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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수] 각하가 그립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0/31 [13:07]

[서민교수] 각하가 그립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0/31 [13:07]

 

 

 “저는 뭐 그 연장이라는 말에 대해선 동의하고 싶지가 않고요....

북한의 위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을 우리가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다음에 그것에 대항하는 방법의 최선이 무엇이냐,

이런 쪽에서 접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선집중에 나온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들으면서 황당했다.

 

전작권 환수 시기가 연장된 건 분명한 사실인데 연장이란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단다. 세금을 올려도 증세가 아니고 공약을 안지켜도 공약파기가 아니라는 논리의 연장선상인데, 아무래도 새누리식 국어교육을 따로 받아야 덜 어지러울 것만 같다.

 

“무기한 연기라는 것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 있느냐 없느냐지...”

황의원의 센트럴미시건대학 석사 주제가 ‘궤변’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기본적인 국어도 안되는 분이 우리나라의 국방위원장이라니

나라의 앞날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다.

어린 학생들 수백명이 물에 빠져 죽어도 그 진상을 알 길이 없고,

국정원은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들다 걸렸다.

그리고 검찰은 청와대와 협력해 ‘다음카카오’라는 잘 나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오죽하면 내가 박근혜를 잘못 뽑았다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는 지인을 위로하고 다니겠는가?

 

과거는 늘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작금의 실태를 보다보니 문득 그리워지는 분이 있다.

‘각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하 명박님) 말이다.

그 시절도 나름 힘들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순진한 시대였다.

무슨 일을 하시든 명박님은 그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으니까.

 

예를 들어 취임하자마자 종부세를 대폭 깎은 건 자신이 종부세를 덜 내기 위함이었다. 설마 대통령이, 돈도 그렇게 많은 분이 “겨우 2억6천만원 덜 내려고 종부세를 깎아?”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명박님은 정말로 그런 분이다.

 

대선 때 유행한 광고처럼 명박님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늘 배가 고팠고,

명박님이 일을 벌일 때마다 사람들은 다 알았다. 돈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그게 너무 속이 보여 사람들은 어이없이 웃곤 했다.

꿩이 머리만 숨긴 채 “아무도 못찾겠지?”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예를 들어 내곡동 사저의혹은 청와대의 힘을 빌어 땅을 좀 싸게 사 보려는 의도였고

(이시형 씨는 부지 매입 대금으로 23억 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11억 2천만 원에 매입했다)

 

한식 세계화는 국민 세금으로 사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다.

4대강을 한 것도 자신을 믿고 따르던 지인들에게

크게 한 턱 쏘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었던가?

 

본심이 아닌, 강요에 의해 헌납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청계재단을 만든 것도

정말 명박님다운 일이었다.

 

너무 티나게 일을 벌이다 많은 측근들이 감옥에 갔고,

명박님의 형님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장롱에다 7억원을 넣어 뒀다가 걸리기도 했지만,

명박님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는 ‘사랑’이었다.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로 바리케이트를 친 것에

사람들은 ‘명박산성’이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고,

‘각하’라는 애칭도 대통령이 강요한 게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 아닌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아는 척을 할 때마다 시민들은 빵빵 터졌고,

 

명박님이 청렴을 가장하느라 대통령 연봉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에

“저리도 돈 좋아하시는 분이 얼마나 괴로울까?”라며

그와 함께 울어준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측근들 대부분이 감옥에 갔음에도 명박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고,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님의 모습에서는 진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새누리당과 검찰, 국정원 등 모든 단체와 기관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지만,

그럴수록 외로움은 커지기 마련이다.

 

속내를 드러내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고,

힘들게 입을 열어도 나오는 건 궤변이었던 통치 스타일이

대통령과 시민들의 거리를 멀게 만든 것 같다.

 

돈만 대입시키면 다 이해할 수 있었던 명박님의 단순함과 달리

박대통령의 행동은 도무지 그 의도를 알기가 힘들다.

 

이해할 수 없으니 다가가기 어렵고, 다가갈 수 없으니 사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은 물론이고 보수쪽 사람들 사이에서도

박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이란 중대한 사건의 와중에서도

몇 시간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던 것도 그런 외로움의 표현이었으리라.

 

사랑받지 못하는 대통령은 불행하지만,

대통령을 사랑하지 못하는 국민들보다 불행하진 않다.

보수나 진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랑했던

전임 대통령 명박님이 새삼 그리워진다.

 

 기생충박사, 서민교수 http://seomin.khan.kr/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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