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올해 초 정윤회(59)씨를 감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어떤 공식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관가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얼굴을 대면한 이가 드문데도 “현 정부의 막강 실세”라는 말이 떠돈다. 그렇다고 그가 막후에서 어떻게 권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윤회씨는 박근혜의 정계 입문 시기에 ‘비서실장’이란 호칭을 달고 보필했던 인물이다. 정씨의 장인 최태민(1912~94)씨는 1970년대 박근혜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부인 최순실(57)씨는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와 딸 내외는 각종 전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목적 달성하니 허무하더라”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주역임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기사-정윤회...그는 도대체...누구인가?...
▲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1월 감찰한 것으로 확인된 정윤회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 앉아 있다. 정씨는 정확한 프로필은 물론 얼굴 사진이 제대로 공개된 것이 없다.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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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올해 초 정윤회(59)씨의 비위 의혹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정씨에 대해 청와대가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고 감찰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감찰은 그러나 관련 의혹을 조사하던 경찰 출신 행정관이 갑작스레 원대 복귀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밝혀져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1월 초 정씨가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에 개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에는 정씨가 청탁의 대가로 수억원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발언은 정씨를 잘 안다고 주장하는 육영재단 관계자 인척이 사석에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현 정부에서 공식 직함은 없으나 ‘숨은 실세’로 지목돼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는 박근혜 취임 후 대외 활동은 물론 외부 접촉을 끊고 은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의 행적에 관한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와 관련,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역술인인 이모씨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인 신분인 정씨를 감찰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민정수석실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법령에 근거해 감찰이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령 7조는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는 특별감찰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씨는 박의 정치인 시절 비서실장 등으로 오랫동안 보좌했던 ‘특수 관계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감찰 개시에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었다.
정씨의 공직자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한 감찰은 그러나 한달 만에 중단됐다.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 신분으로 감찰을 진행했던 경찰청 출신 A경정이 2월 중순 원래 소속으로 복귀하면서 사실상 감찰이 중단된 것이다. A경정 후임으로 온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이후 정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감찰을 진행하던 실무자가 인사 시즌도 아닌 때에 갑자기 전보조치가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누군가 감찰을 중단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간에 회자되는 권력 실세설
정윤회, 그를 가리켜 ‘숨은 실세’ ‘비선 실세’ ‘그림자 실세’로 언급하는 이들이 적잖다.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이 어떻게 ‘힘’을 휘두른다는 것일까.
그는 지난 7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후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신설되는 특별감찰관이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 재산, 이권 개입, 박지만 미행 의혹, 비선 활동, 모든 걸 조사하라. 나는 결백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청와대 3인방인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비서관과) 접촉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에서 정씨는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했다”고 했지만, 실제 그 무렵 부인 최순실씨와 이혼한 상태로 알려져 발언의 진위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앞서 지난 3월 정씨가 박근혜의 동생인 박지만을 미행했다는 시사주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씨 측 대리인은 지난 19일 이 주간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에서 “실체가 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출생부터 이력까지, 베일속 인물
정씨의 본적은 강원도 정선군이다. 하지만 그곳은 정씨 아버지 세대의 연고지일 뿐, 정씨 본인은 어디에서 성장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주변인들도 출생신고가 있는 서울 종로구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출생연도도 공개된 적이 없다. 세계일보 취재결과 1955년 생으로 밝혀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서울고 출신이 대거 약진한 배경에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정씨는 서울고 인근(당시 서울고는 신문로에 위치)의 보인상업고등학교(현 보인고) 출신(1974년 졸업·30회)으로 보인다. 이 학교 30회 졸업생 중에 ‘정윤회’란 인물이 실제 존재한다.
정씨 출신대학을 두고도 연세대 혹은 성균관대란 이야기가 돌았지만 모두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연대 총동문회 명단에는 정윤회란 이름이 없다. 정씨가 1993년 3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를 받은 사실은 확인됐다. 대학 졸업 후 정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는 보도도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씨는 1995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와 결혼했다. 정씨가 최태민 목사의 비서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정씨는 박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보좌관을 지냈다. 박은 정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정씨는 그러다가 박근혜가 한나라당에 복당한 2004년 이후 공식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자취를 감췄다. 기자들을 포함해 알고 지내던 지인 대부분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삼성동팀’ ‘강남팀’이란 외곽 조직을 이끌고 박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