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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8년 전 장외투쟁은 ‘기득권지키기’

왜 그 추운 겨울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57일간 투쟁을 했을까?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3/08/03 [23:44]

박근혜의 8년 전 장외투쟁은 ‘기득권지키기’

왜 그 추운 겨울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57일간 투쟁을 했을까?

서울의소리 | 입력 : 2013/08/03 [23:44]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장외정치'를 놓고 정반대로 바뀐 입장에서 7년 만에 마주하게 됐다. 2006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장외투쟁'에 나선 때와 비교하면 공격과 수비도, 여야의 입장도 정반대로 바뀌었다 - 1일 <경향신문> 7년 만에 공수·여야 뒤바뀐 박근혜·김한길의 '장외정치'

2005년 12월 9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그달 1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작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이듬해 1월까지 이어졌고 국회는 53일 동안 파행했다. 이때 여야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사람이 김 대표다. - 2일 <동아일보> 8년만에 입장 바뀐 朴-金 장외투쟁

정가에선 김 대표의 선택을 놓고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장외투쟁'을 떠올리고 있다. 이 당시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서 당을 이끌었다. - 2일 <스포츠서울> '돌파구 찾아라' 박근혜·김한길의 '장외투쟁'

민주당(대표 김한길)이 지난 달 31일 국정원 국정조사가 끊임없이 딴죽을 거는 새누리당 행태를 참을 수 없다며 장외투쟁을 선언하자 언론들이 8년 전 장외투쟁을 언급하며 내놓은 반응이다.

8년 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언론들은 그 일을 민주당 장외투쟁과 연관시키고 있을까? 2005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대개혁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언론개혁법·사립학교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나라당을 이를 '4대악법'으로 불렀다.

그 중 노무현 정부 사학법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법인이사회 회의록 공개 ▲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따위였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김원기 당시 국회의장은 4대개혁입법 중 사학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한다. 한나라당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과반을 넘었던 열린우리당 단독 처리를 막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세밑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갔다. 해를 넘겨 57일간 북풍한설에도 싸웠다. 싸움을 이끈 이는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장외투쟁에서 박 대통령이 한 말을 보면 취임 후 청와대와 언론이 보여주는 '웃는 대통령 박근혜' 사진과는 전혀 다른 '투사', '싸움꾼' 기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3년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온 국민에게 추위를 안겼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이었다. 편가르기·부정부패·무능으로 추운 겨울이었다. 이 정권은 봄의 새싹을 틔울 희망마저 없다. 다수 횡포로, 폭력으로 밀어붙여서 열린우리당이 날치기한 것은 우리 교육이고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헌법정신이다."- 12월 13일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잘했나, 다 망치고 이제는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다. 한없는 걱정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 12월 16일

왜 박근혜 대통령은 그 추운 겨울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57일간 투쟁을 했을까? 바로 자신이 영남대학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남대의 교주(校主)다. 박 대통령은 10원 한푼도 출연하지 않고 최연소 이사장을 역임하다가 측근비리와 입시부정 따위로 물러났다. 정수장학회가 자신과 상관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제 영남대 이사장을 그만 뒀으니 역시 상관없다고 하지만, 영남학원 이사진 구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영남대는 박 대통령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인이 직접 영남학원의 이사를 맡은 것은 아니지만 7명의 이사 중 4명을 추천함으로써 영남학원의 이사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결국 관계없다는 말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학원에 대해 실질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 7월 12일 <오마이뉴스> '이털남' 박정희 미화 비판에 교수직 박탈… 대학 맞나요?

또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도 사학 관련자들이 많았다. 새누리당(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 중 사학 관련자들을 보면 박근혜·정몽준·나경원·이강두·박재욱·김일윤·고흥길·이은재·현경대·강창희·고승덕 이다.

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처럼 자신들 기득권이 도전받거나 위기에 처하면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외투쟁을 했다. 56일간 장외투쟁을 한 것은 민주주의보다는 자신들 기득권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7월 마지막 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은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기득권지키기'가 아니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것은 국정원 부정선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딴죽을 걸고, 국정조사 무력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는 1일 서울광장 천막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일치단결해서 국민과 함께 반드시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과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자"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2일에도 "권력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이라는 엄청난 국기 문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국민들이 국정원에 붙인 주홍글씨는 국정원 스스로가 지울 수 없다"면서 "또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국기 문란 범죄 책임 있는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의 공신일지라도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사학재단에 발을 내딛은 이들이 사학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를 뛰쳐나가 싸우는 것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들을 엄벌하기 위해 장외로 나간 것은 본질이 다르다.

<오마이뉴스>가 1일 보도한 '검찰이 영상 왜곡했다는 경찰·새누리 그래서, CCTV 127시간38분 다 봤더니' 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해당 기사 한 누리꾼은 "마지막 발언이 인상적이군. '너 같으면 믿겠냐?' 아암, 국민들도 절대 안 믿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검참의 지휘를 받아 수사에 임하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기록을 조작이라고 우기는 것은 명백히 조직상의 하극상"이라며 "경찰의 주장에 힘을 더하고 부추기는 새누리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너무 한심하고 질려서 할 말이 없다"고 절규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평생 공화당만 지지해 온 80살 할아버지도 촛불 들고 백악관 앞에 갈거다 아마. 촛불이건, 혹은 횃불이건"이라고 분노했다.

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05년 박근혜 대표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57일간 장외투쟁을 했다. 하물며 이명박·박근혜정권이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해놓고, '빈손'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인 기득권에도 목숨 걸었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마저 내어줄 수 없다.
耽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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