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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를 망가뜨려라? 악성 루머로 본질 흐리는 악질적 꼼수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8/26 [03:35]

유민 아빠를 망가뜨려라? 악성 루머로 본질 흐리는 악질적 꼼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8/26 [03:35]

"이번 결정은 몇 가지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습니까? 그쪽 문제나 먼저 해결 하세요."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논점 이탈의 오류(혹은 논점 흐리기 오류)이다. 논점과 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려 본질을 흐리는 방법이다. 비단 정치권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위기 탈출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비슷한 논리적 오류로 '레드 헤링(붉은 청어)'이 있다. 훈제한 청어는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데, 과거 영국에서는 '레드 헤링'을 사용해서 여우 사냥개를 훈련시켰다고 한다. 압도적인 냄새를 내는 '레드 헤링'을 뚫고 먹잇감을 찾아내도록 후각을 단련시킨 것이다. 

 

논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핵심을 놓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우리의 눈앞에는 분명 '레드 헤링'이 나타났을 것이다. '아, 말렸다'고 탄식해봤자 이미 때는 늦었다. 논쟁은 표류했고, 남은 것은 지엽적인 문제들이나 자극적인 가십뿐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공격하라!"

 

지난 22일, 단식을 40일 째 이어오고 있던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은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외쳤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를 원하는 시민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가장 껄끄러운 대상은 바로 '유민 아빠' 김영오 씨였을 것이다.

 

'타깃'은 확실해졌고, 방법은 늘상 해왔던 '본질 흐리기'였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케 하고, 이를 통해 가족을 분열시키는 한편 시민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것 말이다. 결국 김영오 씨 앞에 붙은 수식어 '유민 아빠'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을 것이다. 

 

 

지난 23일 유민이의 외삼촌이라고 주장하는 윤 모씨가 세월호 관련 기사에 위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또, 김영오 씨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직원이라는 사실도 무분별하게 옮겨졌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거리만 남게 됐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민 아빠의 고향인 정읍에 국가정보원 요원이 내려가서 어떻게 생활하고 자랐는지 쑤시고 다니는 사실을 포착했다"면서 국정원이 김영오 씨를 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국정원은 "김영오 씨의 두 딸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조사한 사실이 없고 지시조차 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국정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병원에 이틀간 있어보니 각종 악성 루머와 댓글이 난무하더군요. 그래도 난 떳떳하니까 신경 안 쓸 겁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에 대한 악성 루머가 독버섯처럼 번지기 시작하자 김영오 씨는 결국 자신을 둘러싼 음해성 의혹 제기에 대해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외삼촌이 쓴 댓글에 대해서는 "유민 엄마나 동생이나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민 엄마가 동생에게 전화해서 화를 냈고 바로 글을 내렸다"면서 이 정도면 어떤 상황인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삼촌이 어떤 의도로 그 글을 썼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설령 외삼촌이라고 하더라도 부부의 관계나 부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3자에 불과하다. 또, 유민 엄마가 이 사실을 알고 동생에게 연락을 취해 화를 낸 후 글을 내렸던 점을 미뤄볼 때, 감정에 휩쓸려서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글의 내용도 정제되어 있다기보다는 감정 과잉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유민 양의 동생인 김유나(17) 양은 <오마이뉴스>에 아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외삼촌의 댓글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옮겨두었다. 이 정도만 읽어봐도 외삼촌의 댓글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확실히 드러난다. 오히려 외삼촌이 그런 댓글을 단 의도가 단순히 김영오 씨에 대한 악감정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 외삼촌이 쓴 댓글을 언제 봤나요?

"오늘 아침에 봤어요. 좋은 아빠인데, 그런 얘기로 알려져서 좋은 아빠라는 점이 가려졌어요. 좋은 아빠인 것이 다시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만들려는 아빠의 노력이 무너진 것 같아서 속상해요."

 

- 글을 본 뒤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당황스러웠어요. 제게 아빠는 착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예요. 삼촌 글에서는 아빠와 딸 사이가 좋지 않게 보였어요. 삼촌은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글을 썼는데…. 저로서는 당황스러웠어요."

 

-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녕, 아빠. 어렸을 때부터 자주 못 봤지만, 언니와 나를 잘 챙겨줘서 고마워. 아빠가 잘 챙겨주려고 노력한 것들 다 보였어요. 너무 고마워요. 또 아빠가 전화할 때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아빠가 먼저 사랑한다고 안 하면 나는 사랑한다고 말 할 일이 없었어요. 아무튼 다 고맙고 몸부터 챙겨요. 그래야 싸우죠, 사랑해요."

 

"좋은 아빠인데, 외삼촌 글 '당황' 아빠의 노력 무너진 것 같아 속상" <오마이뉴스>

 

다음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둘러싼 음해성 의혹 제기와 그에 대한 김영오 씨의 대답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1. 10여 년 전에 이혼한 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매달 비정규직 월급으로 대출 이자도 갚기 힘들게 살다보니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주지 못하고 몇 달에 한 번씩 보낼 때도 있었다. 우리 부녀지간은 일년에 몇 번 안 보더라도 사랑이 각별했다. 이혼하고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 두 아이를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보고, 사주고 싶어도 많이 사주지 못했던 것이 한이 맺히고 억장이 무너지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 것이다."

 

2. 보험금을 챙긴 것 아닌가? 실제로는 돈 때문에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달 전 학교에서 여행자 보험금 1억원이 나왔는데, 이혼한 부모에게는 보험금이 50 대 50으로 나온다. 나는 우리 유민이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만 하면 죄인이 된다. 그래서 보험금을 10원도 안 받고 유민 엄마에게 전액 양보했다. 우리 유민이 앞에 놓고 보상금 얘기 두 번 다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저는 지금 돈 10원도 필요 없고, 유민이가 왜 죽었는지 밝혀내는 게 우선이다."

 

3. 김영오 씨는 금속노조 소속 조직원이다. 

 

"작년 7월 22일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노조 조합원이 돼 봤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자동으로 조합원에 가입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조 조합원을 떠나서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아빠로서 싸우고 있다."

 

 

김영오 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악성 루머들은 여전히 떠돌아다닐 것이다. 그러한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본질 흐리기'일 테니 말이다. 어떻게든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해코지해서 그의 '아빠'로서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자 할 것이다. 이미 그 작업은 조직적으로 본격화됐다. 그리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고 하는 본질과 이에 대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가 김영오 씨의 사생활 논란으로 비화(飛火)될 가능성이 높다. '이혼', '노조' 등의 단어들이 포함된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고, 사람들은 이러한 가십에 눈과 귀과 쏠려 '본질과 핵심'은 까마득히 잊어버릴 것이다. 급기야 김영오 씨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레드 헤링'을 통해 사람들을 홀리기 위한 꼼수에 흔들리지 말자. 왜곡된 정보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자. 위에 정리해둔 김영오 씨의 대답을 근거로 악성 루머를 응징하도록 하자.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고 하는 '본질'을 잊지말고 거듭해서 이야기하자.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어소뷰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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