이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로 이를 악용해 전국 대도시를 돌며 대통령 비난 삐라 살포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활빈단(아마도 우익단체인 모양이지요?) 회원이 대구경찰청 앞에서 전단지 배포자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일인시위까지 했다고 합니다. 일인시위 피켓에는 ‘이석기 RO 잔당’ 운운하며, 마치 이번 전단지 배포에 어떤 배후가 있다는 듯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수사를 촉구하는 ‘외압’을 어디 활빈단만 했겠습니까? 전단지는 다른 지역에서 먼저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유독 대구에서 몇십 장 뿌려지자마자 이렇게 경찰과 우익단체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경찰의 법리 검토에 근거한 수사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수성경찰서 지능팀 등에 이런저런 외압과 ‘특별한 지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헐티재를 넘어 청도 삼평리 골짜기까지 ‘탐문수사’에 나서야 했던 일선 경찰관의 고충이 한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시민들이 기억을 못 할 뿐더러 관심도 없는 ‘김정일 생일’을 활빈단은 어떻게 그렇게 잘도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날 ‘박근혜 비판 전단지’가 뿌려진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인지, 같은 날 새누리당이 이완구를 총리로 인준하기 위해 쪽수로 밀어붙인 폭거에 대해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왜 관심이 없는지는 여기서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시민들이 뿌린 박근혜 비판 전단지ⓒ변홍철

 

그러나 이미 “처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찰에 대해서, 막무가내로 수사를 압박하고 종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활빈단이 얼마나 헌법과 민주주의를 우습게 아는지 스스로 폭로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지적해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대통령 비난 삐라 살포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활빈단의 예측은 아무래도 맞아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이 사태에 미온적인 경찰 탓이 아니라, 그만큼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극에 달해 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비판 전단지’가 날이 갈수록 더욱 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배포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현실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경찰부터 먼저 뼈아프게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 배포한 전단지에서 밝혔듯이, 수사해야 할 것은 민주시민이 아니라, 불법선거로 대통령 직을 차지하고,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종북몰이’로 헌정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박근혜입니다. 

 

변홍철 시인, ‘시와 공화국’ 저자 민중의 소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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