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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가 묻는다, 2007년 이후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구조조정에 몰린 노동자가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담담히 풀어낸 영화 - 감동의 긴 여운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1/16 [13:35]

카트가 묻는다, 2007년 이후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구조조정에 몰린 노동자가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담담히 풀어낸 영화 - 감동의 긴 여운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1/16 [13:35]

영화적으로 아주 잘 만든 영화는 분명 아니었다. 주제의식에 짓눌린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했고,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 놓고서도 한참동안 머뭇거렸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결국 이런 허접한 자기 고백으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카트>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자칫 '노동 영화'로 비춰져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지만(실제로 <카트>는 알바 노동 착취에 대해서도 일정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엑소의 도경수를 중심으로.), <인터스텔라>의 광풍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놀라운 선전을 하고 있다. 개봉 첫 날인 13일 10만 관객을 동원했고, 현재까지 총 관객 수 18만 9,256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자막을 통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알리고 있다. 물론 그 실화가 어떤 사건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이랜드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 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07년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한 해였다. 법의 취지는 좋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과옥조로 여겨진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라 비정규직은 급속히  늘어났다. 

 

기 업의 입장에서는 마음껏 자를 수 있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기 마련이고,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용과 차별은 점차 심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회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와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2006년 11월 30일 통과시켰고, 이 법은 2007년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어 시행되도록 되어 있었다.

 

ⓒ 오마이뉴스

 

당연히 기업들이 순순히 '비정규직을 보호'할 리 없었다. 법의 허점을 귀신처럼 파고드는 것이 기업들의 '법무팀'이 아니던가? 통칭 '비정규직 보호법'의 하나인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 제2항은 기간제 근로자는 최대 2년까지만 고용 가능하고 2년을 초과할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식대로라면 이 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해석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기업들에겐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기업들에게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 제2항은 '2년 이내에는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석됐고, 이랜드 홈에버는 이러한 자의적 해석에 따라 50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은 바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희생양이 된 셈이었다.

 

마트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한 첫 날, 선희(염정아)는 식사 준비를 위해 먹을거리를 사온 동료(해직자)들에게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오늘 하루 있을 건데"라고 말한다. 많은 관객들이 그 대사를 가벼이 흘려들었을 것 같지만, 이랜드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투쟁이 장기간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터라 참 마음이 아팠다.

 

실제로 이랜드 홈에버 투쟁은 2007 년 6월 30일부터 2008년 11월 13일까지 무려 512일 동안이나 이어졌고, 해고자 28명 중에서 노조간부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이 복직하는 것으로 협상은 종결됐다. 참으로 씁쓸한 반쪽의 승리였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이랜드  투쟁'의 실제 당사자인 고일미 홈플러스테스코노조 교육선전부장을 인터뷰했다.

 

고 부장은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두 번이나 봤지만 우리가 예전에 겪었던 시간들이 생각나 참 많이 힘들었다. 그때 같이 투쟁했던 조합원들에게 우리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카트> 시사회를 같이 보러 가자고 연락했을 때 좋은  반응을 보인 분도 있지만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인 분도 있었다"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사 측의 강경한 태도와 용역을 동원한 물리적 폭력, 언론과 국민들의 무관심과 외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진압이라는 공포 속에서  그들이 512일에 걸친 긴 싸움을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고 부장은 직장을 지켜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내  자식들이 비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로 일할 게 눈에 뻔히 보였"다면서 비정규직의 고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약 7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는 등 우려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현실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힘든 싸움을 했는데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비참하기도 하다"는 고 부장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넝 더욱 나빠졌다.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2014년 기준)
[규모 및 비율] >> 비정규직 : 823만 명(임금노동자의 44.7%), 정규직: 1,017만명(55%)
[성별] >> 남자 : 정규직 663만명(63.5%) > 비정규직 380만명(36.5%) >> 여자 : 정규직 354만명 (44.4%) < 비정규직 443만명 (55.6%)
[연령] >> 남자 : 저연령층(20대 초반 이하)과 고령층(60세 이상)만 비정규직 > 정규직 >> 여자 : 20대 후반과 30대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비정규직이 많음.
[학력] >> 비정규직(823만명) : 중졸 이하 195만 명(23.7%), 고졸 384만명(46.7%), 고졸 이하 학력 70.4%
[임금] 2013년 3월, 2014년 3월의 지난 3개월 월 평균임금 총액 비교 >> 정규직: 283만 원 -> 289만 원 *6만 원(2.2%) 인상 >> 비정규직: 140만 원 -> 143만 원 *3만 원(1.6%) 인상

 

<카트>의 영화 관련 정보가 담겨 있는 페이지에 실려 있는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라는 자료는 악화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카트>를 찾는 관객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비정규직의  현실, 아니 영화 속에서 정규직 노동조합과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연대를 통해 함께 힘을 모았던 것처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영화 <카트>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색깔 있는 조연들의 연기가 아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특별출연한 김강우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비정규직'이라는 포인트가 강렬한 탓에 영화적 구성과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살짝 아쉽지만, 영화  내내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이 이를 상쇄한다.

사람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세상, 노동자들 간에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해 차별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정부가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비정규직을  3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머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앞다퉈 앞다퉈 <카트>를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도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부디 <카트>가 전해주는 감동이 제대로 전해져서 정책적으로 반영이 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말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어요?" 512일의 싸움동안 매일같이 되뇌였을 물음, 지금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군가는 하고 있을 절박한 물음에 희망의 빛이 비치길 기대한다. 

 

출처-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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