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의 풍경..발길 붙든 '할배 물붓'

물붓으로 그린 '세월호 추모' '조국통일'

이호두 기자 | 입력 : 2014/05/20 [18:40]
지난 5월4일.
머리가 하얀 할배들이 한자루의 긴 붓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그들은 물을 먹물삼아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물붓으로 글쓰는 할배. 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 이호두 기자

시작은 점심을 함께한 할배들이 세월호에서 가만있으라는 말에 아이들이 말잘듣고 가만히 기다리다 구조받지 못하고 죽은 일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한 할배가 '중국에서 사온 빗자루 만한 붓이 있으니 우리도 중국 사람들처럼 길바닥에 글씨라도 쓰면서 마음을 달래봅시다' 한 것이었다.
 
물이라 글씨는 증발하면 바로 마르는 것이니 남에게 민폐주는 일도 아니고 늙었다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만도 할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의기투합한 할배들은 붓을 들고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보이는 근처 광화문으로 향했다. 
▲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경찰의 눈총은 따가웠다     ⓒ 이호두 기자

'세월호 희생자 추모' 
'조국통일' 
'남북통일' ...
 
몇글자 쓰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 셔터를 누르며 관심을 표시했다.
경찰이 다가와 '민원이 들어왔다. 하지마시라' 제지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아니 누가 민원을 넣었어요?' 라며 못하는 하는 경찰에게 항의했고 다행히 할배들의 물붓 퍼포먼스는 계속 될 수 있었다.

▲ 물붓으로 '조국통일'을 그려보는 할배     ⓒ 이호두 기자

 
▲ 물붓으로 쓴 글씨, 박근혜 하야         ⓒ 이호두 기자

이 때 한 할배가 지나가던 여성에게 '자네도 한번 그려볼텨?' 하고 붓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붓을 받아 '행복하세요' 하고 쓰고 하트까지 그렸다.
▲ 신기하게 바라보던 시민에게 붓을 건네자 기다렸다는듯 동참했다.     ⓒ 이호두 기자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즐거운 퍼포먼스 속에 다 같은 마음이라는 느낌이었다.
▲ 할배들도 다같은 할배가 아니다~ 사람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할배들이다    ⓒ 이호두 기자

붓을 든 할배들은 '요즘 청년들에게 노인들이 가스통할배니 독재를 그리워하는 수구니 참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고루한 노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을 여는 그런 신세대 노인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소회를 밝혔다.
 
가운데 붓을 잡은 할배는 평화재향군인회 최사묵 상임대표로 구한말 국권침탈에 분노해 의병을 조직했던 최구현 의병장의 손자이기도 하다.
 
평군 최사묵 상임대표와 이 퍼포먼스를 제안한 안영봉 할배는 '젊은 사람들도 이렇게 붓을 들고 나와서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며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여준 물붓 퍼포먼스에 기분이 좋다고 흡족해 하셨다.
멋지십니다. 자랑스러우신 이런분들이 진정한 "어르신", "선생님" 이시죠.. 멋지다 14/05/23 [15:08] 수정 삭제
  멋지십니다. 자랑스러우신 이런분들이 진정한 "어르신", "선생님" 이시죠..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