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로스쿨 교수 30명 중 단 한명만 '원세훈 판결' 동의이범균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도출해내기 위한 노력, 한마디로 눈물겹다. 명백한 논리의 오류다시사IN이 전국 로스쿨 교수를 상대로 원세훈 1심 판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가 선고한 원세훈 피고인의 판결문을 읽어본 로스쿨 교수 30명 중 1명만이 재판부의 판결과 양형에 동의했고, 나머지 응답자 29명은 모두 판결이나 양형에 동의하지 못했다.
시사인에 따르면 설문조사는 이메일로 이뤄졌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재판장 이범균 판사가 선고한 원세훈 피고인의 판결문을 첨부했다. 204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읽은 뒤 답변을 부탁한 것이다. 질문은 주관식이었고 답변은 무기명이었다(일부 교수는 실명으로 응답했다).
국정원법 유죄·공직선거법 무죄판결에 대한 동의 여부와 그 이유,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에 대한 동의 여부와 그 이유를 물었다. 주관식 설문에다, 장문인 판결문을 읽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인지 응답자가 많지는 않았다. 로스쿨 교수 30명이 응답했다.
원세훈은 지난 9월11일 열린 1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은 무죄, 국정원법 위반으로만 이 법정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선거 개입과 관련 없는 정치 개입, 가능한가?
재판을 관할하는 법관에게는 자유심증주의가 주어진다.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어떤 증거를 신뢰하고, 어떤 증거를 신뢰하지 않으며, 범죄 사실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모두 법관에게 맡긴다. 하지만 자유로운 판단이라도 법관에게 무제한 재량권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판단은 경험법칙·논리법칙에 합치되어야 한다. 이범균 부장판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린 대목과 관련해 로스쿨 교수들은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사이버 활동이 감소하거나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에 오히려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대목이 있고, 70여 명이나 되는 국정원 직원이 모두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야당 대선 후보자들을 낙선하게 할 목적을 공유하며, 조직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할 수 없다며 무죄 근거로 삼았다.
차 교수는 “재판부도 원세훈 피고인이 국정원법을 위반하면서 정치 개입을 강요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세훈 피고인이 선거 개입을 하지 말라고 똑같이 지시를 했다고 보았다. 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람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계속해서 종북 세력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면서 선거에 임박해 조심하라는 것은 사실상 발각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논리가 일관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교수도 “정치 관여 행위와 선거운동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선거와 관련 없는 정치 관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또한 국정원이 선거와 관련 없는 정치 관여 행위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교묘한 절충적 판결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무죄 부분에서 이 같은 조직 특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 부장판사는 “(심리전단 직원) 70여 명이 같은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할 수 없다”라고 보았다. 이 부장판사는 같은 정보기관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재판부도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었다
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제85조 위반)과 선거에 미치는 행위(제86조 위반)를 구분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86조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85조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기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이 판결문대로라면 85조뿐 아니라 86조로 추가 기소했다면 유죄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이다. 한 교수는 “1심 재판부가 선거법 85조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86조 위반 가능성은 남겨둔 것으로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교묘히 항소심에 미룬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 같은 공소장 변경 요구는 재판부의 의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른바 ‘재량설’인데, 판례는 공소장 변경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재판장이 위법을 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 옳다거나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정인 교수는 “학계 다수 견해는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가 갖춰져 있으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것을 법관의 의무로 본다”라고 말했다.
“법관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평등·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하여야 한다.”
이 윤리강령을 언급하며 한 로스쿨 교수는 “법관의 기본 덕목은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이다. 증거가 다 갖춰져 있고 한 조항만 추가하면 유죄가 된다고 법관 스스로 판단했다면, 공소장 변경을 검찰에 요구한 뒤 유죄판결로 정의를 세우는 게 양심적인 법관이다”라고 지적했다.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멋대로’ 양형
국정원법을 위반했지만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에 대해서도 로스쿨 교수들은 쓴소리를 했다. 한 교수는 “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정보기관이 정치 관여를 노골적으로 한 범죄는 엄격하게 처벌되어야만 정보기관의 존재 의의를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 견해대로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인데 그러한 범죄의 수괴에게 집행유예를 내리는 양형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국정원의 정치 관여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파괴 행위다. 이렇게 중대한 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쉽게 집행유예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대부분의 형사재판에서 범행을 부인할 경우 개전의 정이 없다,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이유를 들어 실형을 선고한다. 다른 형사 피고인과 비교해봤을 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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